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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책인가요?
  • 이차리 기자
  • 승인 2017.03.20 08:00
  • 호수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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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월) 교육부는 경북교육청의 문명고등학교를 국정 역사교과서(이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사용에 학부모들이 반발해 입학예정 학생들은 전학과 자퇴를 했다. 결국 학교 측은 입학식 당일 행사를 취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2015년 10월부터 추진한 국정교과서는 시작부터 말이 많았고, 여전히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책의 힘을 잃은 국정교과서. 그 끝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문명고등학교 입학식 당일 학부모와 학생들의 시위 모습   사진출처/한겨레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 역사

중·고교 역사교과서 제작의 변천사는 크게 보면 4단계로 나뉜다.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미군은 중등학교에 대한 ‘교수 요목’을 발표한다. 그리고 미군정청 학무국에서 국정 교과서를 발행한다. 그 후 민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의 끝 무렵 ‘제1차 교육과정’ 작업이 들어간다. 그렇게 1956년 국사 교과서는 문교부의 사열을 통과하며 검정제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 때 시작된 ‘제3차 교육과정’부터 중·고교 사회, 국사, 도덕 과목은 국가가 편찬하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국정교과서를 사용한 지 30년 후, 김대중 정부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 검·인정제를 도입한다. 중학교와 고등 1학년 국사는 국정제이지만, 고등2·3학년의 한국근현대사는 검정으로 교사의 교과서 선택권이 보장된다. 2010년 국사와 한국근현대사가 ‘한국사’로 합쳐지며 이명박 정부 때 국사 교과서 완전 검정체제가 이뤄진다. 바로 이때부터 검정교과서 중 일부 서술에 대한 좌편향 논란이 생긴 것이다.

 

국정교과서? 검정교과서?
교과서에도 종류가 있다!

교과서는 검정 여부로 국정교과서, 검·인정교과서, 자유발행교과서 3개로 나뉜다. 그중에서 국정교과서는 국가의 주관으로 통일성이 필요한 교과목 위주로 발간된다. 그리고 국가적 의무훈령 사항에 따라 초·중·고등학교 구분 없이 어느 곳에서든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한국사 교과서   사진출처/SBS

검정교과서란 국가에서 공인 채택된 민간 출판사에서 발간된 교과서를 말한다. 민간에서 개발한 도서 중 국가의 검정심사에 합격한 도서이며, 각 시·도교육청의 심의에 통과를 받아야 한다. 반면 인정교과서는 교육부 장관의 인정을 받게 되는 차이점이 있다. 검·인정교과서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학교에서의 채택으로 사용된다. 또한, 국정교과서에는 ‘교육부 저작’ 문구 아래 교육부 부서 칭호가 발행사 위치에 나오고, 검정교과서는 ‘교육부 검정’ 문구 아래 국가공인을 받아 교과서를 발간한 출판사 상호가 나오는 차이가 있다.

마지막 자유발행교과서는 정부기관의 검·인정 절차 없이 발간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정교과서와 검·인정교과서를 혼용하고 있지만,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국가에서 자유발행제를 채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누구의,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교과서?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계속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말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과거로부터 보내지는 조언, 교훈을 배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미 기록으로 남겨진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사건을 보고도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역사는 일반적으로 초·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통해 우리와 배움으로 만난다. 비록 사교육으로 물든 한국의 교육 시스템으로 학생들은 교과서의 중요성을 인지 못 하고 문제집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교과서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국정교과서, 검·인정교과서의 분류를 떠나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는 사람은 바로 학생이다. 교과서 집필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부분은 ‘학생의, 학생을 위한 교과서’이다.

국정교과서 논란은 2002년부터 대두했으나 한동안 잠잠하다가 2013년 교학사의 교과서 채택과 관련하여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며 다시금 물 위로 떠오른다. 역사 교과서의 내용 부실, 정치적 편향성을 두고 논란이 일며, 교육계와 역사학계의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크게는 이념 논쟁이 되어 결국 대부분 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 운동’이라 불릴 만큼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했으나, 노선을 국정교과서로 틀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0월 교육부에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라’는 지침을 내린다. 그렇게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되며 문제의 ‘국정교과서’가 첫 페이지를 장식한다. 하지만 집필과정의 투명성을 보여줘야 하는 국정교과서는 집필진 구성부터 비공개, 편찬심의위원 비공개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첫 단추를 잘 끼우지 못했다. 그 뒤 1년이 지난 2016년 11월 28일(월) 교육부는 온라인을 통해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4주에 걸쳐 3,807건의 국민 의견을 받은 현장검토본은 수정을 거쳐 지난 1월 31일(화) ‘국정교과서 최종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교육부는 최종본에 대한 역사교육연대회의의 653개의 ‘오류를 수정하여 보급하면 된다’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아버지 박정희 정부에 시행한 국정교과서는 딸인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시작됐다.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 정권이 재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뒤 2015년 ‘국정교과서’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10일(금), 결국 탄핵으로 정권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리고 논란의 국정교과서도 폐지될 가능성이 보인다.

2017년 연구학교를 거쳐 2018년에는 국·검정교과서와의 혼용을 바라본 국정교과서. 국가가 획일적 역사관을 주입하는 역사교육의 지침은 국민의 반발을 사고, 대통령 파면에 따라 함께 ‘탄핵’의 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조지 오웰의 ‘1984’   사진출처/알라딘

이 말은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주인공 윈스턴이 되뇌는 당의 강령이다. 소설 속 윈스턴은 과거의 신문기사를 조작하고 수정해 당의 실책을 가리는 업무를 하는 당원이다. 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결과는 이제는 바꿀 수 없는 진실이다. ‘1984’에서는 진실과 과거 사건에 대한 기록을 교정하는 직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논리적 모순을 윈스턴을 통해 잘 드러낸다.

그렇다. 기록이란 행위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과거부터 미래까지 역사는 계속 작성된다. 그리고 윈스턴이 기사를 조작하며 과거를 바꾸려고 해도,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를 배우고 미래를 준비한다.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는 사람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의 주장과 이권을 챙기고자 실랑이를 하면 결국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 교과서는 국가 또는 민간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학생의, 학생을 위한 것이다. 자라나는 꿈나무에게 올바른 과거를 알려주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교과서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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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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