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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기형적 다이어트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7.05.29 08:00
  • 호수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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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늘씬한 연예인의 모습을 보다 순간적으로 화면에 비친 과자를 집어먹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흠칫 놀란 A 씨. 그의 머릿속에는 가장 최근 잰 몸무게가 스쳐지나갔다. ‘아, 또다시 여름이 다가오는구나. 이번엔 정말 다이어트 성공 할 거야’라며 컴퓨터를 켜 운동 동영상과 다이어트 식단을 검색한다.

시들지 않는 다이어트 시장

사실 국어사전에 등재된 ‘다이어트’의 뜻은 ‘음식 조절.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의 증진을 위해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음식 조절이 주 목적인데 우리는 보통 ‘살을 빼는 행위’의 뜻으로 사용한다. 그래서일까? 포털에 ‘다이어트’를 검색하면 다이어트 식단, 다이어트 약, 운동, 단기간 다이어트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정보가 검색된다. 다이어트 관련 서적만 해도 12,000권이 훌쩍 넘는다.

멋진 몸매로 유명한 연예인이 홍보하는 닭가슴살 세트, 샐러드 도시락, 다이어트 쉐이크 등 이것만 먹으면 마법처럼 살이 빠질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효과적으로 살을 빼기위한 운동법을 안내해주는 책과 동영상도 많다. 심지어 살을 빼지 못했을 경우에는 날씬해 보이기 위한 압박스타킹, 복대 등의 다양한 보정속옷들도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다이어트 관련 상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군살 없는 마른 몸을 가진 모델 혹은 연예인이 홍보에 전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마름을 강요하는 미디어

하루 종일 주변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는 우리들의 삶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가진다. 사람들은 미디어가 전해주는 것들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미디어는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문제는 이 미디어가 규정하는 ‘아름다운 몸매’는 군살 없는 마른 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몸매’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남성에게는 탄탄한 식스 팩을, 여성에게는 가는 허리와 늘씬한 다리를 기대한다. 이러한 몸매를 가지지 못한 연예인들에게는 ‘자기관리를 못한다’, ‘살이 쪄서 보기 싫다. 살 좀 빼라’ 등의 악플을 달기도 한다.

이는 아이돌 가수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마른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몸무게를 수시로 체크하고 몰래 간식을 먹다가 매니저에게 혼났다는 일화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 결과 키가 170cm 가까이 되지만 몸무게는 50kg가 채 안 되는 이들이 대다수다. 최근 한 예능에서는 아동복을 리폼해 걸 그룹의 무대의상을 만들기도 한다는 내용이 방송돼 시청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마르지 않은 몸매에 대한 지적의 대상은 TV속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주변인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이어진다. 마른 몸을 아름다운 몸으로 규정하는 미디어, 마르지 않은 몸에 대한 비난을 하는 시청자. 결국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신체상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지난 21일(일) 발간한 <비만업데이트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이상 성인 비만율은 5.3%에 불과하다. 이는 35개 회원국 중 3.7%의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그만큼 대다수의 국민이 정상체중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뚱뚱하지 않음에도 다이어트를 외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왜곡된 신체상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신체상이란 ‘신체적 자아’ 즉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인식을 뜻한다. 신체상은 개인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치며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왜곡된 신체상을 가진 이들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섭식장애, 우울장애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섭식장애에는 극단적으로 식사를 제한하는 거식증, 식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폭식증이 대표적인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최근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20대 여성이 크게 증가했다.

마른 몸을 향한 열망이 질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 미용 체중

미용 체중에 대해 들어봤는가? 어떤 근거로 누가 정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1cm단위로 키 대비 미용 체중에 대해 정리된 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흔히 ‘옷을 입었을 때 가장 예뻐보이는 무게’라는 의미로 미용 체중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 미용 체중은 BMI(신체질량지수)기준으로 저체중과 정상체중 중간의 몸무게로 표준체중에 비해 약 10kg가량 적다. 미용체중 표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용 체중이 터무니없이 적게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은연중에 자신이 그 몸무게에서 훨씬 벗어난다는 생각에 정상체중임에도 스스로를 ‘비만’이라 여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

앞서 사전에서 살펴봤듯 다이어트는 체중감소의 목적도 있지만 ‘건강의 증진을 위해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느니 몸은 힘들지만 살을 빼서 마른 몸을 갖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 하지만 BMI(체중/키의 제곱)지수가 18.5 이하인 저체중까지 감량한다면 면역력이 낮아지며 골다공증의 위험도 커진다. 저체중의 경우 폐결핵 위험이 정상체중 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급격한 다이어트로 감량한 경우 빈혈, 호흡기 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단순한 외형적 아름다움을 위해 건강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겉만 아름답고 속은 곪아간다면 겉의 아름다움은 금방 시들 것이다. 가장 건강한 다이어트는 균형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외적인 비율의 균형이 아니다. 몸속의 지방과 근육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 균형만 잘 맞춘다면 당신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체지방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전문적 기구가 필요하지만 줄자만 있다면 대략적인 자가 점검도 가능하다. 인체에서 체지방이 가장 많이 쌓이는 허리둘레를 활용한 WHR(허리 대비 엉덩이둘레)와 WHTR(허리 대비 키)을 소개한다. WHR의 경우 배꼽기준의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값으로 0.7은 날씬한 편이며, 0.9가 넘는다면 성인병의 위험이 있으므로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있다. WHTR의 경우 허리둘레를 키로 나눈 값으로 0.43에서 0.5사이는 건강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망설이는 당신, 지금 측정해보라. 왜소한 체격이지만 체지방률이 높을 수도, 큰 체격이지만 체지방률은 낮을 수도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한민국으로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경험한 당황스러운 문화 중 하나로 외모에 대한 지적을 꼽았다. 칭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의 결점이나 스타일에 대해 서슴없이 지적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타인에게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타인의 시선에도 민감하다. 사람을 만날 때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마디 얹기 바쁘다.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길고 마른 몸을 정답으로 여기는 미디어가 가장 먼저 변해야 한다. 아름다움에 정답은 없다. 모든 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없듯 모든 면이 못난 사람도 없다. 각자는 모두 개개인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고 그들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 할 줄 알자. 타인의 시선에 대한 레이더를 잠시 꺼두고 내면을 향한 레이더를 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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