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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발걸음, 365일 봉림고시원
  • 김도연 기자
  • 승인 2017.03.20 08:00
  • 호수 613
  • 댓글 0

Q. 봉림고시원을 아시나요?

우리대학 학생생활관 행정실 뒤쪽엔 한 건물이 있다. 바로 ‘봉림고시원’이다. 새내기 시절, 기자는 봉림고시원을 보고 ‘아, 이곳도 기숙사처럼 숙식을 해결하며 공부하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

봉림고시원에서는 5·7·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법학 적성시험,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등 고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공부한다. 서울에는 노량진이 있다면 창원대에는 봉림고시원이 있는 셈.

봉림고시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필기, 면접시험을 쳐야 하는데,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다. 하지만, 들어가기 어려운 만큼 혜택도 많은데, 그럼 지금부터 봉림고시원의 일상을 살펴보자.

 

봉림고시원의 모습

-봉림고시원의 24시-

 

※ 이 기사는 봉림 고시원생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1인칭 시점으로 작생됐으며, 고시원의 일상을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고시원의 일상 속으로

 

어느새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몇 주가 지났다. 봄이 되니 날이 따듯해지고 길가엔 색색의 꽃이 피었다. 봄기운이 완연한 캠퍼스에는 각 입학한 새내기들이 싱그러운 웃음을 띠고 열심히 강의실을 찾아다닌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부러운 듯, 그들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내가 도착한 곳은 기숙사 뒤편에 있는 봉림고시원이다. 저번 학기부터 지금까지 매일 출석 도장을 찍는 봉림고시원. 처음엔 영 낯선 이곳이 어느새 집보다 익숙한 곳이 됐다.

 

8:30 출석체크

 

8시 25분. 자리에 앉았다. 오늘 하루도 공부할 생각을 하니 ‘꽃 피는 계절에 또 책상에서만 보내는구나’ 싶으면서도, 지금의 수고가 미래의 웃음이 되리라 마음먹으며 두꺼운 책을 폈다.

아침에 본 새내기들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내가 1학년이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도 우리 과에는 고시 준비를 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선배들의 모습을 볼 땐 내가 지금 봉림고시원에 앉아 공부하고 있을 것이라곤 생각 못 했었다. 하지만 어느새 내가 고학년이 되고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지나간 세월이 실감이 났다.

출석체크를 하고, 오늘 공부할 분량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4월에 있을 시험에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온 페이스를 유지해 이번 시험에 좋은 결과가 얻으리라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공부한 지 몇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순간 내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공부가 잘 안되는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책장을 마구 넘기는데, 마음속으로 ‘저 정도 소음은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간다는 것을 모르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봉림고시원에서 지켜야 할 규칙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소음’에 관한 규칙이다.

반마다 다르지만, 이동할 때에는 조용히 이동하고, 복도나 교실에서 떠들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여닫는 등 기본적인 매너는 지켜야 한다. 하지만 방금 저 사람의 소음은 아무리 소음에 관대한 우리 반이라도 조금 컸다.

쪽지라도 붙일까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얼마 전 다른 반에선 이런 조용한 분위기 속, 처음으로 받은 쪽지에 많은 상처를 입었는지 고시원 생활 하루 만에 나간 사람이 있었다. 마음이 굉장히 여린 사람이었는지, 조교님도 ‘반을 바꿔주겠다’고 하셨지만, 그분은 ‘이곳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고시원을 떠났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황당했다. 고시원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약 100명 정도의 고시생 정원 중에서도 임용 고시반, 공무원 시험 반,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 기타 시험 반 등 8개의 반으로 나뉘어 있다.

고시원에 들어오려면 학과 성적은 물론 필기시험, 면접까지 보는데, 경쟁률이 꽤 높다. 또 막막한 고시 준비 비용에 책값이라도 보탤 수 있는 지원금, 조교 선생님의 통제 속에 초시생이 공부하긴 참 좋은 환경이다. 그러니 하루 만에 나간 그 사람이 신기하면서도 ‘사람마다 다르니까’라는 생각에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여튼, 시험이 다가와 모두 예민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쪽지는 접어두고 나중 점심시간에 살짝 이야기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공부를 하는 원생

12 : 30 점심시간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됐다. 가까운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앞에 앉은 A 선배가 오늘따라 공부가 안된다며 푸념을 했다.

