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흉악범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 두 권리의 간극
  • 신현솔 기자
  • 승인 2018.12.10 08:00
  • 호수 639
  • 댓글 0

흉악범을 지켜주는 나라?

조두순의 출소일이 2년 남짓 남은 이 시점,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조두순의 얼굴 공개 여부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추가 범죄 가능성을 막기 위해 조두순의 얼굴 공개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91.6%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조두순 출소 반대’라는 주제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에 따르면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고한 국민들을 지켜주는 법이 되려 흉악한 범죄자를 지켜주는 법으로 작용하였다는 여론이 올라왔다.

조두순 사건 이후, 2010년에 특정 강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신설됐다. 특례법에 따르면, 살인, 성범죄, 약취·유인, 강도, 폭력 등 특정 강력 범죄사건 발생 시 수사기관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조건을 갖추면 피의자의 얼굴,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조두순 사건은 2008년에 일어난 사건으로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또한, 위 조항들 역시 규정만 했을 뿐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놓고 보면 범죄자의 신상 공개 여부는 수사 당국에 달려있다. 수사 당국에서는 추후 무죄로 밝혀졌을 경우 신상 공개 책임 여부를 따질 수 있기 때문에 범죄자의 얼굴 공개를 최대한 꺼리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의 강력한 처벌

대한민국과 달리 다른 나라들에서는 흉악범의 인권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먼저 생각해 범죄 재발을 방지하고 사회적 공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연행하는 형사의 얼굴을 가린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부분 언론은 범죄자는 마스크와 모자를 써 얼굴을 가리고 연행하는 형사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공개된 형사를 범죄자로 착각하는 경우도 잦으며, 언론의 노출 방식에 의해 일반인보다는 범죄자를 우선시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역시 특정 강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의무로 작용해 범죄가 발생하면 범죄자의 신상 정보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 영국은 13세 이하 어린이에게 성폭행을 저지르면 무기징역을 받게 되고, 독일과 캐나다는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범죄자에게 성 충동 약물치료를 가한다. 또한, 중국과 인도의 경우에는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공개처형에 처하게 된다. 또한, 뉴질랜드에서는 위험한 성범죄자들에게 GPS 발찌를 채우고 평생 감시하도록 돼 있다.

 

사회적 견해의 충돌

대한민국 대부분 여론은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도 일반 성범죄자는 대부분 공개하지 않으며, 일반 성범죄자와 달리 갱생 가능성이 거의 없고 해악이 매우 큰 아동 성범죄자만 공개하고 있다는 상황이다.

범죄자의 신상 공개에 찬성하는 입장으로는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적 공익을 위해서라는 의견이 다수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오히려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를 비롯해 일반 성범죄자까지 신상을 공개한다면 사회적으로 매장되어 더 재발률이 높아질 것이라 비판한다. 즉, 성범죄자의 갱생을 막는다는 점이다. 더불어 우려하는 부분이 성범죄자의 가족들이 연좌제와 같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연좌제란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하는 제도이다. 대한민국과 같이 사회적인 인맥과 지위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가족 중 한 명이 성범죄자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표된다면, 성범죄자를 비롯해 가족들까지 사회적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전문가들이 성범죄자 처벌에 관한 사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에 대한 부분은 더욱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하며, 신상 공개에 한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 압도적이었다.

 

처벌의 목적을 되짚자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바로 처벌을 왜 하느냐이다. 처벌이란 죄에 대해 형벌을 가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범죄자가 스스로 반성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게 범죄자를 교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범죄자는 처벌이 다 끝난 후 사회구성원으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국가에서 인권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예외적인 경우는 제외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최근 국민 여론에 힘입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범죄자의 가족이 자살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친족 간 일어난 성범죄의 경우를 본다면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됨과 동시에 피해자의 인권 역시 침해된다고 볼 수 있다.

개인과 사회는 범죄자에 대해 다른 태도를 지녀야 한다. 개인은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감정적으로 화가 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회도 똑같은 태도를 가져선 안 된다. 범죄자도 사회구성원의 한 명임을 인식하고 다시 재범하지 않게 범죄자를 교화시켜 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사회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목적이며, 신상 공개에 매우 신중히 처리하는 이유이다.

 

<범죄와 인권> 강의를 하시는 류병관 법학과 교수를 만나 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사안은 현재도 우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전, 어떤 부분들을 주의깊게 생각해야하는지,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난 후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어떨까.

 

범죄인권에 대한 류병관 교수의 의견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의 감정에 따르면 범죄자를 무조건 처벌하고 신상 공개를 해야 한다고 한다. 감정적으로는 이 부분에 동의하지만, 인권의 역사를 봤을 때 무조건적인 처벌과 공개는 옳지 않다. 현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의 가장 큰 원칙이 무죄 추정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는 1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무죄로 보고 있고, 2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무죄로 보고 있다. 대부분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게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이다. 그중에 일부라도 정말 무죄인 사람을 처음부터 확정시켜놓고 낙인찍어두면 나중에 무죄판결이 났을 때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런 역사가 있었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형벌은 또 다른 범죄의 조장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징역 20년을 받고, 장래 위험 소지가 있다고 하면 전자 발찌를 차고 다니거나 신상 공개를 하는 제도, 화학적 호르몬 억제를 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것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 이중처벌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형벌로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지만, 위와 같은 형벌은 치료보다는 또 다른 처벌의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범죄 억제 효과보다는 사회에 대한 반감이 일어나고, 또 다른 범죄를 조장한다. 이는 신상 공개를 하지 않아도 범죄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에 해당한다. 그리고 문제는 그 사람의 처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후의 범죄 예방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런 강력한 처벌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 추진하면 되지만, 위와 같이 실행해도 성범죄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계속 저지르는 재범이 아니라 초범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그 중,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청소년들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위와 같은 처벌들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력한 처벌만이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아동 돌봄이 시스템으로 범죄예방

성충동약물치료법은 한 사람당 500만 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쓰이는 돈은 약자에 대한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해야 하는 데 써야 한다. 따라서 이런 돈을 아동 돌봄이 시스템에 더 투자하는 것이 좋다.

학교가 못하면 국가가 최소한 등하교 시간에는 보호해줘야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아동 성범죄의 90%가 통근 시간에 일어나고 있는데 여기서 범죄자 처벌법을 강화하는 것보다 약자들을 보호해줘서 범죄자들에게 범죄 기회 자체를 안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안 나오게 해야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범죄자를 낙인찍고 처벌하여 사회로부터 배척시키는 것은 범죄자를 키우는 것이다.

신상 공개는 무죄 추정에 반하는 인권침해가 크고, 이에 대한 효과도 긍정적이지 않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개되어야하며 무분별하게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신중해야하는 부분이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현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