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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보통의 삶을 위하여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7.03.06 08:00
  • 호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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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당시는 고교평준화를 위해 속칭 ‘뺑뺑이’로 학교가 정해졌다. 당시 마이스터 고교가 부상하던 시기라 인문계를 갈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수학담당이셨던 담임선생님은 고입을 앞두고 진학 상담을 하던 우리에게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얘들아, 너희들이랑 얘기해보면 ‘남들 만큼’, ‘보통 만큼’ 살고 싶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그런데 너희들이 말하는 ‘보통’이란 어느 정도일까?”라며 질문을 던지셨다. 그 시기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는 그저 선생님을 바라봤다.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4인 가정’을 예로 드셨다. 그렇게 4인 가정이 유지되는데 필요한 돈과 그 정도 소득을 얻기 위한 직장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소위 학벌과 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고등학교 성적 그리고 중학교 성적까지 미래에서 현재로 짚어나가셨다.

우리가 바라는 ‘보통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중학생인 우리들은(정확한 수치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상위 30%정도가 되어야 했다. 수학 선생님답게 수치로써 우리들에게 일명 ‘팩트 폭행’을 하신 것이다. 이어서 저것은 성적에 관한 것이고 저 수치가 아닌 사람들도 충분히 다른 길로써 우리가 바라는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다고 하셨다. 대신 공부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2016년 10월 기준으로 전체 실업자 92만 명 중 37만 명이 청년실업자라는 통계를 본 순간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보통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다. 5년 전의 나는 대학 졸업 후에는 직장을 갖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 해 아이를 낳고, 원하는 것을 사기전에 잠깐 정도 고민할 수 있는 정도가 ‘보통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약 5년 후 2017년에는 N포 세대를 심지어 그저 손을 놓아버리는 ‘달관세대’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이전의 ‘보통의 삶’은 청년들에게 그저 꿈같은 삶인 것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나조차 당장 5년 후의 미래를 확실하게 계획할 수 없다는 사실에 새삼 씁쓸해졌다.

주변에서 꿈을 위해 도전하는 이 보다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을 찾는것이 더 쉬워졌다. 그렇다. 우리는 ‘보통’의 기준을 점차 낮춰가고 있다.
10년 전에는 노력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자기개발서가 서점의 베스트셀러 서가를 채웠다. 오늘날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도서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10년 사이 변해버린 베스트셀러 서가가 새로운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도전하기보다 갖고 있는 것을 잘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 되어버린 오늘날 청년들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단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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