“벌써 시험 준비한 지 꽤 됐고 한 달 정도만 있으면 시험인데, 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보다 먼저 고시를 준비한 선배는 이미 한번 시험에 떨어진 경험이 있었다. 그때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한 다른 선배는 시험에 합격했었다. 그때 자신이 합격한 것 마냥 기뻐했던 A 선배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이 시험에 합격하면 당연히 축하할 일이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극을 받지만, 이렇게 시험이 다가오고 꽃도 피고 하니까 슬럼프인지 뭔지.”

선배는 콩나물국을 들이켜며 남은 말을 삼켰다.

“그래도 나도 빨리 시험에 합격해서 여기 탈출해야 하지 않겠냐. 그래야 너희한테도 다음에 시험 준비하는 후배들한테도 좋은 본이 되지.”

항상 밝고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던 선배라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지쳐 보였다.

“선배,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했잖아요. 어쨌든 그동안 열심히 한 자신을 믿어야죠. 그리고 우리가 못 붙을 시험 공부하는 게 아니라 꼭 붙을 시험을 공부하는 거니까요!”

내 말에 선배는 희미하게나마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그래, 그래야지”라며 남은 밥을 마저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 시간이 되니 졸음이 몰려온다. 아까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본다. 봄이긴 봄인 모양이다. 오후가 되자마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일으키려 노력하다 잠시 화장실에 들렸다.

식사시간 이후라 그런지 화장실엔 양치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세수라도 해야지’라며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학우에게서 아버지의 느낌을 받았다. ‘캭, 퉤!’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울린다.

 

13:30 오후 공부 시간

 

반으로 돌아와 공부하다 프린터를 하러 갔다. ‘어제 하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챙기지 못한 것을 스스로 나무라며 ‘윙-윙-’ 프린터 돼 나오는 종이를 챙겨 다시 반으로 돌아갔다. 지금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부지런히 공부해야 오늘 목표량을 다 채울 것 같다.

저녁 먹을 때까지 공부했다. 솔직히 사람인지라 쉬지 않고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고, 공책 끄트머리에 낙서하기도 했지만, 조용한 교실 안은 공부하지 않으면 미안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서 이내 책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온종일 공부하는 것이 무지막지하게 힘들었다. 아침 8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공부를 하면 좀이 쑤시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같은 반에서 같이 공부하는 학우들이 있어 의지가 됐다. 또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관리해주시는 조교님의 눈빛도 한몫했다.

 

빡빡한 하루 시간표

18:00 저녁 시간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시간은 느리지만 순식간에 흘렀다.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됐다.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만 하는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털어냈다. 어떻게 생각하면 힘든 시간이지만, 고등학교 때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아침부터 밤까지 한 교실에 있었던 것처럼,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함께 공부하는 이들과 다 같이 잘 되고 싶은 마음이다.

 

22:00 출석 체크 및 귀가

 

길고 긴 하루가 지나가고, 어느새 집으로 갈 시간이 다 됐다. ‘이렇게 하루가 또 가는구나’ 싶으면서 미래에 있을 밝은 날을 기대해본다. 내일은 토요일이니 조금 편안할 듯하다.

 

전산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원생

고시원의 주말

 

토요일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 8시 30분까지 도착해 출석체크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대청소를 하는 시간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반이 청소할 구역이 정해지면 11시 30분부터 다 같이 청소를 한다.

약 100여 명의 사람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은근히 먼지도 많이 쌓이는데,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청결도 중요하기에 모두가 함께하는 고시원의 규칙이다.

오늘은 교실을 청소한다.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열심히 쓸었다. 겉으로 볼 때는 깨끗해 보였던 바닥인데 꽤 먼지가 많다. 청소를 끝낸 뒤는 각자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점심을 먹은 뒤 공부를 조금 더 해야겠다. 내일은 일요일이니, 푹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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