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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그날'을 위하여
  • 서영진 기자,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09.11 08:00
  • 호수 619
  • 댓글 0

깨끗한 생리대? 두려운 생리대

최근 가임여성의 생활필수품인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로 떠들썩하다. 국내 판매량이 높은 생리대에서 10여 독성이 포함된 휘발성 화합물질이 검출됐고, 일부 상품에서는 발암물질까지 발견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특히 특정 생리대를 사용한 이후로 생리양이 줄어들고 생리주기변화, 생리통 등 각종 증상을 겪었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해당 제품의 제조사는 전제품 환불을 결정해 진행 중이나 절차가 복잡하고 환불가격이 소비자들의 구매가격에 훨씬 못 미쳐 더 큰 원성을 사고 있다. 한편 독성 시험을 실시한 검증관계자는 당시 구체적인 업체명과 제품명, 검출량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일지

 

내가 쓰는 생리대는 안전할까?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로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가 실제 사용했을 때와 유사한 환경에서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다회용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을 대상으로 독성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약 200종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방출됐고, 이중 벤젠, 스티렌과 같은 20종의 독성화합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대가 접촉하게 되는 신체부위는 일반 피부와 달리 습기와 마찰에 취약해 화학물질 흡수가 용이하다. 일반 피부에 사용하는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도 두려운데 심지어 화학물질에 취약한 피부에 사용되는 제품이라니. 구체적인 업체와 제품명조차 알지 못하니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하늘을 찌른다.

이러한 불안은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다. 마트에 가면 생리대 판매 매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는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포털사이트에 ‘생리대’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생리대 발암물질 리스트’, ‘안전한 생리대 추천’ 등 소비자들의 불안이 여실히 느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논란의 시발점인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교수가 함께한 ‘생리대 검출실험 최종결과’가 상세한 시험방법 및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연구자 간 상호객관적 검증과정도 거치지 않았다며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식약처에서는 ‘생리대 안전 검증 위원회’를 구성해 생리대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다. 식약처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해 국민의 생리대 불안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 알렸다. 

 

사각지대에 있던 생리대

소비자는 왜 그동안 알지 못했을까.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화장품과 달리 제품성분공개 의무가 없다. 약사법 제2조 제7호 가목에 따르면 생리대, 수술용 마스크, 안대, 붕대, 거즈 외 기타 유사한 물품을 성분공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제조사는 생리대의 구성성분을 소비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독성물질을 방출하는 제품이 시장에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이번 사태에 대해 ‘릴리안’ 제조사인 깨끗한나라는 “릴리안은 식약처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문제가 있는 제품이 정부기관의 기준을 통과해 버젓이 시장에 나온 것이다. 또한 독성물질, 유해물질을 방출하는 생리대가 단 한 제조사의 제품이 아니라 시장 판매율 상위의 대다수 제품이 안정성을 확신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식약처는 지난달 31일(수)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생리대 원료 등 조사를 통해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성분은 관리기준을 설정하고, 기업이 이를 주기적으로 검사해 검사결과를 제품에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대안책을 냈다.

 

대안제품을 찾아서

식약처는 현재 암유발성과 생식독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스티렌, 클로로포름, 에틸벤젠 등의 10종의 성분을 우선 검사하고 있다. 일러야 이달 말에 결과가 나오며 전수조사 결과는 내년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임 여성은 결과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생리를 해야만 한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가임여성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해왔다. 일부 가임여성들은 일찍이 생리대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우려해 ‘다회용 면 생리대(이하 면 생리대)’등을 사용해 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면 생리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면 생리대는 주문이 밀려 당장 주문하더라도 3주 뒤에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면 생리대는 끓는 물에 삶으면서 유해물질들이 일정 수준 사라지기 때문에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매번 빨아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해주는 새로운 대안제품으로 각광받는 제품이 있다. 바로 실리콘으로 제작돼 질 내부에 삽입해 사용하는 ‘생리컵’이다. 하지만 생리컵 역시 현재 국내 검출 시험과 연구가 진행된 바가 없다. 위해성 연구와 규제기준이 마련된 후에야 안전하게 구매 및 사용할 수 있다.

 

생리대 가격은 안녕하신가요?

