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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대신 전할 수 있을까?
  • 신현솔 기자
  • 승인 2019.03.21 19:46
  • 호수 641
  • 댓글 0

최근 사람들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대신 전해주는 이모티콘부터 대신 장을 봐 배송해주는 앱까지. 심지어 일본에서는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꺼내기 힘든 사람을 대신해 사표를 내주는 ‘퇴직대행’ 서비스가 인기이다. 그렇다면 과연 서비스의 형태로 어느 범위까지 대신해줄 수 있을까.

 

<대신 전해드려요!>

지금 우리나라는 ‘대행 서비스’ 전성시대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를 대신해주고 있다. 그럼 먼저 대표적인 서비스를 한 번 알아보자!

 

감정을 대신 전해주는 카카오 이모티콘

2011년 11월 카카오 이모티콘 스토어가 처음 등장했다. 여기서 제작된 이모티콘들은 모바일 대화에서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사용자의 감정을 대신 나타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이모티콘 구매자의 수는 급격히 증가해 2,000만 명을 돌파했고, 6개로 시작했던 카카오 이모티콘 상품은 현재 6,500여개에 달한다. 이와 함께 이모티콘 메시지는 월 평균 22억 건 정도가 발신되고, 월 평균 약 2,700만 명의 이용자가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대신 표현하는 용도로 이모티콘을 찾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에 맞춰 다양한 인기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모티콘 시장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행 서비스’인 셈이다.

 

말을 대신 해주는 ‘대신 전해드립니다’

익명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제보하는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대전).’ 대학가 소식을 대신 전해주는 페이스북 페이지로 전국의 대학에 확산돼있고 많은 학생들이 애용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엇인가를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특정인에게 직접 전하기 힘든 말들을 익명의 힘을 빌려 대신 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대전’ 페이지는 2014년 봄부터 대학가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 페이지의 원조 격인 ‘대나무숲’ 페이지는 익명으로 건의하는 불만사항이나 사랑고백이 대부분이었다.

‘대전’은 이 점을 보완해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가지 못한 동아리 공연이나 학과 행사 같은 작은 소식들이나 공익적 제보처럼 좀 더 현실적인 알림 게시물이 올라온다.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행서비스 중에 하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제품이나 가게 홍보에 지나치게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 페이지 활성화에 따른 상업화가 우려된다.

 

대신 장을 봐주는 ‘마켓컬리’

잠들기 전 주문해도 아침이면 문 앞에서 받아 볼 수 있다는 새로운 장보기 앱 ‘마켓컬리’ 새벽에 배송하는 ‘샛별배송’을 내세워 음식의 신선함을 강조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여러 대형마트에서 집까지 직접 원하는 시간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주로 낮에서 밤 시간대까지만 배송이 가능해 당장 아침에 물건을 받아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당장 아침에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인기를 모았다.

마켓컬리의 또 다른 장점은 간편함이다. ‘터치 한 번’이면 원하는 식료품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고, 결제도 편하게 할 수 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람 많은 마트에 직접 가서 장을 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2015년 경부터 장 보는 것을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서서히 발전해 가고 있었는데 이 마켓컬리가 서비스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대신 전하는 사회>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말을, 서비스를 대신 전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과거 인터넷과 모바일이 없던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렇다면 왜 대신 전하는 사회가 일상 속에서 당연한 사회가 된 것일까.

근본적으로 기술의 발달을 제일 먼저 말할 수 있다. 말을 며칠씩 타고 타 지역으로 가지 않아도 되고, 먼 곳에 사는 지인의 편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장을 보러 차를 이끌고 무거운 짐을 다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 전화 한 통 혹은 문자 한 통이면 위의 있는 모든 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모바일과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과관계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보다 휴대폰 속 화면을 더 많이 보게 됐고 휴대폰 속에서 하는 행동들이 직접적 만남을 결정짓는 사회가 돼버렸다.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어도 오해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중요한 알림들도 휴대폰으로 전해 받는 사회가 돼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대신 전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 감정과 말, 서비스를 대신 전해줌으로써 편리함과 시간을 얻을 수 있다.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그 시간에 우리는 자신을 위한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물어보기 민망했던 질문들을 쉽게 할 수 있고 댓글들로 반응을 살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신 전하는 사회가 위처럼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비대면적 사회가 활성화 되면서 인간관계의 교류 중 일부를 차단하고 개인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불편해하고, 타인의 불친절에 취약하며 대면을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사람 중심의 고급화된 서비스와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의 양극화는 이에 따라 산업 구조 역시 변하게 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신현솔 기자 sol161@changwon.ac.kr

남해빈 수습기자 nhb9805@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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