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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사거리] 햄버거 먹는 경찰
  • 이차리 편집국장
  • 승인 2018.03.19 08:00
  • 호수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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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터치의 주력 메뉴 싸이버거 세트

군복이 아닌 경찰복을 입고 보낸 20대 초반의 1년 8개월. 복무했던 경찰서는 군의 중앙에 있었다. 20년 동안 시에서 자란 기자에게 군의 이미지는 그저 논밭이 펼쳐진 곳이다. 실제로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경찰서 근처에는 집에서 자주 가던 햄버거 가게 M사가 없었다. 대신 새로운 시장인 ‘맘스터치’가 자리했다. ‘어떻게 흔한 M사가 하나 없지?’란 생각이 20개월 계속 들었지만,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어봤다. 그렇게 새 시장은 지금까지 즐겨 찾는 곳이 됐다.

즐겨 먹던 햄버거는 ‘매콤한 통다리살 패티가 통째로~~’란 메뉴의 설명처럼 가슴살이 들어간 M사의 제품과는 다른 맛을 선사했다. 식욕이 엄청났던 그때 세트 하나는 항상 입맛을 다지게 했다. 그러다 광고지에 보인 메뉴는 햄버거 10개와 콜라 1.25L를 묶음 판매하는 세트였다. 저걸 언제 먹어볼까 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임이 전역하기 한 달 전 먹어봤다.

당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그 선임은 동갑인 후임들과 친구처럼 지내기 시작했다. 물론 기자 역시 친하게 지냈지만, 마지막까지 예의를 갖춘다는 구색으로 선임 대우는 했었다. 이미 훨씬 밑의 후임들은 말을 편하게 하지만, 기자는 정작 제일 친하다면서 그렇게 하질 못했다. 하지만 일은 쉽게 터졌다. 한 달에 두 번, 휴무일에 맞춰 외출할 수 있던 우리는 피시방이나 가던 평소와 달리 등산을 택했다.

가방 속에 햄버거 10개와 콜라를 넣고 시작한 등산. 얼른 정상에 올라가 햄버거 먹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다. 하지만 실외 근무하는 대원들과 달리 사무실에서 행정 업무만 담당하다 보니 체력은 금방 바닥을 보였고, 숨이 찬 목소리로 앞서가는 선임에게 말했다. “잠깐만, 좀 쉬다 가자”. 내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는 선임의 표정은 어이없음이 절실히 보였으나 연이어 서로 웃음이 터뜨렸다. “이 녀석 봐라?”로 시작한 다음의 대화는 선·후임이 아닌 마치 몇 년 된 친구처럼 정상까지 이어갔다. 그리고 정상에서 같이 먹은 햄버거는 맘스터치를 알고 난 뒤 먹은 것 중 제일 맛있게 기억난다.

일이 힘들어 지칠 때는 경찰서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진다. 내가 생각해서 일 할 필요가 없고, 그저 위의 지시를 받아 시킨 일만 하면 되던 곳. 위, 아래로 각각 13명씩 싫은 사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그때.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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