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칼럼
[기자일언] 굶주린 아이들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05.29 08:00
  • 호수 617
  • 댓글 0

“애들이 방에 가면 냉장고 문을 수없이 열었다 닫았다 해요. (간식이) 없는 줄 알면서도요”. 한 보육원 교사가 인터뷰 중 한 말로, 몇 달째 내 귓가에 맴도는 말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 물으면 대다수가 ‘의식주’라 답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생존과 직결된 게 바로 먹는 건데, 아직도 많은 아이가 굶주리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보육원 아이들에게 정부가 한 끼 식대로 정한 돈은 2,348원으로, 하루 간식비도 고작 400원에 불과하다. 아이들의 식대에서 조금 더 보태 3,000원을 가지고 밖에 나가면 우리는 얼마나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까? 물가는 해를 거듭할수록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데, 보육원 식대는 지난 4년 동안 고작 279원 올랐다. 

 

지난 15일(월)에는 부모와 떨어져 혼자 생활하다가 끼니를 해결하고자 마트에서 햇반, 통조림 등의 물건을 훔치다가 적발된 16살 A 군의 기사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시험공부를 하기 싫어 울상 짓고, 쉬는 시간 간식으로 매점에서 빵이나 과자를 사 먹을 16살의 나이에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한다니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다. 검찰은 A 군이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처지나 사회에 대한 비관, 반감이 없어 경제적 어려움만 해결되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리고 이후 민간봉사활동단체와 쌍용차 등에서 A 군에게 지원의 손길을 건네며 사건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A 군, B 양이 존재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아이들이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가 책정한 식대는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또한, A 군과 같이 보육시설에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당장 식대 지원이라는 복지 대상이 된 아이들만 해도 영양가 낮은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하물며 A 군과 같은 경우에는 얼마나 굶주릴까?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은 굶주려간다. 이렇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부모 사랑에 굶주리고, 부실한 밥상에 또 한 번 굶주린다.

 

복지(福祉).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국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 노력하는 정책으로, 세금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에서 여전히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 등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불필요한 곳에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렇게 우리의 세금은 정작 중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고 줄줄 새기만 한다. 더는 굶주리는 아이들이 없도록, 굶주리는 이들이 없도록 조세체계의 대수술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태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