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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창원대문학상 수필부문 장려 - 예감

예감

 

김상철 / 인문대·국어국문학과 4학년

 

 

“석아! 멀리 가지 말거레이, 아무래도 너그 아부지가 심상찮다.”

나는 그날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산에가서 땔나무를 하기 위해 지게를 지고 삽작 밖을 나서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 말씀이 심상찮다는 것을 느끼고 나는 집 그처에서 장작을 패고 있었다. 그리고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예감하셨던 것일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내 눈에는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할 뿐이었다. 4년이나 병석에 계셨으므로 그동안 눈물이 마를법도 했다. 아버지의 병명은 온 몸을 옮겨 다니며 곪는 주마창이었다. 아버지는 돈이 없어서 병원에 입원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동생들과 같이 산과 들을 쏘다니며 뱀이나 개구리를 잡아다가 곰을 해 드리고 느릅나무 즙이나 누룩밥으로 환부에 붙혀 고름을 빼내는 것이 우리가족이 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50을 채 넘기지 못하고 을씨년스럽게 가셨다. 아버지의 부음소식을 듣고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들었으며 영정사진을 만들려고 아버지 사진을 찾았으나 어디에도 아버지 사진이 없었다. 사촌형님이 아버지 주민등록증을 들고 가셔서 아랫마을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아저씨에게 부탁을 해서 가까스로 영정사진을 만들어 왔었다.

동네 상가일을 도맡아 하시는 박씨가 아버지 염은 책임지셨다. 마를대로 마른 아버지의 체구. 염을 한 아버지 모습은 너무나도 초췌해 보였다. 아버지가 직사각형 나무상자안에 들어가는 순간 내 눈에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아마 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픔보다도 여섯 동생을 어떻게 부양해야 할지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장례는 3일장이었고 아버지는 일년상을 치렀다. 아버지 영정을 문간방에 모시고 아침저녁으로 일년동안 식사를 올렸으며 일년 후에 나는 상을 벗을 수 있었다. 일년동안은 죄인이나 다름 없었다. 목욕조차 자주 할 수 없었다. 그때가 내 나이 열 아홉 살 때였다. 벌써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 나는 두 가지 약속을 했었다. 첫 번째는 아버지가 평소에 즐기시던 술과 담배 그리고 사행성 도박에는 일체 손도 입도 대지 않겠노라고 자신에게 수없이 다짐을 했으며 또한 자신과 수업이 약속을 했었다. 두번째는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나로서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소망이 간절하면 꼭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듯이 오늘날 나는 그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낮에는 화물차 운전을 하면서 빔에 검정고시 학원에 다닌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택시 운행을 하면서 대학교를 다녔다. 어영부영 다닌 게 아니라 싱실하게 다녔다. 그리고 드디어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기와의 약속을 하기도 하고 타인과의 약속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키는 약속도 많지만 못 지키는 약속 또한 적지 않다. 약속은 신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대 인간이 하는 약속이 대부분이겠지만 사물과도 할 수 있고 기호와도 할 수가 있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는 자동차 문화가 발달되었다. 누구나 운전할 줄 아는 보편적인 사회다. 자동차를 잘 다루면 무한한 편리함을 주지만 자칫 잘못하면 수많은 목숨을 살상하는 흉기로 변하기도 한다. 우주의 법칙에서는 음양의 법칙이 있다. 양면성의 법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볕이 있으면 그늘이 있고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으며 수컷이 있으면 암컷이 있기 마련이다. 음양이 조화를 이루면서 지구를 지탱해 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디든지 그 대칭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미적 형식의 원리라고 하기도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이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다니는 보행자도 기호와의 약속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보행자는 녹색 신호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며 자동차 역시 녹색이 진행신호이다. 그것은 하나의 약속이다. 정지선 앞에서 정지하는 것 또한 기호와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이나 미국 같은 거대한 나라가 선진국이지만 싱가폴 같은 작은 나라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은 물질문명으로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신문화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즉 말하자면 의식개혁도 물질문명과 더불어 함께 이루어져야만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선진국도 아니고 후진국도 아닌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은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 성찰과 더불어 배려하고 소통하며 남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자기 반성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나는 내 청소년기에 한 두가지 약속을 오늘날에야 비로소 지킬 수 있었다. 육십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오늘날까지 술, 담배, 노름은 일체 하지 않으며 그렇게 받고 싶었던 대학 졸업장도 눈앞에 두고 있다. 2019년 2월 15일이면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내 딸아이에게 “아빠는 최고야!”를 외치도록 교육을 시킬 것이다. rm 무엇이 되기 이전에 인간이 되는 교육을 시킬 것이다 그리고 약속의 중요성도 일깨워 줄 것이다. 약속은 목숨처럼 중요한 것이다. 약속을 철저히 지켜나갈 때 신용도가 쌓이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신용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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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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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5555 2019-03-14 14:06:25

    . rm 무엇이 되기 이전에 인간이 되는 교육을 시킬 것이다 그리고 약속의 중요성도 일깨워 줄 것이다 rm > 그 로 오타 수정해주셨으면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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