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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주는
  • 이차리 기자
  • 승인 2017.11.13 08:00
  • 호수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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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조은태 전문기자

우리는 태어난 년, 월, 일 그리고 시간 총 네 가지의 숫자와 함께 세상에 태어난다. 이 숫자들은 갑, 을, 병으로 시작하는 천간의 한자 하나와 자, 축, 인, 묘로 시작하는 지지의 한자 하나의 조합으로 읽힌다. 연월일시 4개의 기둥에 각각 두 자의 한자, 총 여덟 자의 한자가 적혀있어 ‘사주팔자(四住八字)’라고 한다.

‘사주팔자는 날 때부터 타고난다’는 속담이 있다. 운명은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이르는 말로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사주팔자를 봤음을 알 수 있다. 과학의 시대인 21세기의 관점에서 사주팔자는 하나의 미신으로 여기지만, 여전히 점집에 찾는 사람은 많다. 사람들은 왜 사주팔자를 보며 미래를 점치려 하는 걸까?

 

사주팔자, 읽고 싶다

우선 사주팔자를 알기 전, 음양과 오행을 알아야 한다. 음양은 서로 대립하나 함께 공존한다. 일반적으로 음양은 땅과 하늘, 달과 해, 겨울과 여름, 밤과 낮, 여자와 남자 등 모든 대립적인 만물과 형상을 상징한다. 그리고 오행은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로 서로가 상생 또는 상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申), 임(壬), 계(癸) 10개의 천간과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12개의 지지는 음양오행 중 한 가지 속성에 해당한다. 그리고 천간은 하늘을, 지지는 12마리 동물을 상징한다. 지지는 흔히 우리가 무슨 띠라고 할 때 부르는 동물이다. 이때 12마리 동물을 순서대로 나열한 후, 4칸씩 건너 이루는 3마리의 조합은 조화를, 6칸씩 건너 이루는 2마리의 조합은 불화를 상징한다. 이런 음양의 조화와 오행의 활용을 바탕으로 조합해 사주를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7년 11월 13일(월) 오전 8시에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정유, 신해, 갑진, 무진이다. 사주팔자의 정확한 해석은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만 가능하다. 하지만 원리를 알고 있다면, 시간이 걸리지만 몇 번의 검색을 통해 대략적인 자신의 운세를 알 수도 있다. 지금 달력을 검색해 자기 생일의 사주팔자를 적어보자. 그리고 각 한자의 음양오행 상생과 상극을 활용해 자신의 운세를 상상해보자.


우리는 왜 점을 보는가?

과거 인간에게 점이란 신의 뜻을 알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했다. 지금과 같은 과학 기술이 없던 시기에는 자연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두려운 현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신의 뜻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신의 기분이 상하면 벌을 받기 때문에, 그 뜻을 먼저 알고 알맞은 행동을 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이런 목적은 사라졌다.

과거나 현재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특히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앞이 안 보이고, 절망뿐인 경우에는 그 본능은 더욱 힘을 키운다. 우리의 불안한 삶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사람의 운명은 알 수 없다. ‘오는 순서 있어도 가는 순서 없다’는 말처럼 죽음이 두려워서, 또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만난 상대방과의 결혼 생활이 어떨지 너무 많은 불안감을 짊어지고 하루를 살아간다. 결국, 점이 미신이라며 안 믿는 사람이 있지만, 여러 점집을 다니며 점괘를 받아도 불안해하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다. 현대인에게 점이란 미래를 알고 싶은 호기심과 그로 인한 불안감 해소에 목적이 있다.

이런 특징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의 발전단계에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점은 존재해왔다. 대표적으로 로마의 양자 간 선택의 경우에 했던 동전 던지기, 13세기경 유럽의 타로가 지금까지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 외에도 기원전 3,000년경 바빌로니아에서 꿈의 해석, 동물이나 새의 날갯짓 그리고 물에 떨어진 기름방울 모양 등으로 미래를 예견한 ‘바루’, 중세 서양의 반지, 월계수, 찻잎 등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 마녀들의 점 등 역사가 긴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찾아볼 수 있다. 부여에서는 소 발굽을 봐 쪼개져 있으면 흉조, 아니면 길조라 해석했다. 고구려 유리왕 때 무당을 불러 점을 친 기록, 백제 의자왕 때 나라가 망한다는 소문, 신라에서 하늘의 운행을 본 뒤 국가의 흥망을 점쳤던 첨성대가 이를 증명한다. 다만 서양과 달리 농경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풍년을 기원하는 국가적 관심에서 출발해 개인의 길흉화복으로 넘어간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점에는 놀이 기능이 있다. 어린 시절 조부모님 집에 가면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서 홀로 화투를 넘기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점의 역사가 오래되며 원초적 목적에서 벗어나, 이제는 재미 또는 오락으로 점을 본다. 윷, 화투, 카드 등으로 그날의 운세를 점쳐보며 점의 대중화, 일상화를 이끈 것이다.

