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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대 그리고 최고의 시대
  • 신혜린 편집국장
  • 승인 2017.03.20 08:00
  • 호수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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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대이며, 최악의 시대였다.(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 최고의 소설 도입부로 손꼽히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다. 지난해의 끝부터 올해의 시작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이 구절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했다.

올해는 말 그대로 최악의 시대였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과 비선 실세.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조차 보이지 않아 캄캄했던 어둠 속에서 우리는 탄식했다. 어둠 속에서 국민은 촛불을 들었지만 이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은 어느새 숨어버렸다.

그리고 이를 벌한 것은 지난 10일(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었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제대로 보여줬다. 물론 탄핵이 끝은 아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모두 탄핵심판청구를 인용했지만 판결문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의견도 나타났다. 척결되지 못한 비리들이 아직 남아있으며, 청와대를 떠나지 못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여전히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듯해 보였다.

이런 것들을 미뤄보았을 때 최고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제 겨우 최악의 시대가 문을 닫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도입부가 떠올랐던 것은 바로 버릴 수 없는 기대감 때문이다. 5월 9일(화), 대선이 확정됐다.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치러지는 대선은 그 어떤 선거보다도 막중한 무게감을 지닌다. 이렇다저렇다 붙이는 말이 없어도 우리는 모두 그 무게를 알고 있다. 그 무게감을 알지 못하고 넘어갔을 때에 겪어야 했던 아픔을 이미 충분히 느꼈다. 이것은 비단 국민이 직접 행사해야 할 투표권의 무게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선 후보자들과 이를 보도해야하는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제껏 여당과 야당을 떠나, 후보자 개개인을 떠나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하지만 탄핵이 확정되고 대선과 후보자들이 등장하며 또다시 예전과 같은 깎아내리기 식 공격이 시작되려 한다. 이 같은 행보가 계속된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금세 식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또다시 악몽이 되풀이된다. 관심의 저하는 곧 정치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낼 것이다. 결국, 오늘과 같은 일이 다신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

최악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많은 상처가 남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최고의 시대,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답답하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이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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