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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차별, 이젠 안녕!
  • 하수민 기자
  • 승인 2017.06.12 08:00
  • 호수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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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이른바 ‘지거국’(지방 거점 국립대)들이 서울·수도권의 대학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선 이도 그렇지 않다. 대입에서 비슷한 점수라면 지거국보다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 사립대를 택하는 게 요즘 추세다. 이 때문에 아예 캠퍼스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지방대까지 생기고 있다. 나기자 씨의 일생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 이 기사는 학생 인터뷰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사며 나기자 씨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나기자 씨는 서울 G방송국 기자다. 얼마 전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2017 한국포럼에 취재를 맡게 됐다. 이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창업 양성 등을 공정성장 동력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교육 격차에 따른 차별 해소와 창업 안전망 확충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 격차에 따른 차별이라…. 이 포럼을 들으며 그는 그의 과거를 회상했다.

과거를 떠올리며

나기자 씨는 지방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기자가 꿈이었던 그는 중, 고등학교 때 일주일에 적어도 한 권씩 책을 읽고 글 쓰는 습관을 길렀다. 공부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 입시에서 큰 고민에 빠졌다. 서울에 있는 사립대인 A대와 이름 있는 지방 국립대인 C대…. 대부분의 주변 선생님들은 출신학교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주홍글씨’라며 A대를 추천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발 빠르게 취업할 생각에 그의 마음은 이미 서울에 있는 A대를 향해 있었다. 이제 입학금과 등록금만 내면 A대 학생인 것이다. 하지만 고지서를 확인한 그 날. 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두 대학의 등록금 차이가 어마어마했던 것. 또한 A대에 입학하면 기숙사비도 부담해야하고, 2, 3학년이 돼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자취를 해야 해 비용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다.

C대도 지명이 높은 곳이어서 열심히 준비하면 기자가 될 기회가 많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C대에 등록금을 넣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해서도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학점관리를 꾸준하게 했다. 학점관리만 해서는 취업을 한 후에 다른 사람들을 뒤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 1학년 2학기 때는 학보사 기자를 지원해 2주에 한 번 신문을 발행하기 위해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인터뷰를 하러 다니고 밤늦게까지 기자실에 남아 기사를 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대학 내에 있는 취업 도움 기관을 방문했다. 그 곳에서는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많이 쌓아야 취업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쌓기 위해 여러 이름 있는 대외활동에 이제껏 기자활동을 하면서 쓴 글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실패

학점도 좋고 글을 써놓은 것도 많아 쉽게 대외활동에 붙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발표 확인을 하는 곳 마다 다 불합격이었다. 주변 선배와 친구들에게 하소연했다. “왜 내가 떨어졌을까?” 그 때, 한 선배가 말했다. “네가 지원한 이름 있는 대외활동은 거의 수도권에서 진행하잖아. 그런데 우리 같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그 대외활동을 하려면 그 쪽에서 교통비를 지원해야해. 그니까 지방에 사는 사람이 합격하려면 기본 실력 더하기 교통비를 지원할 만큼의 실력이 돼야하는 거지.”

‘경제적인 것이 부담되더라도 서울에 있는 A대를 갈 걸 그랬나?’ 그는 이 말을 듣고 처음으로 대학 선택에 후회했다. ‘아니다. 내 실력이 아직 부족한 탓이겠지. 실력을 쌓으면 합격할 수 있을거야!’ 그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이 공부했다. 영어 공부도, 힘겹게 붙은 대외활동도 열심히 하며 학창생활을 알차게 꾸렸다.

4학년이 돼 수십 군데의 언론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한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한 면접장에서는 “수도권 대학원이라도 다녀 학벌을 세탁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또 다른 면접장에서는 “지방 사람이 어떻게 수도권 언론사에서 일을 할 수 있겠냐”고 질문했다. ‘수도권 대학원으로 진학을 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찰나 서울 G방송국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이력서에 사진, 학력, 출신지 등 차별 요인을 넣지 않는 것이다. 즉, 오로지 실력과 인성만으로 평가한다는 것.

합격했지만…

이 소식을 들은 나기자 씨는 G방송국에 지원했고 곧이어 블라인드 채용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이후 실시한 면접에서도 나기자 씨는 좋은 평가를 받고 G방송국에 최종 합격했다. 그는 이제껏 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첫 출근을 했다.

수습기자의 이름표를 달고 꿈꾸던 기자 생활에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첫 회식 날 부장기자가 그에게 물어본 첫 질문은 “자네는 어느 학교 출신인가?”였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 말했던 출신학교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주홍글씨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블라인드 채용은 3년 후 없어졌다. 블라인드 채용이 없어진 후 C대를 나온 사람을 보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였다.

그는 취재를 하러 다니며 여러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만났다. 그들 중 대부분은 “사원 채용 때 서울소재 대학 출신자와 지방대 출신자를 차별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소재 대학 출신 직원과 지방대학 출신 직원의 업무능력 수행 차이는 없다”고 했다. G방송국의 인사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즉, 업무수행능력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직활동 시 지방대 출신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차별없는 사회를 위해

온라인 취업토털 사이트 사람인과 잡링크가 공동으로 시행한 <지방대생 취업 실태조사>결과 약 56.5%(306명)가 “사원 채용 때 서울소재 대학 출신자와 지방대 출신자를 차별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서울소재 대학 출신 직원과 지방대학 출신 직원의 업무능력 수행 차이에 대해서는 67.3%(365명)가 ‘출신 대학과 업무 능력과는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 조사에서도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의 심각성’질문에 65.3%가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학 서열화 해소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 서열화 해소방안으로 지역 거점 국립대를 명문대로 육성하기 위해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대학 간의 강의, 교수, 학생 교류를 확대하고 공동 운영 방안을 마련해 한국형 대학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통합 네트워크의 실현으로 대학의 이름이 사회에서 무의미해지고 대학에서의 성취 정도, 성실성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해, 학생들은 대학에서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 또한 학생들과 발맞춰 성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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