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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과정, 그루밍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7.03.20 08:00
  • 호수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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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하는 남자, ‘그루밍 족’은 결코 외모가 잘생긴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자신만의패션과 화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자신을 ‘가꾸는 사람’이다.

문 기자, 그루밍족이 되다.

지난 612호 본지 기획 면에서는 창원대신문 남성 기자가 직접 ‘그루밍’한 상태로 학내를 누빌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10일(금) 본지 문준호 기자는 오후 1시 경 메이크업 전문가를 방문해 ‘데일리 메이크업’을 받았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 한 시간 반 동안 학내를 누볐다.

평소 스킨·로션 정도의 기초관리만 해오던 문 기자. 문을 열기 전 그의 표정은 복잡 미묘했다. 체념한 듯, 약간의 두려움도 언뜻 비쳤지만 결국 스스로 문을 열고 화장품으로 가득한 거울 앞에 자리했다.

문 기자는 어떤 화장을 원하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질문에 ‘가벼운 데일리 메이크업’을 요청했다.

긴장한 듯한 얼굴에 미스트가 뿌려지고, 파운데이션이 얹어졌다. 트러블로 인한 흉터로 붉은기가 돌던 그의 얼굴이 점차 균일한 색으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눈썹 주변의 잔털을 정리하고 빈 곳을 메꾼 그의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단정해보였다.

후에 인터뷰에서 그는 처음에는 난생 처음하는 경험이 어색해 ‘이걸 꼭 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화장이 완성되고, 학교로 도착한 문 기자. 아쉽게도 수업이 없었던 그는 강의실이 아닌 도서관에서 학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됐다.

정문을 통과하고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면서 그는 간간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다른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볼까봐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지나가던 첫번째 인터뷰이를 만나 ‘자연스러워서 화장을 한 지 잘 모르겠다’는 답을 들은 이후 한결 자신감을 얻은 듯 했다.

도서관에 도착한 문 기자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관리 전 사진을 보여주고 비교했을 때 어떤지 물었다. 대부분 관리한 후가 낫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일 그루밍족 체험을 마친 뒤 그는 “이정도의 가벼운 화장은 과하지 않게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겠다”며 “앞으로도 피부트러블 커버와 눈썹 정도는 할 마음이 생겼다”고 후기를 전했다.

기자는 문 기자의 이날 화장을 시작하는 일부터 학내를 누빈 그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처음 학우들에게 인터뷰를 할 때에는 부끄러워하던 그가 점차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적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그러니 그루밍을 시도하려는 당신. 주저말고 시도하라.

▲우리대학 학우 117명의 그루밍 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학우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이번 기획면을 위해 ‘그루밍족’에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내 117명이 답변을 했고 그중 남성은 51명, 여성은 66명이었다.

생생한 학우들의 답변이 필요했던 기자는 문 기자와 함께 학생들을 직접 찾아갔다.

“요새 화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 아직 눈 화장은 좀 거부감이 든다. CC크림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요. 관리하는 남자가 좀 더 멋있는 것 같긴 해요. 티나지 않게 하는 건 괜찮다”  - 익명의 여학우.

“화장하고 꾸미는 것은 자기관리의 일환이다. 개성이니까 존중한다. 다만 과하면 첫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섀도우 정도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 (남자친구가 화장을 하고 나온다면?)“(문 기자를 보며)이정도의 화장은 괜찮은 것 같다. 오히려 고마울 것 같다. ‘나를 만나려고 이만큼 신경 써 주는구나’라고 생각 할 것 같다”  - 이슬아(의류 17), 장현지(국어국문 17)

다음으로는 도서관 로비에서 대화중이던 커플을 만났다.

“공대다 보니 주변에서 화장하는 남자를 거의 보지 못했다. 눈썹이나 결점 커버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문기자의 화장 전후를 보고)“잘 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직접 하기에는 경험이 없다 보니 좀...여자친구가 해준다면 가만히 있을 것 같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여자친구는 “내 남자친구가 화장을 하는 건 싫을 것 같다. 굳이 한다면 말리진 않겠지만”라고 말했다. - 익명의 커플

마지막으로 만난 이들로 부터는 반대되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화장을 잘 한다면 풀 메이크업도 괜찮을 것 같다. 남성 역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화장하는 것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 김혜진(국제관계 16)

“아직은 약간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남성이 화장한다는 것이 아직 낯선 사회다 보니 그런 것 같다” - 김태하(신소재공 13)

실제로 만난 학우들은 설문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루밍 족’에 대해 남학우들이 좀 더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다는 것을 추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늘어나는 ‘관리하는 남자’들

지난 612호에서 언급한 바 있듯 올해 남성 화장품 시장 예상 규모는 1조 5,000억 원이다. 국내 L백화점의 발표에 따르면 남성고객의 구매동향이 스킨케어제품 뿐만 아니라 색조화장제품까지 확장됐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의 남성 매출 비율은 2012년 4%에서 2016년 11%까지로 약 7%상승했고 남성 고객의 1인당 색조화장품 구매액 역시 5년간 15%가량 상승했다.

남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본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남성역시 여성과 비슷한 이유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관리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2010년대에 들어선 후에야 자신을 꾸미기 시작한 것일까? 남성 화장품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특히 아시아 지역 남성들이 외모에 관심을 많이 갖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 연구기업인 Kantar Worldpanel에 따르면 중국의 도시남성 73%가 외모가 사업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했으며 이들은 하루 평균 2.5개의 미용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경우 그루밍 족의 증가가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매김했고 그 중심에는 3~40대 남성이 존재했다.최근 남성 화장품의 한류열풍 즉, ‘K-뷰티 옴므’를 도모하기 위해 국내 기업에서도 발 빠르게 아시아 시장 맞춤형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는 중이다.

관리하게 만드는 사회

외모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용제품의 구매 및 사용이 남성적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성 차별적 편견’이 여전히 사회에 만연해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화장을 하는 것을 숨기거나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화장하는 남성으로 유명한 방송인 김기수 씨의 경우에도 30년간 방안에서 혼자 화장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외모지상주의와 무한경쟁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관리’는 어느덧 하나의 ‘스펙’이 됐다. 연애, 결혼에서 뿐만 아니라 취업,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기관리’가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극악한 취업 난 속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피부의 결점을 가리는 화장을 하거나 100세 시대에 발 맞춘 중년 남성이 젊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관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의 경우 여성의 임원 관리직 등용을 적극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직장 내 여성의 비율이 하면서 여성 직원의 시선을 의식해 남성들이 관리를 한다는 일부 의견도 나타났다.

한편, 남성용 화장품 제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끼친다. 남성용 관리제품에 자주 노출될수록 ‘남성이 관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한편, 남성층을 공략하는 뷰티 메이크오버 프로그램과 남성용 화장품 제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끼친다. 일상에서 쉽게 남성용 관리제품에 노출될수록 ‘남성이 관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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