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칼럼
[냠냠사거리] 토요일의 소박한 별미, <모루식당>
  • 김형연 기자
  • 승인 2019.03.04 08:00
  • 호수 640
  • 댓글 0
▲다이애비정식이 올려진 병아리콩 카레이다.

기자는 카레를 좋아하진 않는다. 냄새와 향에 예민한 편이기 때문에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카레는 가끔 기자의 혀를 아프게까지 하기 때문이다. 향신료에도 꽤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팔적인 클럽과 같은 향신료가 있는가하면, 깔끔하고 센스 있게 대칭을 잡아주는 향신료가 있다. 기자가 가본 <모루식당>의 카레는 그 어디에도 속하다고 말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꽤 맛있었다.

도립미술관 건너편 주택가에, 그냥 지나칠 것만 같은 지하, 소박한 불빛이 빛난다. 그곳이 <모루식당>이다. 조심스레 나무판자소리를 곁들여 발자국을 내려 보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테이블들을 볼 수 있다.

카레는 매일 만드는 새우크림카레와 오늘의 카레가 있다. 오늘의 카레는 정말 매일매일 달라서, 기자가 갔을 때는 병아리 콩 카레였고, 기자의 친구는 시금치카레를 먹었다고 전했다. 둘을 반반 섞어먹는 카레도 있다. 처음 가보는 사람에게는 반반카레를 추천한다. 특히 바삭한 빵가루를 묻힌 다른 튀김들도 환상적이지만, 기자의 입에는 특히 사르르 녹아내리는 감자 고로케가 취향저격이었던 것 같다.

기자가 카레를 한 입 먹었을 때는 일본의 불꽃놀이 축제가 생각이 났다. 향신료가 휘황찬란하진 않지만 조용하지도 않은, 소박한 사람들의 축제가 카레의 풍미에 딱 맞는 비유인 듯싶었다. 한 수저, 두 수저 먹다보니 그릇 끝, 샐러드와 밥이 남아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그 부분에서는 신기하게도 와사비 맛이 났다. 와사비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먹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정말 만족스럽게 그릇을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식당을 나와 걷는 걸음은 꽤 신나있었다. 나긋한 토요일 저녁에 카레를 먹자고 하는 것은 어쩌면 진부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별미를 맛본 까닭에 기분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저녁이 유달리 맛있어서 밤공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기분을 다른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었다. 나긋한 저녁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소박한 식당에 한 번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본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형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