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칼럼
[숨은 이야기 찾기] 비키니 속 섬뜩한 비밀
  • 이은주 수습기자
  • 승인 2018.05.28 08:00
  • 호수 631
  • 댓글 0
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수영복 비키니

사람마다 제각기 떠올리는 ‘여름’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작열하는 태양을, 누군가는 잘 익은 수박을 또 다른 누군가는 비키니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사실, 뜨거운 여름의 상징으로만 여겼던 비키니 속에는 섬뜩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서태평양 미샬군도에는 수십 개의 산호로 둘러싸인 ‘비키니(Bikini)’라 불리는 섬이 있다. 동그란 비키니섬은 그 가운데에 산이 있고, 그 주변은 호수인 아름다운 섬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저주받은 땅이 됐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영복인 비키니란 이름도 이곳에 내린 비극에서 왔다.

세계 2차 대전 종전 1년 후인 1946년 7월 1일, 비키니섬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날은 미국이 비키니섬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날이기도 하다. 2년 후에는 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섬 원주민들을 사전에 강제이주 시켰지만, 원주민들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야 겨우 섬에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섬에 가득한 방사능 때문에, 1978년 다시 섬을 떠나야 했다.

비키니섬 핵실험이 있고 나흘 뒤인 7월 5일, 프랑스 파리 패션쇼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의 수영복이 등장했다. 루이 레아르라는 디자이너가 전신을 가리던 기존의 수영복과는 달리 신체 일부만 가리는 파격적인 수영복을 내놓은 것이다. 심지어 그는 비키니섬 핵실험의 충격만큼이나 충격적인 패션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새로운 디자인의 수영복에 비키니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연히 기존의 수영복에 익숙해져 있던 디자이너들과 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이는 패션계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비키니섬 핵실험의 비극은 수영복 비키니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에 숨어있다. 유명 영화 <고질라> 시리즈도 이 핵실험을 모티브로 삼아 나오게 됐다. 지난 2014년 할리우드판 레전더리 시리즈 첫 작품에선 아예 새 고질라의 압도적인 내구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핵실험이 사실은 핵폭탄으로 고질라를 죽이려다 실패한 실전이라는 설정을 도입했다.

또한,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주 무대인 비키니 시티란 이름도 핵실험이 행해진 미샬군도에서 유래했다. 이를 증명하듯 스폰지밥 내에서도 버섯구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비키니를 보거나 떠올릴 때, 그 속에 숨은 저주받은 어느 섬과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은 곱씹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은주 수습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