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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이야기] 달콤함과 쓴맛 그 중간<봉다방>의 꿀자몽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7.04.03 08:00
  • 호수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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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을 처음 접한 것은 뷔페에서였다. 노란 껍질과 대비되는 새빨간 속살은 굉장히 예뻤다. 보기만 해도 새콤달콤한 자몽을 처음 입에 넣고 달콤함을 느끼기도 잠시, 혀끝을 감도는 쓴맛에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나에게 첫 자몽은 어쩌면 ‘배신’이었다. 매력적인 색감으로 눈길을 이끌고 쓰디쓴 끝 맛으로 뒤통수를 쳤으니 말이다.

생 자몽 트라우마가 생긴 것일까? 이후 한동안 날 것의 자몽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후배로부터 학교 앞 카페, 봉다방의 ‘꿀자몽’이란 메뉴를 추천받았다. 당연히 음료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주문 후 나온 이 메뉴는 말 그대로 자몽, 설탕 시럽과 꿀을 얹은 자몽이 나왔다. 누가 봐도 맛있게 잘 익은 ‘생’자몽, ‘에이 날것의 자몽이라니…. 꿀이랑 먹어도 쓸 것 같은데?’하는 의심 반 도전 반의 마음으로 한 숟갈 떠먹었다.

이게 웬걸. 입안 가득 달콤한 맛이 퍼진 뒤 약간 씁쓸한 끝 맛이 가볍게 혀끝을 스치는 것이 끝이었다. 그동안 쓴맛이 두려워 향만 맡았던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게 자몽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됐고, 지금은 꿀 없이도 자몽을 잘 먹을 수 있게 됐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그래왔던 것 같다. 항상 달고 좋은 것만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처음 경험하는 쓴 것에 쉽게 포기했다. 양면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좋아하고 편한 한 면만을 선호해왔다. 처음이 별로라면 끝까지 별로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 나에겐 꿀이 필요했다. 천천히 쓴맛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강한 단맛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꿀.

3학년이 되면서 더욱 깊이 있어진 전공과 과제, 그리고 신문사를 비롯한 여러 활동이 힘들고 지치는 것을 최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쓰디쓴 시간을 견디고 나면 달콤한 성취감이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쓴맛에 지친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꿀이 필요하다. 더 이상 생 자몽이 두렵지 않게 해준 ‘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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