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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덕행덕 :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 남해빈 수습기자
  • 승인 2019.05.27 08:00
  • 호수 645
  • 댓글 0

요즘은 취향 존중의 시대. 그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들에 과감히 투자하는 ‘덕질’이 존중받는 시대다.

현재 우리나라는 덕질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인터넷 오픈 마켓 ‘옥션’이 지난 4월 23~29일에 소비자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고객 10명 중 9명은 ‘덕질’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현재 ‘덕질’은 부정적으로 여겨지지 않고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행위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덕질’이라고 하면 대개 아이돌 팬 활동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덕질’은 어떤 대상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므로 그 대상은 한정되지 않는다. 그럼 지금부터 다양하고 독특한 ‘덕질’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영화 덕후

현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미로 영화보기를 꼽는다. 그만큼 영화 관람은 보편적인 취미생활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문화생활이다. 하지만 단지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 영화 시리즈를 덕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 대표적인 예로 ‘마블 덕후’가 있다. 마블 시리즈는 2008년에 상영한 <아이언맨1>을 시작으로 해서 11년 동안 개봉한 총 22개에 육박하는 영화들로 구성돼있다. 이 시리즈를 덕질하는 ‘마블 덕후’들은 단순한 영화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2019년 최고 화제작인 <어벤져스: 엔드게임> 상영관은 ‘마블 덕후’들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들 중 대부분은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 달려가 누구보다 먼저 관람을 하고 자신이 놓친 떡밥을 찾기 위해 또 다시 영화관을 찾는다. 이 덕후들의 N차 관람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 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1,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여러 영화 관련 사업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많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 예로 영화 굿즈 전문점 CGV 씨네샵은 <어벤져스: 엔드게임>개봉을 기념해 '마블 덕후'들을 위한 다양한 마블 캐릭터 상품을 판매했다. 또 다른 영화관들도 자체적으로 ‘어벤져스 콤보’를 만들어 영화관 간식과 함께 마블 관련 제품들을 판매해 덕후들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마블 뿐 만 아니라 다른 영화 세계관을 덕질 하는 많은 덕후들은 영화 산업의 다양한 후속 시장을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 덕후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반려동물 천만시대가 찾아왔다. 반려동물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식하며 아낌없이 투자하는 ‘펫팸족’ 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확대되면서 동물을 덕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사람이 남긴 밥이나 일반 사료를 주는 건 옛말이다. 반려동물 덕후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유기농이나 국내산원료를 사용한 사료나 간식을 먹인다. 반려동물의 생일도 업체를 이용해 거창하게 파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려동물을 아끼는 마음에서 이어져 직업도 반려동물 관련 직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반려동물 덕후들이 늘어나면서 사료, 장난감, 액세서리, 관리 용품, 동물병원, 미용, 호텔 등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 역시 올해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아도 동물을 덕질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이 키우는 동물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즐겨보는 사람을 ‘랜선집사’라고 부른다. 본다는 뜻의 뷰(view)와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의 합성어로 ‘뷰니멀’이라고도 불린다. ‘랜선집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키울 수 없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이들은 팬들이 연예인에게 보내는 선물을 뜻하는 조공을 동물들에게도 보낸다.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마치 직접 키우는 것처럼 화면 속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덕후들이다.

 

스포츠 덕후

덕질하면 빠질 수 없는 분야는 바로 스포츠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챙겨보고 더 나아가 경기장으로 직접 응원을 하러 가는 스포츠 덕후들이 있다. 스포츠 덕질은 응원하는 팀에 대한 소속감과 상대 팀에 대한 경쟁심으로 다른 분야와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스포츠 덕후들은 지고 있던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뒀을 때의 짜릿함, 매번 좋은 경기력으로 시즌 우승을 달성했을 때의 행복함, 좋아했던 선수의 은퇴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감동 등 여러 요인들로 스포츠 덕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스포츠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덕후들의 특징도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야구는 가장 큰 팬덤을 자랑하고 있다. 거의 매일 경기를 진행하고 시즌 결과에 따라 가을 야구(포스트 시즌)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팬들간의 기 싸움이 대단하다. 또 축구 국가대표 팀을 덕질하는 팬들도 많다. 작년 아시안게임과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기점으로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국가대표 경기장은 많은 팬들의 함성소리로 가득차고 있다. 뿐만 아니라 k리그도 나날이 관중이 늘어가는 추세다.

