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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수난시대2015년부터 스멀스멀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소아성애’에 대해 알아보자.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04.17 08:00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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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바닥에 어딘가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다. 자세히 보니 표정도 멍하고, 교복 상·하의가 터무니없이 짧아 보인다. 방송,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소녀와 비슷한 아이들이 같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기분마저 든다. 그들은 왜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2015년부터 스멀스멀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소아성애’에 대해 알아봤다.

 

소아성애의 역사

연예계에 아주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로리타’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여러 아이돌 및 모델이 일명 ‘로리타 콘셉트’로 활동을 해 한동안 연예계가 떠들썩했다. 우리는 로리타라는 용어에 앞서 ‘소아성애’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한다. 소아성애는 사춘기 이전의 아이에게 강렬한 성적 욕망을 느끼는 것으로, 어린 여성에 대한 성적인 관심은 로리콘, 어린 남성에게 호감 또는 애정을 느끼는 사람은 쇼타콘이라 일컫는다. 즉, 우리가 대개 알고 있는 로리타라는 용어보다 앞선 개념이 소아성애다.

사진출처/Daum 백과사전

놀랍게도 소아성애는 고대 그리스에도 존재했다. 그 시대에는 자연스럽게 이성 간, 동성 간 사랑이 모두 존재했으며, 그중에서도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남성 간 동성애가 많았다. 소년이 성인의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대가로 지혜와 덕을 교육받아 훌륭한 성인이 된다며 특히 소년과 성인과의 동성애가 많이 이뤄졌다. 이러한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에라스테스는 사랑하는 자(18~30세)를 말하고, 에로메노스는 사랑받는 자(12~17세)를 말하며 서로는 애인이자 사제관계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18~30세끼리의 성행위는 수치스러운 것으로 보았다는 점인데, 에로메노스가 18세가 되면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나며, 이후에는 에로메노스가 에라스테스가 된다. 이에 따라 고대 그리스의 동성애는 단순한 동성애가 아닌 소아성애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소아성애의 대표 격으로 쓰이는 ‘로리타’라는 용어의 유래는 1955년으로 거슬러 간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Lolita)>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소설 <롤리타>는 12살 소녀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중년 남성의 심리를 묘사한 소설로, 여주인공인 돌로레스의 애칭이 ‘롤리타’다.

그리고 이후 미국 작가 러셀 트레이너가 1966년 쓴 책 <로리타 콤플렉스(The Lolita complex)>에서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최초로 언급돼 정의가 확립됐다. 이렇듯 (2차 성징 이전의)9~14살 여성에 대한 성적 끌림을 일컬어 로리타 콤플렉스(이하 로리콘)라고 하는데, 여러 매체에서는 그 대상을 ‘미성숙한 여성’으로 뭉뚱그리거나, 아예 ‘미성년자’로 잘못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출처/<철인 28호>

그렇다면 어린 남성에 대한 성적 끌림은 뭐라고 일컬을까? 바로 쇼타로 콤플렉스(正太郎コンプレックス, 이하 쇼타콘)다. 쇼타콘은 로리콘과 대비되는 용어로, 1980년대 초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철인 28호>의 카네다 쇼타로라는 캐릭터의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쇼타로는 짧은 반바지의 교복을 입고 있는 귀여운 얼굴의 소년이다.

 

아이들 수난시대

용어의 혼용만큼이나 우리 사회 곳곳에 혼잡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소아성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로 간다. 대검찰청의 ‘2015년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은 2005년 2,904건에서 2014년 9,530건으로 3.3배나 증가했다.

특히 10년간 미성년자 성폭력 증가 폭은 우리나라 전체 성폭력 발생 증가 폭보다 크다. 이렇게 아동을 미성숙한 존재로, 모자란 존재로 만들어서 마음대로 훈육을 하고 성적으로 유린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적잖이 있다. 더 이상은 소아성애가 취향 혹은 성향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지 말아야 한다. 소아성애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프라다의 한 광고는 “해당 이미지는 아동이 어른 옷을 입고 외설적인 포즈를 취하는 듯이 보인다. 무책임하고 아주 불쾌하다”는 이유로 유럽의 광고기준위원회에 의해 금지됐다.

사진출처/프라다

광고 모델은 21살의 성인이지만, 앙상한 다리와 몸집 같은 것들이 어린아이를 단지 ‘연상’ 시키게 한다는 것만으로 금지가 된 거다. 이만큼 ‘소아성애’는 떠올리기만 해도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건화의 영향은 상당히 크다. 즉, 반복적인 상황에 계속 노출되면 ‘소아성애’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하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돼 위험하다.

 

예술과 외설, 그 멀고도 깊은 차이

사진출처/<스물셋> 뮤직비디오

가수 아이유는 지난 2015년 10월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은 4집 미니앨범 ‘CHAT-SHIRE’에서 수록곡 ‘제제’가 소아성애적 가사를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은 해당 앨범의 커버 사진과 뮤직비디오 또한 로리타 콘셉트가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져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f(x) 전 멤버인 설리는 사진작가 로타와 작업을 할 때마다, 그리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로리타 콘셉트의 사진을 올릴 때마다 비판을 받는다. 로리타 콘셉트을 고수하는 연예인 중 대표 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외에도 여러 연예인의 로리타 콘셉트, 쇼타 콘셉트 논란·의혹이 있었다.

이러한 연예계의 소아성애 콘셉트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한편,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는 의견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먼저 매스미디어의 막대한 영향력을 이유로 들 수 있다. 미디어, 특히 지상파의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서 노출된 소아성애 콘셉트는 매체 특성상 수용자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경우 판단력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 또한 이와 관련해서 둔감화 된다.

실제 소아성애를 가지고 아동을 성폭행한 가해자의 말을 들어보면 “나는 잘못이 없다. 아이가 나를 먼저 유혹했다” 등의 얼토당토 않은 말을 늘어놓는 걸 숱하게 볼 수 있다. 즐비한 소아성애의 콘셉트화로 인해 이는 미디어를 통해서 미화되는 등 잘못된 인식으로 확산된다. 결국 이를 현실과 분간하지 못하고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이는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권리로, 특히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 표현의 자유는 특히 성적 문제와 맞물릴 때 더욱 논란이 되는데, 그 예로 1992년 마광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 1996년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이 음란물로 분류되거나 구속당했다. 다른 사례로는 1997년 이현세의 만화 <천국의 신화>가 있는데, 만화에 실린 일부 수간 장면으로 해당 만화는 음란물 판정을 받았다. 이에 이현세가 6년여간의 긴 법정싸움을 펼친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내 만화 창작의 자유를 인정받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의 범위는 이처럼 명확한 정답이 없는 논란거리다.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로 포용될 수 있을지는 예술가와 대중 모두에게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표현에 대해 단·장기적으로 피해를 보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일 경우에는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표현의 자유 위에 도덕과 윤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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