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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우리는 서울공화국에서 살아간다. 서울을 향한 해바라기는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날까?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06.12 08:14
  • 호수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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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토) 오전 강원 강릉과 삼척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은 발생 3일 만인 9일(화) 오전 11시 20분께 진화됐으며, 민가 37 가옥이 불에 탔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에 가까운 1,017㏊의 산림이 소실됐으며,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111억 4,1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큰 화재였다. 하지만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는 물론, 공중파 방송에서 이를 소홀하게 보도해 비난의 목소리가 거셌다.
지난해 9월에는 경주, 울산, 부산 등 지방에서 잇따른 지진이 발생했다. 이 역시 보도는 ‘서울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강진이었다’ 등의 서울 중심 보도가 많아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부분의 역량이 서울에 집중되는 현상을 빗대 ‘서울공화국’이라는 용어도 통용될 정도다. 자연히 서울을 향한 해바라기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역 불균형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
 


서울을 향한 해바라기

서울을 향한 해바라기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894년에 조선을 답사했던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20여 년 전의 서울에 대해 이렇게 썼다. “서울은 정부가 위치한 곳일 뿐만 아니라 공적 생활의 중심이며, 관리로 등용되는 유일한 길인 문학 시험이 치러지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서울에서 무언가 ‘한 건 건지기’를 늘 바라고 있다. 따라서 서울로 향하는 영속적이고 잠재적인 인력이 항상 일정하게 존재한다”, “어느 계급일지라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단 몇 주라도 서울을 떠나 살기를 원치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서울은 오직 그 속에서만 살아갈 만한 삶의 가치가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서울은 예부터 나라의 수도로서 주요 역할을 도맡아왔다. 인구 집중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중앙집권적 경향이 강한 데서부터부터 비롯된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과거 정부들의 불균형 성장전략으로 인해 경부축만이 비대해졌다. 이러한 요인들로 국민 모두는 생산성이 높은 수도권, 서울에 살기를 원한다.

설상가상으로, 국립 문화시설까지 서울에 집중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57개 국립 문화시설 가운데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29개로 50.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불균형 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서울에 기관 및 시설이 많은 것을 넘어 지방에 절대적으로 부족해 더 문제다.
 

 

모두가 살고 싶어 하면서도
모두가 떠나고 싶어 하는 곳

‘대학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명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라고 일컫는 우리나라의 명문대가 모두 서울에 있다. 많은 사람이 일단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입을 모아 ‘인 서울’을 갈망한다.

또 대학은 취업으로 직결된다. 현재 15~29세 청년층의 고용률은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5% 안팎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그 격차가 더 확대되는 추세다. <잡코리아>가 2015년 한 해 동안 웹사이트에 등록된 기업의 신규 채용공고를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체의 73.6%가 수도권에 쏠려 있었다.

이러한 ‘인 서울 드림’은 고향을 떠난 이에게도, 남는 이에게도 힘겨운 일이다. 사람들이 떠나 인구가 줄어든 지방은 사회 인프라 축소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존속 기반까지 위협받는다. 지방을 떠난 이들은 수도권의 높은 거주비와 사회적 네트워크의 부재 속에서 점차 무한경쟁으로 내몰린다.

 

지역 불균형에 대해 정책적 대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69년에 수도권 집중 억제 방안이 나왔고, 1982년에는 수도권 정비 계획법이 제정됐다. 1994년에도 법 개정을 통해 수도권 공장 총량제와 과밀 부담금 제도까지 만들어 강력한 억제정책을 폈다. 하지만 이 모든 정책은 그다지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갈등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달 19일(금) <한국거래소>가 밝힌 바에 의하면 상장회사의 7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집중도가 무려 86%에 달한다. 즉, 돈 대부분이 서울을 비롯해 인천과 경기도에 몰려 있다는 말이다. 반면 전남과 강원, 광주, 전북 등의 지역의 경우 상장 회사 숫자도 적고 시가총액 비중도 미미했다. 극심한 경제력 집중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서울의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매년 치솟는다. 대기 오염 악화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 건 건지기’를 위한 경쟁 또한 나날이 치열해진다. 원래 살던 사람에게도, 지방에서 유입된 사람에게도 서울살이란 쉽지 않다. 그렇게 결국 서울은 모두가 살고 싶어 하면서도 모두가 떠나고 싶어 하는 아이러니한 곳으로 전락하게 됐다.

 

 

인구집중은 필요악일까?

수도권 인구의 변화 양상사진출처/중앙일보

국민 다수가 지역 불균형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는 그 반대 의견도 존재하는 법이다. 일각에서는 전국 균형 발전보다는, 서울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영토가 좁은 국가이니, 인구와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일명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억지로 인구 및 자원을 분산시키면 혁신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이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손해라는 의견이 있다. 즉,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불균형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또 이에 대한 반론으로, 일본의 인구문제를 다룬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 소멸>이라는 책을 들 수 있다. 저자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인구가 도쿄 한 곳으로만 집중하는 ‘극점사회’를, 인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이라 지적한다. 도쿄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실업률은 높아지고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함으로써 고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도쿄가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이기만 할 뿐 재생산은 못 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며, 결국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감소하여 도쿄는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즉, 지방이 소멸하면 수도권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역 불균형 현상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그에 대한 견해도 제각각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든 것에는 필요의 정도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경제적 등의 이유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수도권 집중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필요악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도 최소한의 정도가 있다. 오랜 기간, 다수의 사람이 한 목소리로 얘기한다는 것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조건적인 개조가 아닌, 필요에 의한 ‘개선’ 말이다.

 

 

해답을 찾아 떠나는 기나긴 여정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자체에서 제각기 인구 유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국 60곳이 넘는 지자체가 이미 <인구 늘리기 지원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은 셋째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 1,000만 원을 지원한다. 이 밖에 여러 지자체에서 귀농·귀촌 유도정책부터 시작해 신규 전입자 우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혼남녀 맞선 행사부터 결혼 축하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 출산율을 끌어올려 인구 감소를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출산율만이 답이 아니다. 출산율 저하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도, 전 세계적으로도 만연한 현상이다. 지방 인구 유실의 근본은 결코 출산율 저하가 아니다. 단지 인구 유실의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다.

 

생산직은 대부분 고졸을 채용하고, 사무직은 수도권 대학 출신을 선호한다. 인프라가 없는데 청년더러 고향을 떠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역 인재의 지역 내 취업은 빛 좋은 개살구다.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지방에서 청년들에게 취업은 쉬울 리 없다.

지방의 인구 유출과 성장 불균형, 지역경제의 침체 등등 허다한 문제들은 모두 수도권 집중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도시 기능을 인구 규모에 맞게 재조정하는, 일명 ‘도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26일(일) 후보 당시 “블랙홀처럼 돈도, 사람도, 기업도 모두 빨아들이는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하면 어느 지역인들 살기가 어렵다”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사실상 반대한 바 있다. 한때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 역시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큰 틀에서 나 역시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라며 새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역 불균형 완화를 위해 제기된 사항으로는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천명하는 등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지방정부의 국정 참여와 협력강화를 위한 제2국무회의 신설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를 증대와 혁신적인 지방세제 개편방안 마련(지방교부세 법정률 인상, 불합리한 국고보조사업 개편) ▲자치입법권 및 자치조직권 확대 등이 있다.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이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들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수직적으로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수평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체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으로 인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구조차 사라져 서울공화국마저 멸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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