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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비운다는 것
  • 신현솔 기자
  • 승인 2019.04.15 08:00
  • 호수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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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각각의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고, 욕심을 채우는 방법도 다르다.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졌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뺏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일이라며 더 좋은 것으로 가득 채우려다 넘쳐버리곤 한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욕심이 많았다.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했고, 먹고 싶은 건 다 먹어야 했다. 학창 시절 원했던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나에게 열심히 한다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입학하자마자 신문사에 들어왔고, 선배들과 수시로 영상 작업을 했으며, 그 와중에도 이 일이 끝나면 무슨 일을 할지 고민했다. 그렇게 2년을 바쁘게 달려왔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달리는 것이 나를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이 생각이 든 건 올해 2월이었다. 작년 8월, 운 좋게 붙은 대외활동에서 정말 좋은 기회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님과 동시에 서울을 끊임없이 오고 가며 콘텐츠를 제작했다. 실무를 경험한 임직원들에게 뼈가 되는 조언과 피드백들을 받으며 지방에서는 할 수 없는, 인생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6개월을 바쁘게 달리다 수료할 때 생각이 들었다. 난 6개월간 무엇을 만들었고, 무엇을 얻었는지.

가장 아쉬웠던 건 소중했던 그 6개월 속에는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무엇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아닌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압박 속에서 6개월을 보냈다.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잠을 못자고, 스트레스를 받아 울기도 많이 울었다. 행복이 아니라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고, 나의 욕심이 나를 망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2학년이 아닌 3학년 때 이 활동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수없이 들었다.

그래서 활동을 끝내면서 이제 또 무슨 일을 해야할 지 고민하지 않았다. 내 욕심으로 나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어디로 달려가는지도 모른 채 계속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내 욕심이 나 자신을 헛되이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비운다는 것은 가장 힘든 일이다. 하지만 비로소 모든 걸 놓고 비웠을 때, 새로운 것들을 다시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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