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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창원대문학상 시부문 장려 - 죽림竹林
  • 창원대신문
  • 승인 2019.03.07 17:31
  • 호수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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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竹林

 

배성은 / 인문대·국어국문학과 4학년

 

 

생生이 있었다.

그것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래, 지나가다 한번씩은 마주하는

길 위의 가로수 같은 것.

 

나의 생生 역시 길 위에서 마주하여

나의 봄

나의 여름

나의 가을

나의 겨울

끝없는 계절의 반복 속에 그것은

나의 귓가에

조촐한 생명의 탄생을

스치듯 지워진 인연을

숨이 끊어진 노래를

그릴 수 없는 사랑을

기억에서 잊힐 죽음을

불어넣었다.

 

아이는 생生을 먹고 자랐다.

생生도 아이를 먹고 자랐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먹고 자라

 

오늘은 내 늙은 생生이

포크레인의 손짓에

산산이 부서지는 날.

 

검은 옷 부스러기는 햇볕에 부서지고

녹음이 무성했던

벽이여

내 늙은 벽이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그대에게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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