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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린의 구구절절]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 신혜린 편집국장
  • 승인 2017.06.12 08:00
  • 호수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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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지금처럼 덥지 않고, 제 손으로 머리를 묶지 않았던 시절. 밥상에 앉아 크게 밥을 한 숟갈 떠먹으며 기자는 생각했다.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어른이라는 단어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에게 아주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른이 되면 다 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때문이였는지는 모르다만 어린시절 기자에게 어른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멀고도 아득하게 느껴졌다.

몰랐던만큼 기대감이 크고 환상이 컸던 시절.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 차이가 없었다. 조금 달라진 환경에서 조금 달라진 시간대에 수업을 들을 뿐 키도, 몸도, 마음도 모두 그대로다. 그런데 왜 그 시절에는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지 못했을까? 뒤돌아 생각해보면 아쉬웠던 것들은 참 많이도 남아있다. 별 거창한 건 아니지만 가슴 속에만 품고 있는 것들. ‘조금만 더 크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이라는 이름아래에 묻어둔 것들. 결국 시간이 지나 잊어버리고 만 것들. 가끔 떠오르면 ‘그랬었지’라며 넘기는 것들 말이다.

역사를 앞에두고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가정법이라고들 하는데 지나온 시간들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가정이 따라오곤 한다. 지난날의 그 선택에 대해서 하나둘 쌓인 곱씹다보면 또 하나둘 그 시절의 후회가 떠오른다. 그 시간에 머물러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 보면 또다시 놓쳐버린 ‘나’의 시간들이 생긴다. 22살. 그리 많지 않은 나이지만 성년을 훌쩍 지난 나이. 기자에게도 놓쳐버린 시간들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시간들도 있다.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곳, 이 시대가 무척이나 험난하고 외롭다고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 낭떠러지가 있을 수도 있고 캄캄한 어둠 속을 걸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험난함 속에는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과거의 ‘내’가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버리기라고 한다. 모아두고 쌓아두는 것만큼 쉬운 것은 없지만 버리는 것에는 참 많은 미련이 남는다고. 과거의 미련은 미련으로 그대로 놓아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어른이라는 건 결국 그까짓 숫자놀음이 아니라 과거를 두고 현재를 맞이할 준비가 된 사람을 부르는 게 아닐까? 그렇기에 이제는 더는 변하지도 변할 수도 없는 과거를 두고 걸음을 떼는 연습을 시작해본다.

그렇게 오늘도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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