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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우리는 도대체 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걸까?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03.06 08:00
  • 호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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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설, 탈퇴설, 열애설. 연예계를 뒤흔드는 3대 설이다. ‘설(說)’의 중심에 선 연예인은 네티즌 손가락 끝에 달린 ‘설(舌)’에 질리게도 오르내린다. 온라인상에서 행해지는 마녀사냥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우리들이 휘두른 칼날은 진실 위에서 날카롭게 군림한다.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걸까?

 

피해자 코스프레? 의지의 차이?

티아라 왕따 사건

최근 재점화된 ‘티아라 왕따 사건’이 이러한 온라인 환경의 허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2012년 7월 25일(수), 걸그룹 티아라의 전 멤버인 화영의 왕따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졌다. 사건은 화영이 다리부상으로 인해 공연에서 단 한 곡만 무대에 오른 데다 그 무대마저 의자에 앉아서 소화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티아라 멤버들이 트위터에 게시한 글이 사건의 불씨를 키웠다.

사진 출처/티아라 멤버 트위터

위와 같이 공통적으로 ‘의지’를 언급하며 화영을 일명 돌려 깐 것인데, 이를 계기로 네티즌은 여기저기서 관련 자료를 가져와 ‘화영 왕따설’에 살을 보탰다. 당시 화영 왕따설을 기정사실화했던 대다수 네티즌은 자료의 사실 여부, 억측 여부는 따지지 않고 티아라 멤버들을 향해 갖은 비난을 쏟아댔다. 그렇게 티아라는 “이제 악플은 익숙해요”라는 말을 웃으며 할 정도로 영겁의 시간을 보냈다. 그들에겐 그 어떤 때보다 힘들고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5년 뒤인 2017년 2월. tvN 예능프로그램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화영이 과거 티아라 활동 당시의 왕따 사건을 떠올리며 “많이 안타깝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들끼리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문을 열면서 사건은 재점화됐다. 많이 울었다, 살이 많이 빠졌었다, 음악 프로그램을 멍하니 보기도 했다는 등 화영의 발언으로 시청자들은 다시 5년 전의 분노를 불태웠다. 그러나 방송 다음날 당시 스태프로 근무했던 이가 올린 글로 인해 사건은 뒤집혔다. 그와 동시의 티아라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시각 또한 한순간에 뒤집혔다. 살벌하게 티아라를 욕하던 이들이 이번에는 살벌하게 화영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이러한 경우 사람들은 사건 당시 열을 내다가도 사건이 뒤집히면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우리는, 특히 온라인상의 우리는 주로 자극적인 사건에만 열을 올린다. “알고 보니 이랬다더라”의 카더라가 재점화되는 것도 음의 방향으로 갔을 때 더 시선을 끈다. 특히 연예인에 대해서 비난의 칼날은 더 날카롭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한 번 박힌 이미지의 가시는 빼내기 쉽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 잘못된 사실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반화의 오류? 소속사의 갑질?

동방신기 탈퇴 사건

이 같은 사건은 연예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동방신기 탈퇴 사건’은 더 오랜 기간동안 진실이 수면 아래 있었다. 8년 전인 2009년 초부터 당시 동방신기 멤버였던 3인(이하 JYJ : 준수, 유천, 재중)은 소속사의 허가 없이 동방신기 5인의 초상권을 ‘끄레뷰’라는 화장품 사업에 사용했다. 이 사건이 JYJ와 소속사인 SM.Ent와의 갈등의 시발점이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JYJ는 장기계약, 과도한 위약금 등 총 5가지의 항목으로 그룹 탈퇴를 요구하며 SM에 소송을 걸게 된다. 그 과정에서 JYJ는 대형 소속사의 외압을 받는 피해자로 그려진 반면, 현 동방신기 멤버인 2인은 방관자 혹은 배신자로 그려졌다.

최근 잇따른 JYJ 멤버들의 인성 논란 때문이었을까? 유천 성매매 사건, 준수 임금 체납 사건, 재중 여성혐오 발언이 쌓인 지금에서야 다시금 동방신기 탈퇴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네티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때는 보지 않았던 진짜 사실들 말이다.

사진 출처/윤성현PD 트위터

사실 불공정 계약도, 외압도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명백한 자료가 있으며, 오히려 JYJ가 동방신기 및 SM 가수들의 일본 활동을 외압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JYJ와 그의 가족들, 일부 팬들은 동방신기 멤버 2인을 배신자, 방관자로 여론몰이까지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앞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정말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잘못된 사건이 진실이라 믿거나, 사건의 일부만 본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우리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은 몹시 많다. 오해로 비롯된 억측으로 셀 수 없는 이들에게 손가락질 받는다. 오해가 풀려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은 형체가 없다. 오해의 칼날로 갈기갈기 찢긴 이들의 형체만이 선연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우리는 대체 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걸까?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이 바로 시각이다. 우리는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을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이라는 감각은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다. 어느 순간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그 모든 오류의 시작이 우리의 마음, 혹은 생각이다. 같은 정보가 주어져도 대상을 보는 우리의 마음이나 대상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정보는 제각기 다르게 해석된다. 즉, 우리의 일상에서 정보의 왜곡이 꽤나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정보 해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의 한 실험이 있다. 일명 ‘투명 고릴라’ 실험이다. 두 학자 6명의 학생에게 두 팀의 농구팀이 공을 패스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패스의 수를 세라고 지시했다. 영상이 끝난 뒤 “혹시 고릴라를 보았나요?”라는 물음에 학생 중 절반 이상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사실 영상 중간에 고릴라 탈을 쓰고 고릴라 흉내를 내는 한 학생이 등장했지만, 선택적 집중을 한 탓에 고릴라를 전혀 보지 못한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주어진 목표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인지적 기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착각과 그릇된 판단, 그리고 치명적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앞선 티아라와 동방신기의 사례를 보면 역시 일부 영상, 일부 사건만 화두에 올라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분명 전체 영상, 전체 사건의 명백한 개요가 존재했음에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우리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도 모르는 새 시각이라는 감각이 특정 견해에서만 치중돼 사건을 보도록 만들었다. 분명한 건 시각의 오류를 만든 마음과 생각이 결국 우리 자신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문명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논리로 정한 기준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렇게 정의로운 삶을 지향하지만, 어쩌면 여전히 비논리에 얽매어있을지도 모른다. 인지 부조화가 가져다주는 모순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사실과 멀어지기도 한다. 또한 우리의 신념 간에 혹은 신념과 실제로 보는 것 간에 불일치나 비일관성이 있을 때 발생하는 인지 부조화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리석은)선택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믿으려 애쓴다. 명백한 판단 착오였어도 끝까지 자신이 옳았다고 우기기도 한다.

이처럼 항상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만 열심히 쳐다보면 소리 없이 다가오는 산불을 보지 못하기 마련이다. 진정 정의로운 나와 우리를 위하여 지금이야말로 힐난의 칼날 대신 사건을, 대상을 바로 보기 위한 돋보기를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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