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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린의 구구절절] 'too much' 한가요?
  • 신혜린 편집국장
  • 승인 2017.10.16 08:00
  • 호수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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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잡아탄 택시 안에서 가끔 기사님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학교 주변에서 택시를 타면 항상 전공과 관련된 질문을 받곤 하는데 기자가 속한 과는 나잇대가 있으신 어른들이 듣기에 조금 독특한지 전공에 대한 세부 질문을 받기도 한다.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서부터 미래까지. 때론 잠깐 오고 간 이야기로 세미 면접 결과를 말해주는 분도 있었다.

허허 웃음으로 답하다 받았던 최악의 점수는 40점이었는데 그 기사님은 신랄한 평가를 다정한 어투로 말해주셔서 오랫동안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런 경험은 비단 기자만 느낀 것이 아닐 것이다. 택시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도 아니다. 얼마 전 맞이했던 민족 대 명절, 추석에서도 마찬가지다. 명절날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주제가 취업, 결혼, 공부라고 했던가. 당장 인터넷만 들어가 봐도 애정 어린 잔소리에 친척 집을 방문하지 않는 이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too much information’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이 단어가 쓰이는 경우를 찾아보니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받았을 때 자주 쓰이는 것 같다. 요즘 시대에 참 적절한 말이다. 당장 기자만 해도 아까 택시에서 이 같은 생각을 했다. 기사님이 던지는 질문에 얼마만큼 이야기해도 좋을지 의문스러웠다. 그렇다고 매번 택시를 탈 때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질문에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포트폴리오를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준비한 게 없다면 또 왜 그러지 못했는지에 대해 케케묵은 1학년 시절부터 꺼낼 수도 없다. 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 할까. 사실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지나가는 택시와 손님 중 N분의 1확률로 성사되는 만남. 정말 그런 이야기들은 ‘too much’해 보인다. 그런데 명절은? 친척들은 난생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보지 않을 관계도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들과의 만남에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 사회는 변했다. 같은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때와 달리 명절에서야 겨우 만나곤 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이야기를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굳이 물어야 알 수 있는 사이가 됐다. 그러니 결국 친척들과의 낯선 만남은 불편한 만남이 돼버리고 말았다. 별 수도 없이 시대는 변했다. 그리고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명절이 모두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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