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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겨울의 단상
  • 박현석/경영대·경영 13
  • 승인 2017.12.11 08:00
  • 호수 625
  • 댓글 2

언제나 이불 밖은 나오기 힘들지만, 날이 부쩍 추워진 요즘은 더 하다. 이불에서 나와 잘 열리지 않는 창문을 열어보면 항상 예상했던 온도보다 더 낮은 공기가 훅 들어온다. 작년보다 덥지 않았던 올해 여름, 겨울이 오길 기다린 나였건만, 막상 코앞에 오니 고백하는 사람처럼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있는 행세다. ‘소설(小雪)’. 절기상 이맘때쯤 첫눈이 내린다고 한다.

겨울이면 첫눈, 전기장판, 기말고사, 크리스마스 등 몇 가지가 생각난다. 윤동주의 시처럼 별 하나하나마다 생각나는 단어를 붙여도 될 정도이다. 날이 추워지면 추워질수록 ‘여름잠’ 자고 있던 패딩을 깨울 시기가 빨라진다. 겨울마다 피는 동백꽃처럼 나의 빨간색 패딩도 조심히 몸을 푼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붉은색이 예뻐 보인들 왠지 유행하는 것들과 동떨어져 보인다. 패딩은 유독 그 주기가 빨라 보인다. 10대 시절 검은색 노스페이스 패딩부터 시작해, 색 있는 패딩으로 그리고 불과 얼마 전까지 유행하던 비싼 가격대인 캐나다구스나 몽클레르의 구스다운까지. 가격대가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내려오는 법이 없어 부모님의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작년부터는 연예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롱패딩이 바통을 이어받아 급속도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이미 롱패딩을 입고 다니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은 롱패딩을 교복인 듯 입고 다닌다. 몇 사람들은 이를 보고 ‘비싸고 개성 없는 옷들 사놓고, 유행이 지나면 부모님이 입을 것 같다’라며 비아냥댄다. 나 또한 노스페이스 패딩을 부모들이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며 속으로 비아냥거리는 사람 중 하나였으리라.

뺨을 에는 듯한 바람 속에 짧은 패딩을 여민다. 집으로 가는 길, 인파에 섞인 롱패딩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다리도 따뜻하니까 샀을 수도, 또는 롱코트처럼 꾸준히 인기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깨어있는 사람처럼 꿰뚫어 보듯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교만이 아닐까? 평창 롱패딩을 사러 200명이 밤새도록 줄을 섰다는 기사와 더불어 이를 재판한다는 뉴스를 봤다. 댓글을 보면 과거의 내가 어깨를 붙잡고 ‘너도 이랬어’라며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언 땅에서 싹이 틀 때가 오면 롱패딩은 장롱 속에서 겨우내 언 몸을 녹일 것이다. 다시 추위가 오면 무엇이 유행할지는 몰라도 같지만 다른 패딩일 것 같다. 다만, 차가운 말로 비아냥거리지는 않을 내가 그 속에 있을 것이다. 강렬했던 햇살이 희미하게 바뀐 걸까, 싸늘한 기분이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추위는 가실 기미도, 거세질 기미도 보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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