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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그리다, 캘리그라피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7.05.15 08:00
  • 호수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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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배우고 글을 쓸 수 있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신만의 글씨체를 갖는다. 한 획 한 획 자신만의 강약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유연한 선, 날카로운 선, 글자의 번짐 등 같은 뜻을 담은 글이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어떤 이의 필체는 글자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쇄술의 발달로 같은 글씨를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오늘날, 우연성이 담긴 개성 있는 손 글씨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되기도 한다. ‘글자를 쓴다’는 표현보다 ‘글자를 그린다’는 표현이 더 잘어울리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를 소개한다.

캘리그라피의 첫 등장

몇 년 전부터 각종 SNS에 개성있는 손글씨로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캘리그라피의 첫 등장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다. 언론에 캘리그라피(이하 캘리)가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바야흐로 2003년. 서체 디자이너 이규복 씨가 세계 최초로 먹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1만 2,000자의 다양한 글씨체를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한데서 시작됐다.

그는 한글과 한자 그리고 영어 알파벳까지 다양한 글자들을 서예가나 역사 속의 대가들이 사용했던 서체 혹은 독창적인 글씨체들을 한 자 한 자 이미지 작업을 거쳐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했다. 당시엔 ‘캘리그라피’라는 표현보다는 ‘디지털 서예’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던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중반 즈음 캘리는 본격적으로 광고, 영화 포스터, 상표, 책 디자인, 간판 등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명조체나 돋움체 혹은 고딕체의 활자가 주를 이뤘던 책 제목이 개성이 가득 담긴 캘리로 변화한 것이다. 실제 2007년 베스트셀러 책 중 10권 중에 1권 꼴로 캘리 제목을 활용했다. 이어 2008년 3월,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가 창립되면서 캘리는 좀 더 전문적인 분야로 발전하게 됐다. 2014년 11월부터는 캘리 전문가임을 공인하는 캘리그라퍼 자격증 시험이 실시되기도 했다.

예쁘기만 하면 된다?

‘캘리는 그저 예쁘면 되는 것 아닌가?’, ‘자격증이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개성뿐만 아니라 서체로서 조형적 완성도를 갖춰야 진정한 캘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막연히 예뻐 보이는 글자 사이에는 사실 나름의 규칙들이 숨어있다.

캘리를 통해 표현되는 글자들은 일종의 ‘그림문자’다. 때문에 그림의 특징인 ‘구도’와 ‘배치’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자음과 모음의 비율 혹은 받침의 비율이 1:1, 1:1/2인 경우 등 조형적 완성도를 위한 일정한 규칙들이 있다. 때문에 같은 ‘별’이라는 단어를 쓰더라도 ‘벼’와 받침 ‘ㄹ’의 비율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또 어느 부분에 강조를 두는지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때 자음이나 모음에 강조를 둘 수도 있고, 통 글자 자체에 강조를 둘 수도 있으며 단어나 문장을 강조할 수도 있다. 획을 직선으로 그을 때와 곡선으로 그을 때 역시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한편, 어디에 어떻게 강조를 줄지는 낱말의 뜻과 관련해 결정지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려’와 같은 속도감 있는 단어들은 기울어진, 날카로운 글씨체로 표현하면 그 의미를 더 잘 전달할 수 있 듯 말이다.

용호 풀잎문화센터의 원장이자 캘리 지도자인 김미경 캘리그라퍼에 따르면 캘리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위의 규칙들이 ‘자신의 서체’에 밀려 똑같은 글씨만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김미경 캘리그라퍼는 “글씨를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갖고 논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는 오로지 즐거운 마음가짐과 연습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캘리는 예쁘기만 한 것 보다는 독창적인 개성이 담긴 또 하나의 자기표현인 것이다.

펜으로만? 재료는 무한하다!

대부분의 캘리 작품들은 종이에 펜으로, 혹은 붓을 이용해 그린다. 하지만 캘리의 특징을 기억하는가? 바로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재료들은 글자가 되기도 하고, 글자를 그리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그 종류는 이쑤시개, 면봉, 화장지, 나뭇가지 등 다양하다. 이렇듯 다양한 질감의 재료들은 의미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으며 펜과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최근에는 다양한 색감표현이 가능한 수채물감을 이용한 캘리 젊은 층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독학으로 배울 순 없을까?

캘리는 전문 지도사 자격을 지닌 캘리그라퍼로 부터 배울 수 있다. 용호 풀잎문화센터에서는 입문반과 전문반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과정을 수료한다면, 캘리그라피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런데 혼자서 배울 수는 없을까? 답은 ‘가능하다’다. 평소 개인 SNS에 본인의 캘리 작품을 게시하고 또 주변에 선물하기도 하는 우리대학 학우를 만나봤다.

캘리그라피는 ‘마음을 전하는 나만의 도구’- 김유미

김유미(가족복지 16) 씨는 고2 겨울, 일본 여행 중 우연히 캘리용 붓펜을 선물 받았다. 우연히 선물 받은 붓펜은 오늘의 그녀를 있게 했다. 평소 캘리에 관심이 많아 여러 캘리 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에게 선물로 받은 붓펜은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이다.

좋은 작품을 따라그리는데서 시작했다

선물 받은 붓펜으로 다른 사람들의 잘 쓴 글들을 따라 써보면서 그녀의 취미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좋은 글귀와 마음에 드는 글씨체를 따라 써보면서 혼자 연습하고 예쁘게 잘 써진 글귀들을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다만 혼자서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실력이 제자리에 멈춰있다고 느껴졌다. 그럴 땐 개성이 강한 캘리를 찾아 따라해 보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려 했다.

“내가 좋은 그릇이 되어서 좋은 사람을 담을 것”

유미 씨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다. 수줍지만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에서 진실함이 느껴졌다. 이어 다양한 캘리를 위해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도 시도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순수하게 캘리를 즐기는 그녀가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직접 쓴 글귀를 친구에게 선물했을 때 그 친구가 너무 고마워하며 같이 캘리를 배우고 싶어 했던 때라고 회상했다.

끝으로 그녀에게 캘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볼 생각이 있는지 묻자 유미 씨는 “이 작은 취미를 발전을 시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은 혼자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네모반듯하고 틀에 박힌 일상에 지친 당신. 캘리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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