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문이 지난해 보도한 세 편의 기사가 다른 대학 학보 기사와 일치하거나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제보가 겨울방학 중 있었다. 기사를 대조해 보니 아이디어의 도용 표절이 명백했다. 아연실색할 일이었다. 세 편의 기사 모두 동일한 기자가 작성한 것이었다. 알아보니 이 기자는 우리 신문을 퇴사해 군 복무 중이었다. 편집국장이 면회를 가서 직접 대화한 결과 그는 타 신문 기사를 참조한다는 것이 그만 지나쳐 일부 표현 등을 무단 전재했고, 그리고 유사한 과오를 반복적으로 범하게 되었음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사 표절을 반복적으로 행한 행위에 대하여 엄중한 문책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직 기자라면 해임 감이다. 전직 기자라 해임이나 다른 징계 처분을 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질책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잘못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질정해 바로잡아야 하는가?

문제가 된 세 편의 기사는 모두 대학 면의 기사였다. 해당 기자가 기사를 기획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른 대학 신문의 기사들을 살펴보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수습기자 훈련 시 그렇게 하는 것을 교육받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쓴 기사를 참조하거나 인용할 때 그러한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그것을 짐짓 자신이 고안한 것처럼 표현하면 표절임을 유념해야 한다. 언론의 기능은 정보 전달과 여론 형성임을 앞세우면서, 형식이나 분량 면에서도 기사마다 학술논문과 같이 일일이 주를 달아 출처를 밝히기 곤란하다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사 표절은 다른 사람의 기사를 도용하는 것에 앞서 자신을 속이고, 동료 기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론의 사명은 정론·직필이고 더 줄이면 정직이다. 기사 표절은 언론의 근본을 송두리째 망치는 일이라는 점에서 학보사로서 공동책임과 위기의식을 갖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기사 표절은 해당 기자의 일탈 행위가 분명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차고 넘치는 정보로 인하여 그 어느 때보다 표절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기술적 환경 또한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이같은 기술적 요인에 주목하거나 개인적 잘못을 규탄하는 것만으로는 재발 방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보다 구조적이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다만,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 기자는 미숙하고 뭔가 잘하고자 하는 의욕이 승한 나머지 잘못을 범할 수 있기 마련임을 감안하여, 건강한 기자윤리를 함양하여 내실 있게 확립하는 것이 중요함이 물론이다.

표절 기사는 626호를 발간한 본지 역사상 초유의 씻을 수 없는 추문이다. 더욱 부끄러운 점은 외부의 제보가 있기까지 스스로 감지하지 못한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수치를 자복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사죄하고 독자들에게 용서를 구함으로써 같은 과오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정론·직필의 의지를 밝히고 굳히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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