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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위에서 절벽을 말하다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10.16 08:00
  • 호수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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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조선일보

바야흐로 인구절벽 시대다. ‘인구절벽’이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으로, 2014년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2015년 10월 제1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이 2018년경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 2017년,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절벽이 시작됐다. 그 영향이 미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벌써 곳곳에서는 각종 논의가 활발하다.

흔히 알려진 것으로는 인구절벽으로 소비를 많이 하는 세대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소비절벽 현상까지 야기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줄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결국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구절벽과 그 영향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금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번 사회면에서는 인구절벽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해 알아본다.

 

인구절벽이 곧 경제 붕괴다?

대다수의 매체에서는 ‘인구절벽이 곧 경제 붕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로 일본을 들었다. 일본은 1980년대 4.6%에 달했던 연평균 성장률이 버블 붕괴 이후 2001년에는 무려 0.9%대로 하락했다. 경제활동 인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순간과 버블이 붕괴하는 시점이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리고 20년간의 장기 불황이 시작됐다. 지금 우리나라도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과연 일본이 인구절벽 때문에 기나긴 불황을 겪은 것일까? 일각에서는 일본 인구가 감소해 자산시장이 붕괴된 것이 아니라 자산시장이 붕괴되고 5년 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됐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생산 활동인구와 자산시장도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한다. 불황의 원인을 인구절벽에서가 아니라 일본 자산시장에 끼어있던 거품과 정부 정책의 연이은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노령화·저성장에 들어섰던 유럽의 사례를 보면 프랑스와 독일, 영국 모두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은 증가세를 보였다. 심지어 일본과 인구 비중 추이가 가장 비슷했던 이탈리아의 부동산 가격은 2000년대 이후 무려 2배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곧 인구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가격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즉, 한국이 유럽처럼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본처럼 되리라는 법도 없다는 거다.

 

인구절벽에 선 취업 시장의 미래는?

길었던 추석 연휴가 지나고 이제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시작됐다. 공기업을 비롯해 민간기업들도 활발하게 채용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취업’하면 연상되는 건 취업난, 취업 한파 등 온통 싸늘한 단어다. 6일(금)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 8월 15~29세 청년실업률은 9.4%로 1년 전보다 0.1%가량 상승했다. 이는 8월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0.7%) 이후 18년 만의 최고치다. 여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와 구직 포기자 등 잠재적 실업자 등을 포함하면 체감실업률은 무려 22.5%다.

그런데 10년 후인 2027년부터 취업 걱정 없는 세대가 등장한다는 아주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2000년대 이후 출생자가 성인이 되는 2020년부터 20대 인구는 매년 감소하게 된다. 게다가 2027년이면 이른바 386세대(1960년대에 출생하여 19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했고, 1990년대에 30대였던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의 정년퇴직도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노동 가능 인구는 현저히 줄어든다. 그 결과 10년 후에는 청년실업이 아니라 인력 부족을 걱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게 된다. 어쩌면 ‘기업에서 나를 모셔가는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취업이라는 벽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존재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로 인해 10년 뒤에는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 직업군이 등장하게 된다. 특히 기계로 대체되지 않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미래 직업환경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는 전망이 있다. 즉, 10년 뒤에는 인력이 부족해 단순히 취업을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덜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와 조금 다른 취업 걱정이 자리하게 된다.

 

변화의 물결을 타는 정부와 기업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의 임기 기간이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golden time)’이라며 과감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보고서를 통해 교육·노동·복지 체계를 혁신해 인구 위기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내년부터 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 진료비를 5%로 낮추며, 초·중·고교생에 대한 독감 예방접종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 해주기로 했다. 배우자 출산 휴가를 유급 3일에서 10일로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며, 기간제 근로자에게 출산 휴가 급여를 보장한다.

그밖에 2022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등 공공보육 이용 아동 비율을 40%로 높이는 등 가정양육 지원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청년층에 대한 정책으로는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올해 신설했다. 또한, 앞으로는 공공기관에서의 청년고용 의무제를 확대하고, 민간에는 청년 고용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변화의 물결은 기업에게도 일어났다. 노령 인구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신소비계층이 등장했다. 이에따라 새로운 전략 수립이 절실해졌다. 탈오프라인화 현상으로 온라인 중심의 혁신적 사업모델이 대두됐다. 이는 곧 제4차 산업혁명과도 관련 있다.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환경 하에서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인구 감소를 단순히 ‘재앙’으로만 보는 대신 하나의 ‘변화’로 시선 자체를 뒤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절벽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자세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시대다. 한 가지 요소만 변해도 유기적으로 많은 것이 변한다. 그만큼 곳곳에서 인구절벽 관련 우려와 지적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이러한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인구절벽 그 이상의 가파른 절벽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인구절벽은 A다’라고 명료하게 이야기하기에는 유기적으로 얽힌 것들이 많다.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시대가 변하는 동안 우리 또한 불변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변화의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아직 미생인 우리가 전 국민을 인구절벽의 위기에서 끌어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고 스스로 변화에 맞춰, 혹은 그보다 앞서 움직인다면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 변화의 물살에 맞춰서 갈 수도, 그 물살을 일으킬 수도 있는 거다. 즉, 우리에게는 인구절벽을 통해 훗날 마주할 다른 절벽까지 내다볼 수 있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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