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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의 Talk Talk] 반점을 찍는 것
  • 정현진 편집국장
  • 승인 2019.05.27 08:00
  • 호수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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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린더 어플을 통해서 작년부터 쭉 살펴보면 일정이 안 적힌 날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루에 한 개면 적은 편에 속했다. 진짜 일복 터진 나날들이다. 그 일이 공식적인 행사든, 내 개인적인 일이든 일단 내가 최선을 다해서 처리해야하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난 내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한 달에 한번은 꼭 집에서 나가지를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날은 집에 있기 위해 해야하는 일들을 미리 해치우거나 벅차더라도 조금은 미뤄놓는다. 집에 있는다고 해서 딱히 하는 것은 없다. 오랜만에 쉬니까 취미생활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가짐조차 없애버린다. 취미생활도 어떻게 보면 일을 벌리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주로 침대위에서 나가지 않는다. 잠옷은 마치 내 몸의 일부인 마냥 하루종일 입고 있으며 밥도 제대로 안챙겨먹는다. 업데이트되지 않은 SNS를 계속해서 들어가고 갤러리를 괜히 뒤적뒤적거리고 멍을 때리기도 한다. 해가져서 날이 어두워져도 방에 불을 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무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머리 아픈 일 없게끔 보내려고 한다.

제일 최근에 있었던 이 날에 난 한 드라마에 꽂혀 16화를 하루만에 다 봤다. 내가 한 것이라곤 눈을 뜬 채로 재생버튼, 다음화 보기 버튼을 누른 것 밖에 없다. 누가 보면 시간낭비라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겐 재충전의 시간이었고 나름대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방법이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반점을 찍는 일. 꼬여버린 복잡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푹 쉬면서 과연 이래도 되는걸까, 오늘 못한 일들을 내가 내일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집에 있어도 쉬는게 쉬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온점이 아니라 반점이다. 말할 때도 호흡이 있듯이 잠시 쉬어갈 뿐이다.

경쟁사회에서 남이 쉴 때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강박감과 남보다 조금 더 앞서야한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면 나름대로 쉬는 방법을 찾는 것도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꺼져가는 휴대폰도 충전을 해야 다시 제기능을 하듯이 말이다.

아마 사람마다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나는 온전히 혼자서 드라마에 빠졌지만 무엇이든 좋다. 평소에 바빠서 하지 못했던,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서 직접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어떨까. 그리고 절대 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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