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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똥군기’
  • 신현솔 기자
  • 승인 2018.03.19 08:00
  • 호수 627
  • 댓글 0

군기의 계절이라 불리는 3월. 각 세대는 사라지지 않는 뿌리 깊은 ‘똥군기’로 이곳 저곳에서 고통받고 있다.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치욕스러운 일들, 군대에서 발생하는 선후임 간의 폭행들, 직장에서는 똥군기로 인한 자살까지. 언론과 SNS 등을 타고 꾸준히 언급되는 ‘똥군기’는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에게 자리 잡고 있는 걸까. ‘똥군기’의 유형과 해결 방법에 대해 함께 얘기해보자.

 

똥군기는 어떻게?

 

대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학가에서의 군기란 다양하고 상상을 초월한다. 술 강요부터 시작해서 술에 가래침, 음식 쓰레기를 섞어 강압적으로 먹인다.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명단과 이름을 외워 시험을 보며 동기 1명이 지각하면 전체가 운동장을 뛴다. 알바천국에서 지난 2월 19(월)부터 3월 5일(월)까지 20대 대학생 회원 1,028명을 대상으로 ‘똥군기’를 비롯한 갑질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57.6%의 대학생이 갑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군대에서 군기 역시 존재한다. 부대 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폭행 사건.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심할 경우 동성 간의 성폭행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여군 역시 심심찮은 음담패설이나 성희롱, 남군부서원들이 여군부서원들에게 하는 몸매 품평 역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은 직장 내 군기이다. 특히 간호사들 간에 일어나는 ‘태움’이라는 군기.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간호사들 내에서 신입을 가르치거나 길들이는 방식을 지칭하는 은어로 사용된다. 지난 2월 15일(목) 국내 유수의 대형 종합병원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는 한 간호사가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 이 역시 입사한지 6개월 채 되지 않은 신입의 꿈을 태워버린 ‘태움’이라는 문화 때문이었다.

 

똥군기의 뿌리는

 

똥군기가 사회에 만연해진 이유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동조와 복종에 대한 심리학적 본성 때문이라는 것. 우리는 권위를 갖춘 사람이 비이성적이거나 공격적인 명령을 내리면, 더군다나 그 명령을 다수가 따르면 의문을 품지 않고 그대로 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밀그램 실험, 스탠퍼드 교소도 실험의 결과이며 보통 80%의 인구가 공격적인 명령에도 순응한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 관료제 사회에서는 하급자보다 상급자에게 더 대항하기 힘들다. 능력이 좋은 사람은 다수에게 인정을 받고 자신의 앞가림을 할 처지가 된다. 하지만 더욱 능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대항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내리는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당하는 사람이 약자면 약자일수록 똥군기는 더욱 노골적이고,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 유교 문화는 강력한 계급 사회에 기반을 두고 계급 순서대로 삶을 살아가야 했다. 물론 약자의 일반적인 복종이 아닌 약자와 강자 사이의 배려와 예 역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부터 이러한 배려와 예가 온전히 지켜져 왔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강자들의 의무를 버리고 약자에게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는 부정할 수 없는 예였고 여기서 우리는 유교 문화의 탓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좋은 문화 VS 나쁜 문화

 

이러한 군기 문화를 두고 좋고 나쁨을 논하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좋은 문화라는 의견에는 ‘똥군기’를 행할 시,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하급자에게 가혹한 행위를 한다는 것은 심한 반발을 일으킬 수 있고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반박 역시 존재한다. 이 외에도, 똥군기가 나쁜 문화라는 이유에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서열문화를 답습해온 것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즉, 아랫사람을 자연스럽게 무시하는 문화는 옳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이다.

 

똥군기를 없애기 위해

 

그렇다면 이러한 안 좋은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 대놓고 맞서는 대응책이 있다. 애초에 똥군기란 근거와 원리가 없이 행해지는 문화여서 논리적이게 대항한다면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 학교, SNS 등 수많은 사람에게 알려 그들의 실체를 밝혀야 할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과 뉴스를 통해 많은 대학교와 직장 내 똥군기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예전과 비교해 대놓고 심한 행위를 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두 번째는 법적인 처리 방법이다. 가장 정식으로 확실하게 처리할 방법이지만 증거를 모으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증거만 있다면 신고 후 발생하는 협박, 강요 역시 죄가 될 수 있으니 확실히 똥군기를 없애는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소위 갑질이라 불리는 똥군기는 이제 막 한 걸음 내딛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모든게 낯선 사회초년생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우리가 당했다고 해서 안 좋은 문화를 다시 후배들에게 갚아줄 생각보다는 우리가 당했으니까 여기서 끊어내자는 생각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똥군기를 없앨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적인 처리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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