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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사거리] 여름의 맛
  • 이은주 수습기자
  • 승인 2018.06.11 08:00
  • 호수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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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에서 파는 생과일이 추가된 요거트 아이스크림

조금 과장해서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근래의 여름. 더위를 잘 타지 않는 기자마저도 때때로 견디기 힘든 나날들. 특히나 정오를 지나, 태양이 머리 꼭대기를 넘어 기웃거리는 여름의 오후는 말 그대로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어느덧 우리는 매년 ‘더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더위를 무찌르고자 오만 궁리를 한다. 아이스크림, 에이드와 스무디 등 갖가지 찬 음료, 과일을 듬뿍 넣은 톡톡 쏘는 화채, 하지만 이 강력한 무기들도 결국 무시무시한 더위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기자를 무력에서 구원해 줄 든든한 지원군을 만났다.

때는 거슬러 작년 여름, 정확히는 여름의 열기가 서서히 제 힘을 다하지 못할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공강 시간에 간단히 점심을 먹고 과방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친한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인문대에 올 때 카페에서 커피를 사다 줄 수 있냐는 거였다. 기자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어디 카페에서 사가면 되냐고 물었다. “카파말이야, 카파” 처음 듣는 상호에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너 진짜 그거 먹으면 한동안 다른 거 못 먹을걸?” 거기가 어딘지 모르냐부터 시작해서,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는 기자가 주문을 마칠 때까지 그칠 생각을 안 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생과일 추가,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를 뭐 그리 극찬을 하는 건지.

하지만 막상 음식이 나오니 이렇게 생각한 기자도 처음 본 순간부터 침을 꼴깍거렸다. 숟가락 위에 요거트와 과일을 적당히 올려서 한 입, 그렇게 먹다 보면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상큼하고 달콤한 과일들이 입안을 즐겁게 채운다.

물론 더위 자체가 사라진다기보다는, 불쾌함으로 얼룩덜룩해졌던 여름에 대한 잔상이 상큼하고 부드럽게 바뀌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덕분에 지금도 여름은 여전히, 혹은 더 무자비하게 더위를 들이밀지만 적어도 기자에게 여름은 더 이상 불쾌하기만 한 계절은 아니다.

열기가 바람 속에 살살 스며드는 6월. 문득 여름이 코앞에, 아니 이미 다가왔음을 느낀다. 혀끝에 감각을 집중하면 그때 느낀 상큼하고 또 파릇파릇한 여름의 맛이 떠오른다. 기억속의 맛, 아니 추억을 곱씹는다. 당신의 혀끝에 남아있는, 여름의 맛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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