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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타내는 숫자, 주민등록번호
  • 이차리 기자
  • 승인 2017.06.12 08:12
  • 호수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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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행정자치부 블로그

우리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으로, 태어나면 13자리의 숫자를 부여받는다. 바로 ‘주민등록번호’다. 주민등록번호는 사용하는 곳이 많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도 온라인 게임의 회원가입을 위해 자신의 숫자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번호 13자리를 외우고 다닌다.

주민등록번호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민간 기업이 웹사이트 등에서 수집하는 것이 개인정보 보호법상에 의해 금지됐지만, 여전히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숫자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개인정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마음만 먹으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구할 수 있고, 중국에서는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상품의 일련번호처럼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 그 시작과 현재를 살펴보자.

 

주민등록번호의 시작

현행 주민등록번호는 1962년 5월 10일(목) 제정된 주민등록법에 기원을 둔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도민증의 형태와 이중 등록이 가능하단 점에 제대로 시행되진 않았다. 시간이 지나 1968년 북한 군인이 청와대를 기습하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거하려 한 1·21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간첩 식별 편의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법을 개정하고 주민 개개인에게 번호를 부여한다. 그 후 2차 개정을 거쳐 주민등록번호 발급 의무화와 주민등록증을 신분 확인 용도로 사용하도록 법제화한다.

12자리로 구성된 초기의 주민등록번호는 3차 개정을 통해 지금의 13자리로 바뀐다. 현 주민등록번호는 13자리로 각각의 숫자에는 의미가 있다.

 

 가나다라마바 - 사아자차카타파
  ‘가나다라마바’ : 생년월일
  ‘사’ : 홀수는 남성, 짝수는 여성
   *뒷자리의 첫 번호가 5~8로 시작하면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외국인등록번호
  ‘아자차카’ : 출생등록지의 고유번호
   *‘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번호
   *‘차카’는 읍·면·동주민센터의 고유 번호
  ‘타’ : 그날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한 순서, 일련번호
  ‘파’ : 특수한 규칙으로 만들어진 주민등록번호 오류 확인 검증번호

 

효율성이란 양날의 검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에 있어 찬반 논란은 끊임었다. 대규모 행정사무를 처리할 때, 일반적인 이름은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지만, 주민등록번호는 원칙적으로 동번이인이 없어서 대단히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곧 양날의 칼이 된다. 바로 생년월일과 출신지역, 성별에 대한 개인정보가 담긴 식별번호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번호 자체에 개인정보가 표시돼있어 인권 침해의 우려도 있다.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은 관리체제에도 큰 문제점이 있다. 국가가 발급하나, 보호는 개인이 스스로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 인증 및 수집, 보관에 이르는 중간 관리는 민간 기업이 담당해, 개인이 할 수 없다. 행정자치부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총괄하나 민간 기업들도 모두 가입자 정보를 가지고 있다. 사기업의 영역으로 주민등록번호가 넘어가며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2013년 4월 3일(수)부터 이틀간 진행된 화이트 해커들의 축제 ‘코드게이트 2013’에선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주민등록번호 역추적 알고리즘을 발표해 주민등록번호의 취약성을 알리기도 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쉽게 찾아낼 수 있고, 주민등록번호 노출은 제2, 제3의 개인정보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수립이 시급하단 말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변경하자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나날이 증가하고,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 걸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시된다. 그래서 몇 시민단체에서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를 초기화하고, 서구 국가들처럼 제도적으로 국가기관 외에는 수집과 보유를 못 하게 하자고 주장한다.

현행 제도는 평생 번호를 변경할 수 없으므로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우선시해 특이 사항이 없으면 개명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이름을 바꾸게 한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은 최근까지 법률 규정이 없어 불가능했다. 그러다 2015년 12월 23일(수) 주민등록번호 변경금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와 변경 가능의 길이 열렸다.

그렇게 지난달 30일(화)부터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가 시행됐다.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해 생명·신체, 재산, 성폭행 등의 피해 또는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다.

피해자와 피해가 우려되는 사람은 유출 및 피해 입증을 증명하는 금융확인서, 판결문 등의 공적 자료 또는 피해의 개연성을 소명하는 녹취록, 진술서 등의 자료가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유출 및 피해 입증자료와 함께 신청자가 주민등록지의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번호변경 신청을 하면, 최장 9개월의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변경된다. 이때 바뀌는 번호는 ‘아자차카타파’에 해당하는 성별을 뺀 뒤 6자리다.

변경신청을 했으나 심사를 거쳐 변경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범죄경력을 은폐하거나 법령상의 의무를 회피할 목적이 있는 경우, 수사나 재판 방해 목적,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변경이 불가하다.

번호변경 후 복지, 세금, 건강보험 등의 행정(공공)기관에서는 자동 변경된다. 하지만 은행·보험·통신 등의 민간기관과 주민등록번호가 표기된 신분증은 개인이 직접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타국에서 보는 국민식별번호

우리나라의 경우 만 17세가 넘는 사람은 ‘주민등록증’이란 신분증을 의무적으로 발급받는다. 이때 주민등록번호는 국민을 구별해주는 일종의 국민식별번호로 사용된다. 주민등록제도가 있기에 만들어지는 주민등록증. 다른 국가에서는 어떻게 국민을 식별할까.

우선 주민등록제도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은 주민등록제도를 사용한다. 일본은 2015년 하반기에 전 국민에게 ‘마이넘버’를 발급했다. 이전에는 ‘주민표코드’와 ‘주민 기본대장 카드’를 도입했으나 각종 문제가 많았다. 결국, 세금과 복지예산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일본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외국인도 발급 대상이다. 중국은 ‘국민번호’가 있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역할이며, 많은 중국의 인구를 고려해 과거 15자리와 현재 18자리의 국민번호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주민등록제도가 없다. 대신해서 영국은 정부에서 공식 발행하는 여권과 운전면허증이 신분증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사회보장번호(SSN)가 그 역할을 한다. 사회보장번호란 미국 시민·영주권자, 임시 거주자에게 발행하는 9자리 숫자로 미국 사회보장국에서 발행한다. 주된 목적은 개인이 과세했는지 추적하기 위함으로, 미국 내 수입원이 있으면 발급된다. 금전과 관련된 거래에는 전부 사용해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과 차이점은 연 3회, 평생 10회로 제한되지만, 사회보장번호를 쉽게 바꿀 수 있다.

 

변경을 통한 피해 예방

2014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에서는 심각해지는 주민등록번호 유출과 도용 문제로 주민등록번호체제 전면 개편을 위한 준비를 했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주민등록번호(규칙) ▲신규 주민등록번호(무작위) ▲현 주민등록번호+발행번호(무작위) ▲신 주민등록번호+발행번호(무작위) ▲발행번호 단독(규칙) ▲발행번호 단독(무작위) 등이 있다.

하지만 6가지 모두 현 주민등록번호 체제의 문제점인 ‘유출 시 신원도용의 가능성 차단’을 해결하지 못해 실효성을 지적받았다. 근본적으로 현재처럼 고정된 번호와 이름만으로 신원확인을 하는 한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1968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한 번 부여된 주민등록번호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경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유출 피해에 해당하는 사람에 한해 변경이 가능하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 시행한 행정자치부에서는 국민의 불안함 해소와 재산적 피해 등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잦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개인정보가 ‘공공재’가 됐다는 말이 많다. 아직은 미국의 사회보장번호처럼 전체를 바꿀 순 없지만, 13자리 중 6자리를 바꿀 수 있다.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로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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