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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규칙적 사회 속 규칙을 논하다
  • 신현솔 기자
  • 승인 2018.05.28 08:00
  • 호수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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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개인이 모여 사회가 형성되며, 형성된 여러 사회는 추구하는 무엇을 얻기 위해 끝없는 경쟁을 시작했다. 경쟁은 이타주의를 없애고 이기주의만을 남겼으며, 과도한 경쟁은 곧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 속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규칙’이다.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 또는 제정된 질서를 규칙이라 한다. 규칙은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며,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사회를 위해 규칙은 때론 법적 효력을 발생시켜 다수를 보호하며 소수를 처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규칙은 사회가 만든 인위적인 것이므로 지키는 것도, 지키지 않는 것도 개인에게 달려있다. 왜냐하면, 개인과 규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인 것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차를 운전할 땐 신호를 지켜야 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면접을 봐야 한다. 하지만 차 안에 위급한 환자가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규칙은 적용되지 않으며, 일명 ‘낙하산’이 있다면 면접은 그저 형식상 차례에 지나지 않는다. 구급차가 지나갈 때 신호를 어겨도 된다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고, ‘낙하산’은 무조건 붙어줘야 한다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다. 전자의 경우는 사람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암묵적으로 허용한 규칙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후자의 경우는 사람들이 권력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암묵적으로 허용한 규칙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

불규칙은 힘과 세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강자와 힘과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약자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강자는 자신들이 결정을 바꿀만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규칙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규칙을 어긴다 해도 강자는 어긴 대가를 치르지 않을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약자는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규칙을 어긴 대가가 약자에게 두려운 존재로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속 피해를 보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힘과 세력이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고 꿈을 키워나가는 평범한 사람들. 대학생 혹은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에서 위의 경우를 많이 겪고 있다. 밖에서는 그저 똑같은 사람이지만 면접장 안에만 들어가면 자신은 ‘을’이 되고, 면접관인 ‘갑’에게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 그래서 면접장 안에서 대놓고 ‘갑’이 ‘을’에게 망신을 줘도, 타당하지 못한 이유로 ‘을’을 떨어트려도 옳은 소리 한 번 못하고 나갈 수밖에 없다. 간절한 조금의 희망을 잃기에 노력한 과정이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우리는 노예제, 카스트제, 신분제와 같이 정형적이고 고정적인 삶의 흔적들을 밟아왔다. 하지만, 현대의 계층 체계는 과거와 달리 비정형적이고 유동적인 것이 특징이며 계층 간의 이동 역시 개인의 능력과 업적에 달린 개방적인 구조이다. 물론 과거보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가치를 위해 많은 것을 노력하고 있지만, 불규칙을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밖에 없는 규칙이 변화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듯 우리는 규칙적인 사회라고 포장된 불규칙적 사회 속에서 여전히 규칙을 논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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