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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간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
  • 창원대신문
  • 승인 2018.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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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는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 전설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먹이를 잡아먹은 후 악어가 거짓으로 흘리는 이 눈물은 현대로 오며 위선자의 거짓 눈물, 교활한 위정자의 거짓 눈물 등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지난 18일(화) 대전시에 위치한 동물원 대전오월드에서 8살 암컷 퓨마 탈출소동이 벌어졌다. 퓨마는 오전 사육장 청소를 마친 직원이 깜빡하고 잠그지 않은 철문을 통해 동물원을 탈출했다. 뒤늦게 이를 눈치챈 사육사로 인해, 오후 5시경 퓨마 탈출 소식이 관련 경보 문자로 대전시민들에게 전해졌다.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퓨마 포획을 위해 경찰특공대와 사육사, 119 특수구조단의 협력으로 추격전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오후 6시 49분경 퓨마는 동물원 안 배수지 인근 출렁다리에서 사육사에 의해 마취총을 맞았으나, 마취총에 맞고도 계속 이동해 결국 포획하지 못했다. 사고 발생의 위험을 대비해 수색대 측은 '발견 즉시 사살해도 된다'는 허가를 내렸고, 그 후 9시 40분경 동물원 근처 건초보관소에 나타난 퓨마는 사살됐다.

탈출한 퓨마는 평생을 동물원에서 사육됐으며, 약간의 자폐증 증상으로 인해 열린 문밖으로 나가서도 멀리 달아나지도 못했다. 동물원 안에서만 두 번 목격됐으며, 심지어 한 번은 정리하려고 내놓은 큰 건초 상자 안에 들어가 웅크린 채로 발견됐다. 넓은 초원을 달리며 살아갈 운명이었던 퓨마는 자신이 평생 살아온 동물원이라는 울타리를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사살 이후 동물 학대와 동물권 보호를 근거로 동물원 폐지를 외치며, 많은 이들이 인간의 실수에서 시작된 퓨마의 죽음에 분노하고 슬퍼했다. 바로 인간이, 슬퍼했다. 하지만 우리가 슬퍼하며 흘리는 이 눈물이 위에서 언급한 악어의 그것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예전부터 인간과 동물,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한 공존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결국 결론은 ‘어쨌든 인간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주인으로 발 디디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당연한 말이며, 같은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긍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저지른 일들이 정당화되는가. 필연적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는가.

인간은 그들에게서 자연을, 본능을, 삶을 빼앗았다. 인간은 보호라는 명분으로 자신들이 만든 울타리를, 작은 세상을 소비하고 즐겼다. 모든 것을 뺏긴 채, 철조망에 갇혀 있는 그들을 보며 우리는 즐겁게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눈물을 흘리며 그만하자고 한다. 이제라도 그들을 위하자며, 그들을 세상 밖으로 풀어주자고 외친다. 인간이 만들어 온 세상을, 스스로 파괴하고자 한다.

심지어는 사살된 퓨마를 박제해 교육용으로 쓰겠다고 한다. 대체 그것으로 후세에게 무얼 가르쳐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죽음도 우리의 소유라는 사실을,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가르쳐주려는 것인가. 결국 인간의 욕심으로 그들을 가두고,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그들을 외면하고, 인간의 위선으로 그들을 사랑하려 한다. 진정으로 눈물을 흘릴 자는 우리인가, 그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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