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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손맛을 떠오르게 한 찜닭
  • 정현진 기자
  • 승인 2017.09.25 08:00
  • 호수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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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동기들과 함께 점심 메뉴를 고민하던 중 문득 찜닭이 먹고 싶어졌다. 정문을 나서면 보이는 빨간 간판에 이끌리듯이 우리는 향했다. 자리에 앉아 바로 보이는 단순한 메뉴를 보고 배고픔에 허겁지겁 주문해 찜닭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찜닭에 대한 기자의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기자에게 찜닭은 할머니만 해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살아오면서 아침, 점심, 저녁 모두 할머니의 손맛을 맛볼 수 있었고 기자의 기준에서 제일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당연히 할머니였다.

당면을 미리 불려놓고 시장에서 사오신 닭을 직접 손질해 찜닭을 만들어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가끔 요리를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구경할 때가 있었는데 기자의 눈에는 딱히 특별하다고 할 것이 없었다. 양념을 만들 때도 눈대중으로 하셨고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확인하시는 것도 정말 감으로 하셨다. 근데 완성된 할머니의 찜닭을 맛볼 때마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정말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자는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책을 사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하곤 한다. 하지만 유독 찜닭은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책에 나와 있는 레시피 그대로 하면 어느 정도 맛이 날 것임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왠지 기자가 만들면 할머니 특유의 짭짤한 간장양념과 기자가 좋아하는 당면이 듬뿍 들어간 찜닭을 만들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기자의 방법대로 만들어버리면 20년 가까이 익숙해져 왔던 할머니의 손맛을 잊어버릴까봐 무서웠다.

그렇게 하루 세끼를 할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있던 기자는 대학생이 되면서 할머니와 떨어져 살게 됐다. 하루 세끼를 직접 차려 먹어야 했고 혼자 요리를 하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도대체 할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맛있게 요리를 하셨을까’ 집에서 기자가 차려 먹는 밥도 어쩌면 집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주말에 할머니를 찾아뵈고 할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을때면 이것이 집밥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할머니의 손맛을 간직한 그런 찜닭처럼. 2시간을 걸려 버스를 타고 할머니집에 도착하면 할머니는 이렇게 물어봐주신다. “우리 진이, 오늘은 뭐 먹고 싶노?” 이번 주말 기자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찜닭이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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