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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듕귁에 다른 각이로다
  • 신현솔 기자
  • 승인 2017.10.30 08:00
  • 호수 622
  • 댓글 1

 

나라말이 어떠한고…

‘오졌다, 지렸다, 동의? 어, 보감~, 실화냐? 다큐냐? 맨큐냐?…등등’ 어른들은 잘 알 수 없는 10대들의 언어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최근 TV N에서 방영하는 <SNL 코리아 시즌9>에서는 이 현상을 꼬집기 위해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을 방영하여 급식체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가 급속히 높아졌다. 급식을 먹는다는 공통점으로 묶인 초·중·고등학생들이 이러한 언어를 많이 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급식체’. 그들의 언어는 어떠할까.

 

급식체에도 특징이 있다!

급식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단어마다 특징들이 나타나는데 첫 번째는 초성이나 축약어의 사용이다. ‘ㅇㅈ’은 ‘인정’의 줄임말, ‘ㅇㄱㄹㅇ’은 ‘이거레알’의 줄임말로 사실임을 강조할 때 사용되며, ‘ㅈㄱㄴ’는 ‘제곧내’로 제목이 곧 내용 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ㅃㅂㅋㅌ’는 ‘빼박캔트’의 초성으로 관용구 ‘빼도 박도 못하다’에 can't가 합쳐진 표현이다. ‘ㅂㅂㅂㄱ’는 ‘반박불가’로 상대방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거나 인정할 때 사용한다.

두 번째 특징은 기존의 의미와 다르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급식체에서 ‘오지다, 지리다’ 등의 표현은 놀랄 때 쓰는 감탄사로 표현된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를 보면 ‘오지다’는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이며 ‘지리다’는 ‘오줌 냄새와 같거나 그런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비슷한 발음의 단어나 끝말잇기를 사용하여 나열하는 방식이다. ‘산기슭이 인정하는 바이고요, 슭곰발이 인정하는 바입니다, 샘 오취리도 놀라서 에취하고요, 오져따리 오져따 쿵쿵따리 쿵쿵따, 에바 참치 삼치 꽁치 가문의 수치’ 등과 같이 전혀 연관도 없는 단어를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 등으로 길게 나열해 SNS에 댓글을 다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네 번째는 자문자답 형식의 사용이다. ‘동의? 어, 보감~, 용비? 어, 천가~, 인정? 어, 인정~’과 같이 자신이 묻고 자신이 대답하며 자신의 의견에 공감을 호소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는 야민정음이다. 야민정음이란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시작하여 현재 10·20세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언어표기 형태다. 줄임말처럼 특정한 형식 없이 시각적 형태에만 의존하여 다른 글자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 예로는 ▲댕댕이(멍멍이) ▲커엽다(귀엽다) ▲머전팡역시(대전광역시) ▲세종머왕(세종대왕) 등이 있다.

 

한글 파괴 VS 언어 유희

누군가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러한 언어를 두고 대중들은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뉜다. 10대의 한글 파괴에 불과하다는 입장과 발랄한 언어 유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전자의 입장에서 급식체는 언어 파괴의 주범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세대 간의 의사소통을 단절할 뿐만 아니라 ‘니애미(너희 엄마), 느금마(너희 아빠)’와 같은 일부 표현에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욕설과도 같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표현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온라인 게임상에서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상대방을 무시하고 조롱하기 위해 사용되는 표현들이다. 또한, 청소년은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또래문화를 쉽게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친구들이 쓰는 말을 모르면 뒤처진다고 생각하여 의미도 모르고 따라 해 한글 파괴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빈번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저런 단어들까지 바로 잡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후자의 입장에서 급식체는 10대의 개성이 담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학생들의 발랄한 언어 유희라 말한다. 급식체는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확인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생긴 현상이다. 단지 표준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급식체를 못 쓰게 막고 비난하는 것은 세대 간 소통이 더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급식체와 같은 10대들의 은어는 지금 청소년 세대뿐만 아니라 2000년대 전후로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언어 사용의 변화 또한 시대의 흐름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변형해서라도 한국어를 애용하는 것은 오히려 그만큼 한국어에 애착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사용했던 단어

2017년, 지금은 급식체가 청소년들의 마음을 휩쓸었다. 하지만 우리 5년, 10년 전의 학창 시절, 우리가 사용했던 단어는 급식체가 아니다. 그 시절, 우리가 사용했던 단어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4년, ‘오타쿠, 빠순이, 간지, 안습’ 등의 말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빠순이’는 특정 가수를 심하게 좋아하는 팬을 지칭하는 단어로 동방신기의 팬에서 유래됐으며 오늘 날에도 많이 사용한다. 또한 ‘오타쿠’는 오늘날 ‘오덕후’라는 말로 변형되어 사용하고 있다.

2006년, ‘된장녀, 훈남, 오크, 완소, 쩔어, 욕심쟁이 우후훗’과 같은 말들이 나왔다. ‘훈남’의 본래 뜻은 ‘보면 마음이 훈훈해지는 남자’ 이지만 지금은 얼굴이 잘생긴 남자를 칭할 때 사용하여 의미가 변질되기도 했다.

2008년, ‘올레, ’o미, 빵꾸똥꾸, 똥덩어리, 오글’는 TV 속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던 단어들이 많이 보인다. ‘빵꾸똥꾸’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해리 역을 맡았던 진지희가 유행을 시켰고, ‘똥덩어리’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 역을 맡았던 김명민의 유행어다.

2010년, ‘레알, 차도남, ~돋네, 짜응’ 등이 있다. ‘레알’ 은 ‘real’을 보이는 대로 발음한 것으로 ‘진짜, 진심’이라는 뜻으로 쓰이며 현재 급식체에서도 ‘레알 마드리드 인정’ 등으로 응용되고 있다.

2012년, ‘금사빠, 노페, 답정너’와 같이 추측할 수 없는 줄임말들이 많이 생겨났다. ‘노페’는 ‘노스페이스’로 당시 청소년들이 즐겨 입던 메이커 브랜드다. 추가적으로 '등골브레이크' 등 부모님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청소년들의 태도를 반영했다.

2014년, ‘국뽕, 웃프다, 암 걸리겠다’ 와 같이 다른 단어를 혼합한 용어들이 많이 생겨났다. ‘국뽕’ 이란 ‘나라 국’과 히로뽕의 합성어로 국가나 정부의 결정에 무조건 찬성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뜻하며, ‘웃프다’는 ‘웃기다+슬프다’는 의미다.

언어는 그 시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이 말은 언어의 중요성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 시대가 내포하고 있는 가치, 신념, 상식, 철학 등 모든 시대상을 여과 없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발자취라 해도 무관하다. 그 시절마다 달리 쓰였던 단어들이니만큼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급식체 또한 하나의 문화로 남겨질 것이며, 우리의 언어에 또 하나의 발자취가 더해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언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시대상을 담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도 한글을 사용하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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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문과학생 2017-10-31 07:52:07

    '한글'이랑 '우리말'이랑 다른 것 아닌가요....
    한글은 우리말의 표기방식입니다. 이런 점에서 '급식체' 한글은 잘 지키고 있습니다.
    정확한 표기로 문자를 사용하고 있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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