 

우리대학 스포츠 덕후들을 만나 봤다.

축구 덕후 노동식(철 17) 씨와 야구 덕후 정호성(신문방송 15)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Q. 어떤 분야를 덕질 중이고 그 분야에 어떤 계기로 빠지게 되었나?

A1. 축구 보는 것에 푹 빠져 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같이 축구경기를 보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A2. 야구 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NC 다이노스(이하 NC)팀을 덕질 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따라 야구장에 자주 놀러 다녔다. 그때는 NC가 생기기 전이라 롯데 팀을 응원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야구팀인 NC가 생겨서 전보다 야구장도 더 자주가고 가까이서 응원할 수 있게 돼서 야구에 더 푹 빠지게 됐다.

Q. 덕질을 하면서 겪은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해준다면?

A1. 올해에 한국 볼리비아 국가 대항전을 보러 간 일이 제일 특별했던 기억 같다. 엄청나게 큰 경기장이 만석이 되고 모두 한마음으로 우리나라를 응원 하고 함께 경기를 본다는 일이 특별하게 느껴진 것 같다.

A2. 아무래도 야구 팬 분들은 아시겠지만 선수 유니폼은 정말 탐나는 물건이지 않나. 예전부터 유니폼이 너무 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학생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비싼 금액이라 자주 사진 못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씩만 사 모았는데 어느 날 집에 유니폼을 정리하다 보니 총 6개나 모였다. 그 순간이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연예인 덕후

덕질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덕질은 역시 연예인, 특히 아이돌 덕질이다. 아이돌 덕질은 그 방법이 정말 무궁무진하다. 예능이나 직캠같은 영상을 찾아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콘서트, 팬싸인회, 팬미팅 등 오프라인 덕질 흔히 말하는 오프부터 아이돌의 이미지를 활용해 만들어진 굿즈를 사서 모으기도 한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이제는 실시간 소통까지 가능해졌다. 아이돌이 실시간 방송을 하면 채팅을 통해 말을 건넬 수 있다.

하지만 아이돌 덕후가 다 이렇게 보고 소비만 하지는 않는다.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에서 여주인공 성덕미가 아이돌 덕후다. 성덕미는 아이돌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보정해서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사람으로 일명 홈마다. 이들은 보통 카메라에 몇백만원씩 투자하고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지녔다.

유명한 홈마의 SNS는 팔로워 수가 10만이 넘어 팬들 내의 연예인으로 불리고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홈마들은 직접 촬영한 사진을 가공해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팔거나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촬영뿐만 아니라 영상편집, 팬아트 등 아이돌 덕후 중에서는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적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덕후를 만나 봤다.

올해로 5년 차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명) 송수진(행정 19)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Q. 어떤 분야를 덕질 중이고 그 분야에 어떤 계기로 빠지게 되었나?

A. 처음에는 노래가 좋아서 재생목록에 넣어서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뮤비를 봤는데 빠지게 돼 유튜브나 여기저기서 찾아봤다. 그리고 다음 앨범이 나왔을 때 완전히 팬이 돼버렸다.

Q. 덕질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해봤는가?

A. 아직 콘서트나 팬미팅을 가본적은 없다. 그렇다고 돈을 안쓰진 않았다. 앨범이나 DVD, 굿즈를 꾸준히 샀다. 서울에서만 살 수 있는 것도 서울을 가게 되면 직접 사고 아니면 대리구매를 부탁해서 굿즈를 샀다. 5년 동안 이렇게 쓴 돈이 한 100만 원 정도 되는 거 같다. 많이 쓴 거일 수도 있는데 1년에 20만 원 정도면 싼 취미생활이 아닌가 싶다. 어머니도 해외여행을 갔다 오실 때 선물로 면세점에서 파는 굿즈를 선물로 사 오시곤 한다.

Q. 덕질을 하면서 겪은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해준다면?

굿즈를 모으는 것도 좋지만 역시 직접 보는 것만큼 행복한게 없다. ‘방탄소년단’이 창원에서 콘서트를 한 적이 있다. 지방에 오는 일이 별로 없기에 야자시간에 학교에서 나와 콘서트를 보러 갔다. 그렇게 처음 봤을 때 좋아하는 연예인을 실제로 봤다는 점에서 행복했고 무엇보다도 옆에 있는 다른 팬들과 하나가 된 것 같아서 소름 돋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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