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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영원히 나이들지 않는 곳으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7.09.11 08:00
  • 호수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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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무서울 때가 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아주 어려운 과제를 덜컥 받아버린 기분이랄까. 1년, 2년 시간이 지나 4개월 뒤면 23살, 4학년이 된다. 이십 대 중반의 문턱을 코앞에 두고 있는 나이가 되니 막막하기도 하고 두렵다. 이런 걱정하는 것을 알면 코웃음 받을 이십 대의 어린 나이지만, 기자는 여전히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채워지는 나이가 야속하다.

기자는 어릴 때부터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어 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다. 열여섯 살 때부터 종종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으니까. 가장 큰 이유는 어른이 되어 갈수록 포기해야 하는 것이 늘어서이다. 만화영화를 좋아하던 유치원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만화영화를 포기해야 했다. 방과 후 친구들과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던 중학생은 고등학생이 되며 하루 12시간이 넘게 학교에 있어야 했다. 강의 후 동기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했던 대학생은 직장인이 되며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그래서 기자에게 자라지 않는 아이인 피터팬과 시간이 멈춘 네버랜드는 환상이자 동경의 공간이다. 기자는 웬디가 네버랜드에서 현실로 돌아간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만약에 피터팬이 기자를 네버랜드로 데려갔으면 아예 눌러 살아버렸을지도 모른다.

<peter pan>은 2014년에 발매된 원더걸스 예은이 핫펠트라는 가명으로 낸 첫 음반에 속해있는 곡이다.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 깊은 감미로운 발라드 노래다. 개인적으로 시끄러운 음악은 좋아하지 않는 탓의 조용한 분위기를 가진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다. <peter pan>은 처음에 선율과 분위기 때문에 매일 챙겨 듣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사로 듣는 노래가 됐다. 눈을 감고 가사를 곱씹어 보면 어른이 되지 않는, 웃음이 멈추지 않는 네버랜드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흐르는 시간을 야속해하던 십 대의 기자는 이제 이십 대 초반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하지만 어쩌면 존재할 지도 모를 피터팬이 네버랜드로 기자를 데려가 주는 낭만적인 일을 꿈꾸기에는 이제 많이 자랐다. 하지만 가끔씩은 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에 사로잡혀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peter pan>.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지만, 잠깐이나마 네버랜드로 떠나고 싶은 그대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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