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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칼럼] 시작의 즐거움
  • 정현진 편집국장
  • 승인 2018.09.03 08:00
  • 호수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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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틈에 벌써 신문사에 입사한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입학 전 ‘대학가면 학교 신문사가 있을거야. 너랑 어울린다. 꼭 들어가 봐’라고 친한 언니가 해준 말이 기억나 무작정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봤던 것이 눈에 아른거린다.

항상 나에게 있어 시작은 그랬다. 뭔가에 빠지면 어떻게든 끝을 보던가, 내 손에 결과물을 안겨줘야 직성이 풀렸다. 앞 뒤 안보고 오직 그것 하나에만 집중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사로잡았다. 마음과 몸이 쏠린 그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다른 생각을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로 추진력을 쏟아 부었다. 가끔은 왜 더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지 못할까 라는 자책에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했다. 분명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고 조금 더 여유롭게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시간이 그저 아쉽게만 느껴졌다.

한창 나를 불태우고 남은 것은 뿌듯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의구심이다. 순식간에 연소가 일어난 것처럼 화르륵 타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다행히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지만 과연 이렇게 빠른 걸음을 걸었어야 했을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았다면, 주변 사람들과 조금만 더 얘기를 나눴다면 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텐데. 항상 시작의 선상에 선 나에게 더 필요했던 것은 나의 내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나 자신만의 결과물이었다. 내가 뿌듯해하면 그만이었고 좋아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앞 뒤 안보고 달렸다.

하지만 가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어느 순간 의무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의 감정은 참 혼란스러웠다.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단순히 즐기는 것과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의 괴리감은 생각보다 컸다. ‘그냥 재밌어서 하는거에요’라고 얼버무리기에는 ‘너가 지금 좋아하는 것만 할 때야?’라는 질책이 돌아올까봐 무서웠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어 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진심으로 즐기면서 하고 있는 것이 ‘해야한다’라는 의무감에 사로잡히는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즐길 수 있는 것은 마음 내려놓고 단순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은 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때 그것이 정말 나만의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감히 내 생각을 말해본다.

지금 나는 새로운 시작 앞에 서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마음으로 끝까지 가보고 싶다. 재밌어서,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 부담감에 그만둔다면 돌아오는 후회가 더 크지 않을까. 첫 국장칼럼을 작성하면서 이번 학기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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