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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 캠퍼스의 진면목: 교정인가 도로인가

우리 대학교 캠퍼스가 도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미 2014년 국도 25호선 진출입로와 북문 개통과 함께 두루 예견된 문제였다. 교내 교통사고 위험 및 학습권 침해 우려가 큼에 따라 2014년 4월 개최된 우리 대학교 교통관리위원회는 단순통과 차량을 억제하기 위해 같은 해 7월 1일부터 안전부담금(통행료) 1000원을 징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몇 분쯤 약간 돌아가는 대체도로가 잘 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빨리 질러가고자 하는 불평불만의 민원이 득달같이 일었다. 여기에 맞장구치는 언론과 지자체의 압력에 굴복한 우리 대학본부는 통행료 징수의 시행을 접어들이고 “부담금 징수가 필요한 특별한 사안이 발생할 때까지 논의 중단”을 결정했다. 대신에 “단순 통과 차량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및 시행”이라는 방향을 택했다.

정책 선회의 결과는 어떠한가? 체감하기론 단순 통과차량이 억제되기는커녕 급증 일로로 치달려 왔다. 금년 4월 현재 캠퍼스 진출입 차량교통량에 대한 총무과의 내부 자료는 평일 캠퍼스를 들어오는 차량 댓수가 하루 평균 1만 대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국도 25호선 진입로가 개설되기 이전 캠퍼스 일일 평균 교통량이 4-5천 대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그 사이 차량 통행량이 배 이상으로 폭증한 셈이다. 알아보니, 금주 월요일 9월 4일 하루동안 캠퍼스를 들어와 10분 이내 나간 차량은 4,653대로 집계된다. 이것은 평일 차량의 절반 가까이가 관통 차량이고, 북문 진입로 개통 이후 우리 대학교 교내 차량 통행량의 급증은 거의 대부분 관통 차량의 증가로 인한 것임을 시사한다. 아직까지 큰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음이 천만다행이다. 과속방지턱이 증설되고, 점멸신호등이 설치되는 등 안전대책이 강화된 덕분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고 위험의 증대, 면학과 연구 분위기의 훼손이 뻔히 보임에도 “특별한 사안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대학본부는 2016년 6월 설문조사를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설문조사 이후 1년 이상이 지났건만 관통차량 문제에 대한 대책 시행은커녕 그 논의를 위한 교통관리위원회의 소집조차 하지 않았고, 다만 출입구 주차요금징수 시스템 설비와 업체를 교체했을 뿐이다. 소문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자 했으나 기대와는 달리 “현행 유지”가 다수 의견으로 나오는 바람에 엉거주춤 속수무책으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다수가 현상유지를 답했다고 해서 대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관통 차량이 주로 다니는 구내 도로 주변의 인문대, 사회대, 경상대 구성원들은 수적으로 소수이고 관통 차량이 드문 이공계 구성원이 다수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소수의 피해나 위험에 대해 다수가 무감각할 경우 다수 의견에 기초해 정책적 의사결정을 한다면 피해자를 외면하는 ‘삽질’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우리 대학이 국립이고 북문 진입로 개설을 위해 국민세금이 투입되었는데 납세자인 지역주민이 대학 캠퍼스를 통해 통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 대학도 지역사회와 공생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청할만한 말이다. 그러나 공생은 쌍방적이어야 한다. 대학과는 관계없는 차량이 그저 일분이라도 빠르게 가고자 하는 것은 운전자의 욕심일 뿐이다. 현행 우리 대학의 주차요금제도는 캠퍼스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기 위해 1시간 이상 주차하는 구성원 차량에는 요금을 징수하고 1시간 이내로 나가는 외부 차량은 요금을 면제시켜 준다. 특이한 인센티브 구조다. 달리 말하자면 외부인들에게는 편리를 도모해 주는 대신 내부 구성원들은 요금을 내는 제도이다. 관통차량을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대학이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이행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대학은 대학다워야 한다. 대학이 스스로 존중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로부터도 존중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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