설상가상으로 국내 생리대는 가격 또한 안녕하지 못하다. 지난해 6월, 저소득층 여학생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깔창 생리대’ 사연이 보도되면서 본격적으로 비싼 생리대 가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생리대는 여성 1명이 40년간 약 1만 개 이상을 사용하는 필수품이지만, 가격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비싸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생리대를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지정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자 했지만, 이러한 면세에도 불구하고 생리대 가격은 여전히 서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 7월과 비교해 지난달(8월) 소비자물가는 13% 상승했지만, 생리대는 무려 26% 넘게 올랐다. 또 우리나라 생리대 1개의 평균 가격은 331원으로 미국 181원, 프랑스 218원에 비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생리대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이는 다름 아닌 생리대 시장의 독과점 때문이다. 생리대 시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독과점이 형성돼 왔다.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은 2016년 기준으로 유한킴벌리 57%, LG유니참 21%, 깨끗한나라 9%, 한국P&G 8%로 4개 업체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이상이거나 3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100분의 75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독과점)로 추정한다. 이러한 법적 기준에 따르면 생리대 시장은 오래전부터 독과점 시장을 형성해온 것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측은 “개별 사건으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하기 어렵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오래도록 고수해왔다. 이번 달 1일(금)에서야 생리대 제조사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높게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독과점 생리대 시장을 내버려 둔 공정위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본 것이다.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고

이처럼 소비자는 안전하지 않은 생리대를 비싼 값에 구매할 수밖에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하지만 여성의 생리대 사용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생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오래도록 깊게 뿌리내린 문제 중 하나다.

우리 사회는 생리대를 사면 늘 검은 봉지에 넣어주거나 심지어는 신문지에 싸줄 정도로 생리를 숨긴다. 학교에서 생리대를 빌릴 때는 한 편의 첩보영화를 찍어야 하고, 화장실에 생리대를 갈러 갈 때도 마약이라도 밀반입하듯 꽁꽁 싸 들고 간다. 머릿속으로는 “생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왜 숨겨야 해?”고 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결코 ‘생리’라는 단어를 마음 놓고 내뱉지 못하게 한다.

2016년 국제여성건강연합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생리를 뜻하는 은어는 무려 5천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곧 생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이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는 걸 뜻한다. 고대 로마 자연학자 플리니는 “월경혈은 죽음에 이르는 독극물”이라고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애석하게도 고대부터 종교·문화·사회적으로 생리를 터부시해왔던 풍토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21세기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생리’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길 꺼리는 사회는 자연히 생리에 대한 무지를 낳는다. 생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생리는 좀 참았다가 하면 되지 않느냐”, “생리통이 심하다는 건 여성들이 단체로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 등의 일부 남성 네티즌의 댓글이 많은 이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달 31일(목) On Style <뜨거운 사이다>에서 김지예 변호사는 “남성들의 생리에 대한 무지함이 문제를 키운 원인이다. 이에 일조를 한 것은 생리대 광고의 하얗게 왜곡된 이미지”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지난 4일(월)에는 식약처가 그간 익명으로 처리했던 유해물질 검출 생리대의 업체명과 제품명을 공개했다. 하지만 아직 생리대 유해물질에 대해 전수조사가 시행되지 않은 데다 실험 결과에 대한 객관성도 불 투명하다. 식약처마저 “제품명 공개 결정이 시험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는 여성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높아만 간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면 생리대, 생리컵 등 대안 제품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한 해외배송대행서비스 업체에 따르면 생리대 유해성 파동 후인 지난달 18(금)~24일(목) 구매량이 전주 대비 470% 정도 상승했다. 지난달 31일(목) 식약처는 생리컵 국내 판매를 위해 수입업체가 심사를 신청해왔고, VOCs 검사와 인체 위해 여부를 판단한 뒤 판매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리대가, 그리고 생리대에 대한 사회 인식이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안전한 생리대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생리대 논란을 바라보는 5가지 시선

이번 생리대 논란은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분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리대 성분 표시가 제대로 돼있지 않았던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리대 뿐만 아니라 기저귀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은데 이처럼 인체에 직접적으로 닿는 물품들에 대한 성분을 제대로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10대 여성 전수빈(18세) 씨

심한 날은 온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할 정도로 생리통이 심하다. 최근 생리용품의 유해 물질과 관련된 기사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보니 나의 생리통의 원인이 생리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로서는 면 생리대가 가장 안전하다고 들었는데 너무 불편할 것 같아 꺼려지는 편이다. 새삼스럽게 ‘세상 참 믿을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여성 문영주(가족복지 15) 씨

대다수의 여성은 몇십 년에 걸쳐 잦은 주기로 생리대를 사용하게 된다. 가습기 살균제부터 달걀 파동까지 생활속의 많은 제품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 시점에서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는 참으로 유감이다. 정부 차원에서 생리대 등 인체에 접촉하는 시간이 긴 제품들에 대한 유해물질 기준치 규정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0대 여성 이안나(국제무역 14) 씨

가임여성에게 생리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마치 의·식·주처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이며 본능적인 것에 대한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갖춰져야 할 것이었음에도 지금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다.
-40대 여성 노윤희(47세) 씨

남성이다보니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성들이 분노와 동시에 불안감을 느낄 것 같다. 특히 영유아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우에 ‘생리대에서 검출된 발암물질이 기저귀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길 것 같다.
-20대 남성 이동현(신문방송 17)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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