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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이야기 찾기] 우주에서 온 빛, TV 노이즈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04.17 08:00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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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의 우리는 단지 TV 리모컨만으로 우주 탄생의 증거를 볼 수 있었다. 당신은 아날로그 TV에서 사용되지 않는 채널을 틀면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색의 어지러운 점들이 떠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이즈가 사실은 아주 작고 뜨거웠던 우주의 잔류물인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이하 우주배경복사)’였다는 사실이 1964년 벨 연구소의 펜지아스와 윌슨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당시 그들은 신호를 좀 더 잘 잡기 위해 안테나 수신기에 들어오는 잡음을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안테나 문제일 것으로 생각하고 안테나 청소와 주변을 정리했지만 잡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에대해 자세히 연구해봤고, 당시 공과대학에 다니던 친구에 의해 이들이 발견한 것이 사실 우주 탄생 초기로부터 온 빛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즉, 우연한 기회로 우주배경복사의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이로써 빅뱅우주론과 대립하고 있던 정상우주론(우주가 영원하고 그 밀도가 일정하다는 이론)은 종말을 고했고, 빅뱅우주론이 우주론의 정설로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펜지아스와 윌슨은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공로로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우주배경복사는 무엇이며, 왜 그로 인해서 TV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전역에서 고르게 감지되는 전자기파로 빅뱅 때 발생했던 강력한 극초단파 폭발에너지가 우주 공간이 팽창하면서 점차 약화되어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을 거쳐 최종적으로 저주파의 형태로 변형된 것이다. 이는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동일하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빅뱅이 한 점에서 생성되어 팽창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목욕탕에 남아 있는 수증기를 보고 뜨거운 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추리할 수 있는 것처럼, 우주배경복사를 보고 태초의 우주가 뜨거웠다는 걸 알 수 있다.

137억 년 전의 복사가 우주 팽창 과정에서 식어 오늘날 우리가 관찰하는 희미한 마이크로파가 됐다. 그리고 이것을 아날로그 TV 안테나가 포착해 우리가 화면상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그 검은색의 노이즈 화면이 사실은 오랜 시절 아주 뜨겁고 조밀했던 우주가 남긴 우주배경복사라니, 놀랍지 않은가.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우주가 어쩐지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 아직 집에 아날로그 TV가 남아있다면 당장 사용하지 않는 채널을 틀어 우주 탄생의 증거를 관찰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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