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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21회 창원대문학상 수필부문-가작
  • 창원대신문
  • 승인 2017.03.20 08:00
  • 호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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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

 

김민우/사회대 행정학과 2학년

 

나는 음악을 많이 듣는다. 길을 걸을 때는 이어폰을 끼고 듣고, 혼자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스피커에 연결해서 듣고, 공부할 때도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한다. 이렇게 노래를 많이 듣고 있으면 좋은 노래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이나, 어떤 노래를 듣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내가 듣는 노래의 99%는 아이돌 음악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번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주변에서 그런 트럼프를 지지하는 자신을 좋지 않게 볼까 봐 숨기고 다닌 사람들을 샤이 트럼프라고 불렀다. 나는 샤이 아이돌이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런 나 자신을 주변에서 좋지 않게 볼까 봐 누군가가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하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들으면서도 무관심을 연기하고, 아이돌에 대해 모르는 체했다.

문화나 예술에 수준과 등급을 나눌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나눌 수 없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하지만 음악을 문화이자 예술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많은 사람은 음악의 수준을 나누고 등급을 나눈다. 외국 음악과 비교하며 한국 음악의 수준이 낮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 음악만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창력, 음악의 완성도 등으로 가수별로 등급을 나누고 수준을 이야기한다. 자신만의 다양한 관점들로 서열을 나누지만, 아이돌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철부지 아이들이나 즐기는 음악이며, 아이돌들은 가창력과 호소력을 갖추지 못하며, 노래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나오는 가장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 서열의 끝자리에 위치한다. 수준 높은 가창력과 높은 음악적 완성도가 기성 음악에는 있고 아이돌 음악에는 없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당당하게 성인이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을 벗어나지 못한 철없는 어른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며, 저질 음악을 향유하는 수준 낮은 사람이라는 편견을 타파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런 힘과 용기는 없지만 나는 아이돌 음악이 좋다. 음악뿐 아니라 아이돌과 연계된 다양한 산업 그 자체가 좋다. 아이돌 산업은 고급 한정식집의 비빔밥과 같다. 비빔밥의 재료를 하나하나 맛보는 것처럼 각각의 멤버들이 홀로 내뿜어내는 솔로 파트의 흐름도 좋아하고, 그 비빔밥 재료가 섞여서 새로운 맛을 내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같이 멤버 모두가 합창하는 부분 역시 좋아한다. 비빔밥을 완성해주는 고추장과 같은 안무 역시 좋아하고,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국과 같이 수많은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뮤직비디오 또한 훌륭한 예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은 영어로 우상이라는 뜻이다. 종교적 우상은 그 존재만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인생에 간섭한다. 이런 관점으로 봤을 때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아이돌은 종교의 우상과 다르지 않다.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을 맹목적으로 좋아한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영접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쓰고, 아이돌의 소식 하나로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도 하며, 그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들이 팬들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한국에 유학까지 왔다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보면 아이돌이 인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요즘 신문 기사에서 꿈이 없는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본다. 어린 시절의 나는 희미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부모님이 원하고, 선생님이 원하는 여러 가지 꿈을 성적에 맞춰 전전하는 꿈의 세입자였다. 대학생인 지금은 여러 가지 현실적 바늘구멍 사이에서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 바늘구멍을 꿈이라고 이야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바늘구멍을 이미 통과한 사람들은 3포세대, 5포세대, 7포세대를 이야기하며 자신은 우정, 사랑, 희망과 같은 것들을 버려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자신과 같이 되고 싶다면 더 빨리, 더 많이 버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돌은 다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 한 소절에선“꿈을 좇아가는 데 자격 따윈 필요 없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아이돌의 노래를 들으면서 중요한 것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아이돌은 저명한 인사의 강연보다 더 많은 희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줄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아이돌 음악을 들으면서 며칠 후 발표될 성적을 걱정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잠깐 눈을 붙이고, 미래를 고민한다. 그리고 내일도 똑같은 음악을 들으며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을 고민할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거쳐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또한 아이돌은 빛도 있지만 그 빛만큼 그림자도 길다. 이런 거창한 점을 제쳐두더라도 아이돌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에게 약이 될 수도 있고 마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현실에서 도피하며 아이돌에게만 빠진다면 마약이 되겠지만, 누구에게나 힘든 사회에서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반짝이는 누군가를 보며 힘을 얻는다면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돌을 약처럼 이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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