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사설
두개의 정의 사이의 딜레마
  • 창원대신문
  • 승인 2018.11.12 08:00
  • 호수 637
  • 댓글 0

지난 달 14일(일) 강서구 피시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을 채워가는 현재에도 이 사건은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바로 사건이 발생하고 전 국민이 분노한 지 5일이 지난 19일(금),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게시한 것.

그는 “나는 강서구 피시방 피해자의 담당의였다”라고 밝히며 글을 시작했다. 그가 쓴 글에는 피해자가 입은 자상들과 그 흔적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의 주관이 담겨있었다. 그 글에는 매스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도 있었고, 이는 결국 사람들의 분노에 기름을 쏟아붓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관심과 분노를 일으킨 동시에 ‘의료 윤리’를 어겼다는 비판을 피해갈 순 없었다. 환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언급도 없이 환자에 대해 너무 상세하게 공개적인 글을 썼다는 것이다. 물론, 글의 특정 부분에 자신의 글이 의료 윤리에 위반됨을 인지하는듯한 부분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그런 표현이 섬뜩할 정도로 상세한 그 글을 변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의도는 의도일 뿐, 결국 면죄부가 되지 못 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그의 행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된다.

아마 글을 쓴 남궁인 의사도 ‘피해자와 정의를 위해 펜을 들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위해서 펜을 내려놓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했을 것이다. 이 두 개의 정의 속에서 딜레마를 겪었을 것이다. 의사로서의 정의와 인간으로서의 정의, 그리고 그는 후자를 택했다. 사실 기자 또한 해당 사건을 보고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한 만큼, 후자를 택한 그의 행동에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확실히 그 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분노하며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소리 내어 외쳤지 않은가. 하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나 모순적이게도 물론 ‘그가 이미 세상을 등진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적어도 그의 유가족들에게라도 동의를 구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살아있는 환자는 그에게 어떤 의사를 표명할 수 있지만,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므로 어떤 의사도 전할 수 없지 않은가. 허락받지 않고 그의 죽음을, 당사자의 의사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인생의 최후를 글로써 박제한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글을 읽는 기자도 느끼는데 하물며 글을 쓴 남궁인 의사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그도 우리처럼 인간으로서는 분노했지만, 의사로서는 냉정했을 수도 있다. 딜레마에 직면한 많은 인간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 간극에 회의를 느끼며, 고민하며 글을 써 내려갔을 것이다. 물론, 두 개의 정의니, 딜레마니 하는 말들은 결국 그의 글을 보며 감정적으로 동요한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누군가의 말대로 그가 자신의 화제성 그리고 사회의 문제에 발 벗고 나서는 의사라는 타이틀을 위해 쓴 글일지도 모르겠다. 확신할 순 없다. 그건 오직 당사자만 아는 문제니 말이다. 다만, 기자는 그런데도 ‘인간과 의사’, 그에게 두어진 두 개의 정의 중에서 인간의 것을 택한 그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 믿을 뿐이다. 또한, 부디 그가 두 개의 정의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진정으로 그가 선택한 정의의 편을 든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원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