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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린의 구구절절] 제멋대로 살아라
  • 신혜린 편집국장
  • 승인 2017.09.25 08:00
  • 호수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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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다 보면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과제와 발표 등에 쫓기던 학기 중과 달리,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전히 제시간을 가지게 되는 방학이 오면 특히 그렇다. 이것저것 뒤적여보다 문득 ‘악기 하나쯤 배워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주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피아노 학원을 드나들었던 적은 있지만 연습하다 말고 피아노 위에서 잠이 들기 일수였다. 배워보라고 등 떠밀 때는 그렇게 하기가 싫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좋아하는 곡 하나 완곡으로 연주하지 못한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그때가 벌써 8월,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지난 한 달을 흘려보내며 충분히 느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일단 집 바로 앞에 있는 학원부터 기웃거렸다. 그렇게 8월의 매일 아침을 꼬박 학원에 바쳤다. 개강과 함께 이제는 학원에 발길을 끊었지만 그때는 이미 원하는 곡은 물론 새로운 곡까지 반절을 배운 후였다. 물론 지금도 피아노에 영 소질이 있는 것 같진 않다. 여전히 짧고 통통한 손가락은 기자의 콤플렉스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아침 수업을 들으러 밖을 나서다 보면 그때의 아침이 생각나곤 한다.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항상 만족스럽다. 피아노 역시 그렇다. 남의 뜻이 아닌 제 뜻에 따라 움직일 때 기자는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 그러니까 정말 '제멋대로 살 때' 말이다.

처음 성인이 됐을 때의 기분이 생생하다. 2월에 있는 졸업식을 기다리며 마지못해 교복을 입고 학교를 드나들면서도 ‘나는 성인’이라는 생각에 어깨가 절로 으쓱거렸다. 온종일 친구들과 한 공간에서 수다를 떠들기도 몇 시간. 다른게 없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대학생이면 대외활동 하나쯤은 해봐야지’라는 패기로운 생각으로 한 봉사활동 모집글을 찾아냈다. 당시 봉사활동에 지원하기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써야 했는데 그 첫 번째 문항의 답변은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누군가의 지도와 지시로 따라야만 하는 과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찾아서 지원했다는 뿌듯함!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날의 지원서는 탈락의 쓴맛을 맛봤다. 지역이 멀어 안될 것 같다는 다정한 위로의 연락을 받고 기자는 이후로 대학생이 되기 전 마지막 방학을 실컷 즐겼다. 지금 생각해보니 탈락에도 그리 마음이 아프지 않았던 것은 제멋대로 찾아보고 지원했던 만족감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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