 

믿을 수 있을까?

같은 사주팔자를 가지고 여러 점집에 가도 각기 다른 풀이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주의 구성과 점술가의 해석 방법 때문이다.

사주에서 간지는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가 만나 120개의 결합이 나올 것 같지만, 서로 양과 양, 음과 음의 조화만 있어 60개의 조합이 나온다. 이를 육십갑자라고 한다. 육십갑자가 들어가는 기둥이 4개 있어, 사주는 60의 4제곱=12,960,000개 경우의 수가 생긴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인구는 5,125만 명 정도로, 전체 한국인 중 4명의 사주팔자가 같다고 계산된다. 결국은 사주팔자가 맞을 확률은 낮다. 하지만 풀이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 있다. 과연 과학의 시대 21세기에 사주팔자를 믿을 수 있을까?

사주팔자를 불신하는 일부 사람들은 풀이가 정확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비슷하면 ‘그렇지’ 하며 믿는 사람의 심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심리적 기대를 플라시보 효과라 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불안한 삶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를 알고 싶은 호기심을 해결해 준다. 그렇게 사람들이 점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점집마다 저마다 해석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점술가들이 오직 역학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오로지 책에 의존하는 사람도 저마다 다른 해석을 한다. <토정비결>이 적힌 간판을 골목길에서 본 적 있을 거다. <토정비결>은 조선 선조 때, 토정 이지함 학자가 지은 역학서로 지금까지 장수하며 사주팔자 풀이에 이용되고 있다. 책에는 일 년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아보고 그 해를 준비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

당시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이지함은 전체 괘의 70% 이상을 좋은 운세로 풀이했다. 최악의 운세도 좋은 구절이 들어있어, 역학서라기보단 인생의 지침서라며 아직 인기 있는 이유라 본다.

<토정비결>에 보면 이지함의 스승이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의 전국여행을 떠나는 일화가 내려온다. 여행 중 전염병이 도는 마을에 이르자 한 포졸이 길을 돌아가라고 하며 이지함 무리를 막아섰다. 모든 관리가 도망갔을 때, 자신이 안 막으면 큰일 난다며 자리를 지킨 것이다. 감명받은 이지함이 포졸의 사주를 보려 했지만, ‘저런 사람은 운명이 비껴간다’며 스승이 말렸다. 날 때 정해진 운명은 어쩔 수 없지만, 이를 개척하려 하는 사람은 사주팔자가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즉, 좋은 내용은 믿고, 나쁜 것은 주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사주팔자 풀이 방법이자 개인의 믿음 정도이다. 자신이 점집에서 받은 풀이가 안 맞으면, 태어나며 정해진 운명을 개척해 나가며 사는 삶이라 생각하자.

 

오늘의 운세를 즐겨보자

인터넷에 ‘오늘의 운세’를 검색해보자. 혈액형부터 시작해 띠, 별자리 등 다양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중 일간지 홈페이지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쉽게 오늘의 운세를 볼 수 있다.

물론 사람의 사주팔자란 연월일시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토대로 판단해야 하나, 이런 과정이 빠진 인터넷의 오늘의 운세는 적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운세가 좋다고 너무 들뜨지 말고, 안 좋다고 실망하지 말자. 그저 좋으면 오늘을 활기차게, 나쁘면 신중하게 시작하자.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8개의 한자로 표현되는 우리의 또 다른 DNA, 사주팔자를 통해 미래를 내다본다. 사주를 미신이라 믿건, 통계에 의한 과학이라 믿건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다. 다만 그 결과를 너무 맹신하거나, 불신하는 오류를 범하진 말자. 사주는 더욱 인간답게, 더욱 깊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한 학문이다. 오랜 과거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진 인류의 문화이며 현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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