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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덕후를 위하여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7.03.20 08:00
  • 호수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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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 tvN <화성인바이러스>

오덕후의 네이버 사전적 정의는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단순 팬,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다. 하지만 의미보다는 ‘애니메이션, SF영화 등 특정 취미나 사물에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부정적 뜻으로 많이 쓰인다.

특히한 SNS를 통해 오덕후는 혐오의 대상임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심하게는 혐오를 넘어서 경멸의 대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반인 코스프레(이하 일코)’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할 정도다. 너 오타쿠같이 왜그래”, “오타쿠같은 행동하지마. 역겨워”. 2017년 현재, 우리는 오타쿠, 즉 오덕후를 혐오한다. 오덕후가 언제부터 혐오와 경멸의 대상이 되었을까.

미디어를 타고 심어진 오덕후 이미지

오덕후를 N사의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제일 먼저 뜨는 연관검색어는 ‘화성인 바이러스 십덕후’다. 일반인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초대하는 케이블 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 출연한 남성은 자신이 일본 만화 캐릭터인 ‘페이트’와 6년째 열애 중이라며, ‘페이트’ 관련 용품을 모으기 위해 약 1,0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가 새겨진 대형 베개와 함께 레스토랑, 영화관, 놀이공원 등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2인 요금을 지불하는 등의 눈길을 끌었다.

방송 이전에는 한국에서 오덕후라는 말이 대중화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방송 이후 대한민국에서 오덕후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됐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그리고 한국인이 처음 접한 오덕후의 이미지가 ‘화성인 바이러스 십덕후’이다.

방송은 2009년. 벌써 8년 전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여전히 이때 형성된 이미지로 오덕후를 비하하고 차별하고 경멸한다. 영화를 좋아하면 문화를 사랑하는 문화인이지만, 만화를 좋아하면 그건 단지 혐오스러운 오덕후일 뿐이다. 옷을 좋아하면 패셔니스타지만, 만화 속 인물 좋아하면 사회성이 결여된 안타까운 사람일 뿐이다.

분명히 위의 남성처럼 좋아함의 정도가 지나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의 남성과 달리 순수하게 취미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우리에겐 이들 모두를 비난할 권리가 없다. 가상의 캐릭터를 좋아하던, 특정 국가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그건 그들의 ‘자유’다. 우리에겐 그들을 비난할 권리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가 없다.

그들의 축제

오덕후의 문화에는 ‘화성인 바이러스’에 소개된 문화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코스프레가 있다. 네이버 카페 ‘코스프레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코사모)’에서 활동하는 회원의 수는 약 12만명이다. 지난 2012년 3월 코사모의 회원 수가 7만여 명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많이 증가했다. 코스프레의 사전적 정의론는게임이나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분장하는 것으로, 영어 코스튬플레이(Costume Play)의 일본식 용어다. 지난 2005년 9월부터 운영된 코사모에선 개인이 단순히 코스프레를 즐기는 것만이 아닌, 지역별로 코스프레 정기모임을 갖거나 사진작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코스프레에 필요한 용품들을 공유하거나 사고판다.

이러한 상황에 맞게 관련한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국내 코스프레를 지원하고 홍보하는 협회까지 등장했다. 한국 코스튬플레이 협회는 2016년 1월 공식 출범했다. 정헌호 초대협회장은 “협회의 출범을 계기로 게임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코스튬플레이가 새로운 게임 한류를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 코스튬플레이의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코스프레를 위한 행사도 있다. 바로 서울과 부산 그리고 대구에서 열리는 코믹월드다. 코믹월드는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아마추어 만화ㆍ애니메이션 박람회다. 만화 용품 판매 기업인 에스이테크노(S.E Techno)가 주관한다. 서울에서는 1999년, 부산에서는 2000년에 제1회가 개최됐으며 서울 코믹월드는 2011년 2월 제100회를 맞았고 부산 코믹월드는 2016년 제100회를 맞은 역사 깊은 행사이다. 주요 행사로 동인지와 팬시 제품 판매전, 코스프레, 노래 대회, 일러스트 콘테스트 등이 매번 열리고 비정기적으로 만화가 및 성우의 초청 이벤트가 개최된다. 이때 참가자들이 의상과 메이크업을 직접 준비해 코스프레를 선보이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코스프레를 하지 않더라도 구경과 사진찍기도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 2월에 개최된 제102회 부산 코믹월드에서는, 한 특정 국가의 애니메이션에 국한된 코스프레가 아닌,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인물 코스프레를 선보였다. 다음 제103회 부산 코믹월드는 5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일본 도쿄에서는 지난 2015년 3월 세계 최초 오덕후들을 위한 엑스포가 열렸다. 엑스포에는 미국의 ‘오타콘’, 중국의 ‘애니콤 홍콩’을 비롯해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세계 18개국 40여 개의 단체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일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각 지역의 오타쿠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동인지 등을 소개하는 한편, 오덕후 문화에 대한 심포지엄도 열었다.

이처럼 오덕후들은 자신을 숨기지 않고,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자신들의 취향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탓에 만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행사에 참석에 같이 축제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더 이상 오덕후들이 숨어 지낼 이유는 없다. 따스한 봄날 다음 5월에 열린 제103회 부산 코믹월드에 방문해,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모두 덕후다

화장품을 좋아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을 우리는 흔히 코스메틱 덕후(이하 코덕)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들은 등산 덕후다. 그들은 등산용품에 아주 많은 지불을 할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등산 모임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매일 저녁 8시 이후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하니, 드라마 덕후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그 대상은 어떤 특정한 물체가 될 수도 있고, 등산과 같이 스포츠도 될 수 있으며, 아이돌과 같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오덕후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은 단지 그 대상이 만화일 뿐이다. 당신은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혐오의 눈빛을 보낸 적이 있는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는 등산을 좋아하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오덕후에게만 혐오와 경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차별을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덕후인데 말이다. 오덕후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애니메이션, SF영화 등 특정 취미나 사물에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이 아닌,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단순 팬,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봐야한다.

우리대학 프라모델 동아리 동아리원 A 씨를 인터뷰해보았다. A 씨는 “오타쿠. 요즘은 혼모노라고 부르던데, 혼모노는 자기들만의 세계가 강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마 다른 사람들과 잘 못 섞있는 게 크다고 생각한다. 같은 혼모노끼리도 빠져있는 분야가 다르면 싸우기도 하는 편이라 다른 사람이 비판하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덕질에 드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피규어는 작은 것도 기본 5만 원부터 시작하니, 지갑 사정이 많이 좋지않다. 통장은 항상 비어있기 일수”라며 덕후에 대한 시건에 대해서는 “우리를 좋아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열렬한 팬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기사를 읽고 있는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어떤 것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당신은 그것의 덕후라고 생각해보자. 아직도 오덕후가 혐오와 경멸의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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