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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용은 얼마입니까?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7.05.15 08:00
  • 호수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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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현관에 있는 우산꽂이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작년에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우산만 7개다. 일기예보를 챙겨보지 않은 결과로 3만5,000원의 멍청비용이 나갔다”

“화장대에 같은 색의 색조 화장품들이 널려있다. 사용하지도 않는 것인데 스트레스만 받으면 화장품을 산다. 이뿐이 아니다. 어제는 너무 우울해서 옷을 잔뜩 샀다. 돈 아까워 죽겠다”

요즘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인 단어가 있다. 바로 XX비용, 홧김비용, 멍청비용, 쓸쓸비용 등의 비용시리즈다. 이러한 비용은 무엇이며 어디서 나왔을까.

 

 

여러 비용 시리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XX비용이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음을 한다거나 기분전환을 위해 새로운 화장품을 사는 등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소비를 뜻한다.

XX비용은 지난해만 SNS에서 1만 3,760건이 언급됐다. 인스타그램에 해시 태그 된 게시물도 2,700건이 넘는다. 실제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이 ‘홧김에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인당 스트레스 비용은 1년 평균 23만 5,000원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홧김비용이 있는데, 홧김비용은 스트레스를 받은 날 홧김에 지출하는 충동구매를 뜻한다.

안 써도 될 돈을 쓰는 게 비단 스트레스를 받을 때만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외로워서 혹은 부주의해서 불필요한 지출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쓸쓸비용’과 ‘멍청비용’이라 부른다.

쓸쓸비용은 대부분 혼자 사는 젊은 세대들이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음식을 먹거나 원하지 않는 외출을 할 때 나가는 비용이다.

멍청비용은 멍청하지 않았다면 나가지 않았을 돈을 뜻한다. 토익시험을 결제해놓고 정작 시험 당일 늦잠을 자 시험을 보지 못하는 바람에 날린 응시료, 헬스장을 등록해놓고 한 번도 가지 않아 날린 헬스장비, 늦잠을 자 급하게 탄 택시비용 등 본인의 부주의로 낭비한 돈이 멍청비용에 포함된다.

재미있게 이름은 붙였지만 아낄 수 있는 비용이었다는 점에서 배가 아픈 돈이기도 하다. 외로워서, 멍청해서, 홧김에 쓴 돈. 왜 이런 현상과 신조어가 생겨나는 걸까?

 

현실을 반영하다

 

이런 비용 시리즈를 바라보는 세 가지 견해가 있다.

첫 번째 소비행위를 합리화시키는 인상의 심리 기제로 봤을 때 길티 플레져와 스몰 럭셔리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길티 플레져란 죄의식을 동반하지만, 했을 때 즐거운 일이라는 말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남한테 이야기하기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막상 하고 나면 즐거운 일을 뜻하는 신조어다.

스몰 럭셔리란 명품 의류나 가방 등을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울 때 이와 같은 만족감을 얻기 위해 비교적 저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현상이다. 불경기 때 전체적인 소비가 감소해도 일부 저가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인 ‘립스틱 효과’가 확대된 개념이다.

비용 시리즈의 경우에는 길티 플레져, 스몰 럭셔리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즐거움이 빠지고 공격성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금지된 것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보다는 억압된 것을 터트리는데 초점이 맞춰진 사례다.

두 번째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미래가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는 욕망이 담긴 것으로 이러한 현상을 볼 수도 있다.

저축해봤자 집을 사지 못하고, 열심히 공부해봤자 취업하지 못한다. 또한 갑·을 관계로 드러나는 계급 격차가 심한 사회를 살다 보니 젊은 청년층일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더 노력하라는 것이 현실이다. 암울한 청년 세대의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는 신조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세 번째 요즘 젊은 세대에게 많은 것을 강요한다. 부지런하고, 부모님께 효도를 해야 하며 알뜰해야 한다.

이러한 강요 속에 젊은 세대는 자신들에게 더욱 혹독하게 대한다. 자신의 행위와 시간과 생각을 모두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의미를 찾고 세세하게 관리하려 한다. 내가 한 선택이, 내가 쓴 돈이 바른 것이었느냐는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용어가 큰 공감을 부르는 것이다.

 

비용을 바라보는 두 시선

 

앞서 언급한 비용들을 그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쓰는, 쓰지 않아도 될 돈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용의 명칭을 앞세워 갖고 싶은 것들을 갖기도 하고, 해보고 싶었지만 겁나서 하지 못했던 일에 과감히 투자하는 일도 일어난다.

비용은 살짝 아까울지 몰라도,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즐겁고 기쁘다. 언젠가 쓸모없지만 쓸모있게 되는 날을 기대하며 쓸 거면 시원하게 써버리자고 스트레스받는 것도 서러운데, 스트레스라는 단어만 봐도 스트레스 받는데 자신만을 위한 값진 곳에 쓰기를 바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비용들에 대한 우려도 크다. 홧김에 사용한 돈들이 계획적인 소비습관을 방해해 정말 필요한 순간에 쓸 돈이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순간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돈을 쓰고 나서 쓸데없이 돈을 썼다는 후회와 걱정으로 전보다 더 큰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XX비용의 경우 엄청난 돈을 쓴 뒤 후회하면서 거기에 대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아 또 다른 XX비용을 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은 현실의 스트레스를 잠시 묶어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자신을 위해 호기롭게 돈을 쓰지만 이내 뒤돌아서 카드값을 보고 후회하는 우리의 모습에 더 씁쓸해지는 게 현실이다.

 

사회가 부른 착각

 

스트레스를 받아 사용하는 비용이 잠깐은 스트레스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스트레스

를 돈으로 풀다가 돈 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지말고, 건강한 해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젊은 세대들의 올바른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는 올바른 휴식이다. 소비하고, 폭식하는 등의 욕구 충족적인 휴식이 아닌 진정으로 즐기고 쉬는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

또한 이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다. 자신이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소비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사람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 물건, 음식에 소비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젊은 청년층의 사회적 환경은 자기계발과 관리가 매우 중요한 환경이다. 자기계발과 관리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취업 등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에게 더욱 혹독하게 채찍질한다. 완벽한 자기 관리를 위해 계획적인 소비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 충동소비는 이에 어긋나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로봇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더 이상 젊은이들에게 완벽을 강요하지 말고 조금 실패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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