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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이야기] 명절,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7.10.16 08:00
  • 호수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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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화된 추석 차례상

1819년 학자 김매순이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 8월 중추를 살펴보면 “이 달에는 만물이 다 성숙하고 중추는 또한 가절이라 하므로 민간에서는 이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에서도 예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며,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놓는다. 그래서 ‘1년 365일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

오곡백과가 익는 계절인 만큼 모든 것이 풍성한 이 시기에 우리 조상들은 일가친척, 이웃들이 모두 모여 아이부터 부녀자에 이르기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즐겁게 지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늘날.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핵가족으로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현대에도 명절만큼은 대가족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같이 따뜻한 식사를 함께한다. 기자도 이번 한가위를 맞아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 어렸을 적에는 전날 미리 모여 다 같이 전을 부치거나 송편을 빚곤 했다. 차례 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부침개와 생선, 과일들이 가득했고 집안 곳곳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스며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명절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져갔다. 다양한 음식들이 가득 채워 빈 곳이 없던 차례상은 점점 간소화됐고, 산처럼 쌓던 과일도 그 수가 줄었다. 그리고 북적북적 찾아오던 6촌, 8촌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오롯이 직계가족만 모여 간소하게 차례를 지낸다. 모여서 준비하던 제사음식도 이제는 각자의 집에서 해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분명히 전에 비해 편해졌다. 차례상에 올릴 만큼만 미리 준비를 해오기 때문에 좁은 부엌이 부산스럽지 않게 됐고, 오후 늦게 찾아오는 손님이 줄어 손님상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어졌다. 간소화됐고,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가족들이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한가위 특유의, 명절 특유의 북적북적한 느낌은 예전같지 않다. 모이는 식구가 많았을 때에는 미리 모여 다같이 치킨을 걸고 화투나 윷놀이 한 판을 벌였는데 이제는 모두 TV나 스마트폰 만을 바라보며 간간히 짧은 대화만이 오간다. 이번 명절을 돌아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명절에는 간만에 보는 가족 간의 반가움이 더 커야하는데 우리는 그동안 ‘의식’에 더 치중해 가장 중요한 가족 간의 ‘사랑’과 ‘관심’을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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