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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사거리] 그때 그 두루치기
  • 유세영/사회대·국제관계 13
  • 승인 2018.04.02 08:00
  • 호수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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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엄마손 ‘두루치기’

막 창원대학교에 발을 내디뎠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 고등학교의 통제와 압박에서 벗어나 낭만적인 대학 생활을 꿈꾸던 그때는 어떤 생활과 성장을 하게 될지 한껏 들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기대하게 했던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평소 친구를 잘 사귀지는 못했지만, 그런데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나에게도 큰 재미이며, 기쁨이었다. 그 때문에 새로운 인연은 그 풋풋했던 한 새내기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 덕에 나의 점심 식사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수업시간에 선뜻 말을 걸어온 친구가 있었다. 과제와 관련된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그것을 계기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하루 문득 ‘같이 점심을 먹자’는 친구의 물음은 다소 외롭던 내 대학 생활에 자그마한 기쁨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이 순간이었다. 나에게도 이십 대의 처음, 소중한 친구가 생긴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학교 정문을 지나 ‘엄마손 분식’이라는 작은 식당에 가기로 했다. 두루치기가 맛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친구는 다른 아이들은 한 번쯤 그곳에서 두루치기를 시켜먹었다고 말했다. 원래 유행하는 것은 따라 해 보고 싶은 게 사람 심리가 아니던가. 우리는 식당에서 약속대로 두루치기를 시켰다. 막상 나온 두루치기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저 여느 식당에서 먹었던 약간 매운 그 두루치기의 맛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 시절 먹었던 그 음식을 쉬이 잊을 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3학년이 된 지금도 내게 여전히 소중한 사람으로 남아있는 친구와의 첫 점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맛있는 음식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맵고 강렬한 맛을 추구할지도 모른다. 혹은 시원하고 감칠맛 도는 음식을 맛있다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는 맛있는 음식은 바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먹은 음식이다. 내게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은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그리고 가장 즐거운 순간에 먹은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그때 그 두루치기, 나는 스물다섯이 된 지금까지도 그때보다 맛있었던 두루치기를 기억할 수 없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했던 기억과 감정이 분명 그 음식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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