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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입니까?바야흐로 다문화 시대, 우리의 다문화 인식은 안녕할지 알아보자.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04.03 08:00
  • 호수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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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소식을 전했던 켈리 교수를 기억하는가? 가택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켈리 교수의 3세 딸이 춤을 추면서, 잠시 뒤에는 9개월 둘째 아이가 보행기를 타고 연달아 방에 난입한 일이 있었다. 켈리 교수의 한국인 아내가 다급하게 들어와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갔지만 생방송 뉴스는 이미 초토화된 뒤였다.

그리고 켈리 교수 일가족의 방송사고 영상은 23일 BBC 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2,26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전 세계인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으며, 켈리 교수와 아이들은 단숨에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이렇게 재밌는 사건의 단면에는 지독히도 뿌리 깊은 문제가 하나 숨어 있었다. 바로 ‘인종 차별’ 문제다. 많은 이들이 허둥지둥 아이를 데리고 나간 동양인 여인을 보모로 본 것이다. 방송에서 분명히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여러 영국 매체에서 켈리 교수의 아내를 보모라고 생각했을까? 이 의문은 인종과 젠더, 다인종 커플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을 아내가 아닌 보모로 보는 것은 아시아 여성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인종적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는 지적으로 국내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차별의 역사

하루에도 인종차별과 관련해 여러 뉴스가 쏟아진다. 이제 ‘눈을 찢는 모습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예사로 들릴 정도다. 차별의 장도 영화계, 스포츠계, 음악계 등 다양하다. 박인영(금융보험 13) 씨는 “작년 여름 호주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 친구들이랑 신호를 기다리려고 서 있었는데 옆에서 시끄러운 경적이 들렸다. 돌아보니 차에 타고 있던 외국인이 창문을 내리더니 손가락 욕을 날리고 대꾸할 틈도 없이 가버렸다.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을 직접 겪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종은 신체적인 특성을 기준으로 분류한 인간의 종별(種別) 개념을 의미하는 말이다. 인간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골격, 피부, 모발 등의 차이로 구분한다. 분명 인종은 차별이 아닌 차이일 뿐인데 역사 속에서는 인종 차별로 말미암은 수없이 많은 멸시와 모멸, 심지어는 잔혹한 탄압이 있었다. 오늘날 인류의 종이 번식하면서부터 순수한 인종의 개념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을뿐더러, 피부색이나 소유재산 등 인종 간의 격차를 측정하는 방법도 일방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차별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차별의 칼날이 향하는 곳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색색의 크레파스로 스케치북에 갖은 상상을 더 해가던 그때. 피부색을 칠하기 위해 무심코 집어 든 색깔 ‘살색’.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살구색을 살색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우리 사회가 말이다. 실제 세계인의 피부색은 흰색부터 살구색, 진 노란색, 갈색, 진한 갈색, 흑색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서로 다르다. 따라서 특정 색상을 살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원으로 2005년 기술표준원에서는 기존의 살색을 ‘살구색’이라 칭하도록 개정·고시 했다. 이 외에도 ‘흑형’, ‘짱깨’ 등 생활 곳곳에서 쓰이는 인종차별적 용어는 많다.

차별의 시대에서 무서운 또 한 가지는 바로 누군가는 차별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벌어지는 유대인 대 유대인의 갈등이 있다. 그곳에서 에티오피아계 흑인 유대인인 팔라샤는 직업,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차별 받는다. 대규모 시위를 벌여도 문제는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씨는 “학교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동남권 외국인과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 뉴스에서 봤던 여러 부정적인 사건이 떠오르면서 상대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도 혼자 긴장하기도 한다. 나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서 그런 경향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서양권 외국인과 비교하면 동양권 외국인을 낮춰 보는 사례가 많아 외국인 노동자 폭행 사건 등 차별은 여러 상처를 낳는다. 물론 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잇따른 차별이 행해진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며,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

 

세계는 지금

호주 한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일한 자격을 가진 구직자가 영어권 이름을 썼을 때보다 중동·중국계 이름을 쓴 이력서를 보냈을 때 고용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을 기회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한다. 뉴욕의 한 인권단체의 보고서에 의하면 뉴욕 경찰의 검문을 받는 사람 6명 중 5명이 흑인이나 라티노라고 밝혀졌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는 인종차별이 만연하다.

이주민이나 타 인종에 대한 내재화된 편견이나 노골적인 차별은 미국과 같은 다인종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10년 전 외국인 노동자, 또 농촌 총각과 결혼한 중국·동남아 출신 여성이 우리나라 이주민의 대부분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그 구성이 더 다양해졌다. 외국인 근로자, 외국 국적 동포, 불법체류자, 유학생, 난민 등 이주민 200만 시대에 이른 지금, 차별 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지난달 20일(월) 사회노동위원회는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비 문서로 ‘구직기간 제한’과 ‘이직횟수제한’, ‘사업장 이동 제한’ 등 반인권적 조항으로 가득 차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노동 문제이기 전에 반인간적인 인종차별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역시 한국의 노동자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지켜져야 한다. 정부가 인종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고용허가제도 즉각 폐지하여 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그 외에도 2007년 8월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인종차별적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차별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고 권고한 적이 있다. 오랜 기간 여러 곳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나중으로 미루려고 한다.

많은 정치인이 평소에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하다가도 막상 선거철만 되면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차별 금지법이 인종차별뿐 아니라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포함하기 때문에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미루어 ‘차별’은 비단 인종에 대해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광범위한 차별을 규제하는 차별금지법이 더 절실해지는 순간이다.

 

바야흐로 다문화 시대

그렇다면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승해경 경상남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을 만나봤다.

승해경 씨는 “우리는 대개 이중적 차별을 행한다. 한 가지는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경제적 자원의 차이를 근거로 한 차별이고, 다른 한 가지는 피부색을 근거로 한 흑백 차별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가 차별을 할 때 의도적으로 하기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행한다는 것이다”며 차별의 근간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이어서 “우리의 차별 의식은 기성세대와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주로 확립된다. 과거 단일민족을 강조했던 국가 정서상 오랜 기간 다문화는 다른 문화라기보다는 틀린 문화로 여겨왔다. 요즘엔 많이 근절됐지만, 한동안 여러 매체에서 다인종을 희화화하거나 부정적인 측면 위주로 많이 다뤄서 부정적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인종 차별 근절을 위한 대학생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다문화 시대를 위해서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덧붙여 공익 광고 등을 통해 국민 전체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많은 학생이 다인종에 대해 간접적인 경험을 주로 했던 것과 달리 직접적인 경험으로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꼭 해외로 가거나,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좋다. 당장 우리대학에만 해도 여러 나라의 유학생이 있으며, 국제교류원 등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그들과 사소한 일상을 함께하며 문화 교류를 하면 진정 올바른 다문화 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며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릇된 인종 차별 의식이 쉽게 확산되는 만큼, 올바른 인종 차별 의식을 확립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부터, 작은 것에서부터 문화의 차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첫 발을 떼보자. 덧붙여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근절도 경시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 같이의 가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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