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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눈, 우리는 두렵다.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7.10.30 08:00
  • 호수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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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금)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로 하여금 놀라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를 설치한 것이다. 진선미 의원은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몰카 피해경험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었고, 이철성 청장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미 이 청장은 몰카의 대상이 된 후였다. 촬영된 영상을 보고도 이 청장은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가 어디에 설치된 것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몰카에 사용되는 위장형 카메라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경찰 청장조차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과연,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눈들로부터 자유롭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삽화 - 조은태 전문기자

보이지 않는 공포

‘공포’란 그 감정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때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나를 두렵게 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때 우리는 불안과 공포심을 느낀다. ‘몰카’가 딱 그러하다. 내가 모르는 새 누군가가 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다는 것은 조심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새 전체 성폭력 범죄 중 몰카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3.6%에서 24.9%로 약 8배 증가했다. 적발된 범죄 건수만 살펴보더라도 2006년 517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그 수법도 훨씬 고도화됐다. 과거 일반 카메라로 뒷모습을 몰래 찍는 정도에서 초소형 카메라가 삽입된 나사, 물병의 포장지 뒤에 숨겨놓은 초소형 몰카까지. 첩보영화에나 나오던 도구들이 우리들의 안전하고, 자유롭고, 행복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촬영된 사진과 영상들은 인터넷에 유포되기도 하며, 불법적 경로로 판매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렌즈 너머에 있던 피해자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왔을까.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몰카는 명백히 범죄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서는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 판매, 임대,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몰래 촬영한 사실이 입증되면 입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진 및 영상물이 유포된 후인 경우가 다수다. 이때 피해자들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 심의를 거쳐 몰카를 삭제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복제와 확산 등을 통한 2차 피해가 이뤄진 후다. 
결국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들을 직접 모아야 하며, 재유포가 될 경우 직접 발견·재신고 해야만 한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삭제하기 위해서는 9~10일 가량 소요돼 피해자는 ‘디지털 장의사’업체를 찾게 된다. 월 2~300만 원 가량의 사비가 들어가며,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려 해도 피해사실을 알리는 그 자체가 어려워 사회적으로 고립되게 된다. 피해자는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하는 것이다.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몰카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라는 뉴스 기사를 보며 우리는 그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설마 나한테, 내 주변에 저런 상황이 발생하겠어?’라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도 저 렌즈너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몰카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다양하다. 지하철에서 몰카를 찍은 혐의로 경찰로 넘겨진 현직 판사, 여고 교실에 몰카를 설치했다 적발된 현직 교사까지 그 범위를 종잡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몰카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휴가 나온 군인을 노리는 터미널 화장실 몰카’가 유행하고 있다는 뉴스는 세간을 놀랍게 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텀블러에 서울의 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촬영했다는 몰카 영상이 연달아 게시되고 있었다. 몰카 피해 사실이 알려지고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순찰을 돌기도 했다. 해당 상가의 당구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20대 남성이 화장실을 몰래 엿보는 것을 목격했다. 신고하려 하자 그대로 도망치더라. 7월에는 화장실 옆 칸을 내려다보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남성을 붙잡으려다 놓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남성을 대상으로 한 몰카 범죄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남성 몰카 피해자는 2015년 120명에서 지난해 16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약 2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연히 여성 피해자는 적발 건수만으로도 5,000건이 넘는 등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더 많다. ‘몰카’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학교는 안전할까?

그렇다면 학교는 과연 안전한가. 몇달 전우리대학의 다양한 소식을 들을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창원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학교 앞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몰카 피해를 입었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학생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한편, 지난 2016년 학내에서도 몰카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남학생이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몰래 촬영을 한 것이다. 해당 학생은 학교 규정에 따라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학내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준 사건이었다.  

현재 우리대학의 보안을 담당하는 캡스는 모든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했다. 비상벨 민원은 출동 1순위로 비상벨 신고가 접수되면 3~5분 내로 바로 출동하도록 돼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비상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실제 신고사례가 있는지 질문하자 캡스 담당자는 “최근 접수된 몰카 피해 신고는 없다. 비상벨이 울려서 가보면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신고의 90% 정도는 학생들이 호기심으로 누른 비상벨이다”고 전했다. 

학내에서 몰카 피해를 당하거나 목격한다면, 총무과나 캡스로 연락 후 경찰과 연계해 수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 인근 상가와 같은 곳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온전히 피해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은 몰카와 전쟁 중

갈수록 심각해지는 몰카 문제로 정부는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달 26일(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이 확정됐다. 그 내용으로는 ▲단속과 처벌 강화 ▲변형 카메라 판매 등록제 ▲불법영상물 삭제·차단기간 3일 이내로 단축 ▲가해자에게 삭제비용 부담 ▲몰카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은 바로 공직 배제 등이 있다. 

그간 몰카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강화시키고, 변형 카메라의 유통 및 판매에 제약을 둬 범죄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특히 연인 간 복수 목적 등으로 유포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리벤지 포르노’에 대해서는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조정 중이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정은 지난달 동안 경찰관과 여성안심보안관 등 280여 명을 투입해 전문 탐지장비로 지하철과 기차역사, 버스터미널, 공공화장실 등 서울시내 공공장소 1,474곳에서 몰카 설치여부를 점검했으나 발견된 몰카는 없었다고 30일(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점검에 사용되는 전문 탐지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몰카 범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경찰청의 몰카 탐지기 구비현황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올해 처음으로 3,9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몰카탐지기를 구매했고, 전국적으로 경찰이 구비하고 있는 몰카탐지기(전파형+렌즈형)는 92대에 불과하다. 

전파형 몰카 탐지기는 전원이 켜져 있는 몰래카메라의 전파를 인지해 몰카 유무를 확인하는 원리다. 하지만 탐지가 필요한 공간에 다른 전자제품이 함께 있다면 제 역할을 온전히 해내지 못한다. 렌즈형 몰카 탐지기의 경우는 전원이 꺼져있는 몰카를 탐지할 수 있지만 탐지기와 렌즈가 특정 각도에 위치했을 때만 탐지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몰카 탐지가 제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몰카 범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몰카 등록제, 처벌 강화 등 다양한 대책들을 내고 있지만 사후처방적인 대책들이 더 많다. 찍는 사람, 즉 수요가 없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없다.

우리는 언제쯤 이 보이지 않는 눈들로부터 안심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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